사카타 다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최고사업책임자 일본 규슈대 법학 사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사카타 다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최고사업책임자 일본 규슈대 법학 사진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인공지능(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로봇 산업 투자는 더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일찍이 로봇의 가치를 눈여겨본 회사 중 하나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로봇 전문 자회사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세워 가정용·상업용 로봇을 전 세계에 출시해오고 있다. 이 회사의 간판 로봇인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 ‘페퍼’는 일찍이 인간형 서비스 로봇의 대명사가 됐다. ‘이코노미조선’이 로봇 공생 시대를 주제로 커버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 이유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에서 최고사업책임자(CBO·Chief Business Officer)로 일하는 사카타 다이 CBO와 6월 17일 서면 인터뷰했다. 사카타 CBO는 소프트뱅크가 로봇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답변지 곳곳에 ‘인류 행복’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로봇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창업 30주년이던 2010년 발표한 ‘소프트뱅크 신(新)30년 비전’에서 정보 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소프트뱅크가 나아갈 길이라고 했다. 우리는 기술 발전이 인류 행복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인간과 함께하는 로봇’은 그 행복을 불러오는 한 가지 방법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통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는 이유다. 머지않아 로봇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할 것이다. 로봇 기술이 다양한 사회 현안 해결에 활용되는 미래를 만드는 데 소프트뱅크가 앞장설 것이다.”

경쟁사가 많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가 그들보다 어떤 점에서 낫다고 생각하나.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2012년 설립된 이후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2만5000대 이상의 서비스 로봇을 운용해왔다. 로봇 비즈니스 기업으로서 경험과 애프터서비스 노하우를 충분히 쌓은 건 커다란 자산이다. 로봇 연구개발(R&D)과 제조 역량도 강점 중 하나다. 특히 자율주행 OS(운영체계) 기반의 AI 로봇에 관한 첨단 기술력을 보유했다. 인간형 로봇 ‘페퍼’의 기술 수준을 보면 공감할 것이다.”

인간형 서비스 로봇을 논할 때 페퍼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긴 하다.
“단순히 일찍 출시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페퍼는 등장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IBM의 AI 시스템 ‘왓슨’을 탑재해 스스로 학습 능력과 데이터를 발전시킨 덕분이다. 매장 영업, 금융 컨설팅, 교육, 가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페퍼가 사랑받는 비결이다. 물론 기술만으로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풍부한 표정과 감정 표현을 바탕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페퍼의 진짜 매력이다. 페퍼의 트레이드마크인 귀여운 외모와 몸짓은 이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하나의 캐릭터로 사랑받게 만든다.”


일본 도쿄의 한 카페에서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쿄의 한 카페에서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가 음료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국에서 정식 판매 중인 제품은 청소 로봇 ‘위즈’뿐이다.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앞으로 더 많은 로봇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위즈는 AI 기반의 청소 로봇이다. 사무실·호텔·백화점·병원·공항 등 각종 시설의 실내 바닥 청소를 목적으로 개발했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쓸모가 많은 로봇이다.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

확실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봇 수요가 늘어난 모양이다.
“비대면 시대에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예컨대 일본의 마트, 병원, 장기요양 시설, 시청 등에서는 직원 대신 체온을 측정해주는 페퍼를 투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관중으로 썰렁해진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페퍼 응원단이 사람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인 사례도 있다. 무의미한 이벤트가 아니다. 로봇이 인류 행복에 기여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식당 서빙 로봇 ‘서비’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찾는 이가 늘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 재난 상황에서 로봇의 역할과 가치를 살피고 있다.”

로봇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누군가는 실직으로 행복을 잃는 게 아닐까.
“로봇을 어떻게 조화롭게 쓰느냐는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드시 A가 들어온 만큼 B가 나가야 하는 식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청소 로봇 위즈를 예로 들자. 넓은 실내 공간을 단순히 반복적으로 청소할 때 위즈를 투입하면 기존 청소 인력은 세부적인 손길이 필요한 청소에 집중할 수 있다. 작업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마카오의 한 호텔은 87명의 청소 도우미가 매일 1시간씩 복도 청소에 시간을 써야 했는데, 위즈에 복도 청소를 맡긴 뒤로는 객실 청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홍콩 국제공항도 공항 내 넓은 공간 청소를 위즈에 넘긴 덕분에 기존 청소 인력은 디테일한 청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인력 해고 없이 말이다. 이런 게 로봇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 아닌가.”


plus point

“필요하면 사라”
로봇 강자 소뱅 비결은 손정의의 공격 투자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 시대가 오면 많은 산업이 재(再)정의될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싱귤래리티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손 회장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로봇이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 연례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30년 동안 5000개 회사와 제휴를 맺고, 소프트뱅크의 가치를 200조엔(약 2039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했다.

소프트뱅크가 2013년 프랑스 휴머노이드 개발 업체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인수한 뒤 로봇 전문 자회사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를 출범시킨 게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으로부터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일본 로봇 기업 ‘샤프트’도 사들였다. 당시 손 사장은 “스마트 로봇공학이 차세대 정보 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음식 서빙 로봇을 만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구글 개발자 출신인 한국인 하정우 대표가 세운 베어로보틱스는 서빙 로봇 ‘서비’를 시장에 선보였다. 양사는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 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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