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조끼 형태의 근력 보상 로봇 ‘벡스’.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조끼 형태의 근력 보상 로봇 ‘벡스’. 사진 현대차

기아 공장에서는 올해 안에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일하는 근로자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웨어러블 로봇은 군사용으로 개발돼 왔지만 제조 현장에도 투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가 도입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두 가지 형태로 조끼형 ‘벡스’와 의자형 ‘첵스’다. 벡스는 장시간 팔을 들어 올려 작업하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주는 근력 보상 로봇이다. 최대 5㎏f(킬로그램힘)의 힘을 내는데, 이는 일반 성인이 3㎏ 공구를 들어도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는 수준이다. 무게는 2.5㎏이고, 따로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첵스는 작업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무릎관절 보조 로봇으로 1.6㎏ 경량형이지만 최대 150㎏까지 지탱할 수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산업용 로봇이 절삭·조립·용접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머물지 않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까지 책임지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2017년 1547억원에서 2026년 5조6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기아를 시작으로 국내 제조 현장에 처음 투입되는 두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함께 개발했다. 산업용 로봇의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 업계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포드·BMW·아우디도 로봇 업체와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외골격 로봇을 도입했거나 시범 운용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월 13일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를 찾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약 1조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 중인 미국 로봇 전문 업체로, 자율주행과 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2012년 로봇 제작 업체 ‘키바’를 인수한 것도 물류센터에 투입할 로봇을 자체 제작하기 위해서다.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이송용 로봇 키바가 돌아다닌다.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담은 박스(토트)를 특정 구역까지 옮기는 역할을 한다. 6월 14일에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될 새로운 동료 로봇 ‘어니’가 공개됐다. 로봇 팔 모양을 한 어니는 키바가 가져온 토트를 꺼내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작업자가 직접 꺼낼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아마존 측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2025년까지 안전사고를 50% 줄이고, 이를 위해 올해에만 관련 프로젝트에 3억달러(약 339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온 일본의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독일의 쿠카(중국 메이디가 2017년에 인수), 스위스의 ABB 등 글로벌 ‘빅 4’도 산업용 로봇의 혁신을 이끈다. 화낙은 자동차,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공장에 투입된 로봇의 전력량, 떨림 및 진동, 운행 주기 등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수집하고,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6년엔 미국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와 기술 제휴에 나서기도 했다.

이승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응용연구 부문 연구원은 “산업용 로봇 기업들이 단순히 로봇 하나의 피지컬 능력 개발에서 나아가 수백 개의 로봇이 투입된 공장 전체를 하나로 보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영준 비거라지(B Garage) 창업자
“드론으로 축구장 3개 크기 창고 재고 조사…정확도 만점”

전준범 기자

김영준 비거라지(B Garage) 창업자 카이스트 전산학, 미국 스탠퍼드대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전 네오위즈·구글·오라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김영준 비거라지(B Garage) 창업자 카이스트 전산학, 미국 스탠퍼드대 항공우주공학 석·박사, 전 네오위즈·구글·오라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비거라지(B Garage)는 한국인인 김영준 대표가 2017년 미국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하늘을 나는 로봇’인 드론을 띄워 물류창고의 재고 현황을 조사하는 일을 한다. 미국 물류 업계에서 비거라지는 ‘핫’한 드론 업체로 주목받는다. 높은 조사 정확도 덕분이다. 재고 조사에 드론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들 땐 미국 물류창고가 축구장 세 개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상당수 창고가 외딴곳에 있어 만성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점도 드론의 등장을 물류 업계에서 반기는 이유다. 6월 11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 대표는 최고의 자율비행 드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처음부터 재고 조사를 염두에 뒀나.
“아니다. 내 최대 관심사는 자율비행 드론이었다. 2017년 창업 후 미국의 한 물류 회사 CTO(최고기술책임자)로부터 드론을 활용한 물류창고 재고 조사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물류 생태계를 들여다봤고,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포인트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나.
“사람이 하는 재고 조사의 정확도가 90% 이상이긴 했으나 100%에 가깝지는 않았다. 90% 넘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현장에 가보면 다르다. A라는 제품이 실제로는 품절인데 물류창고에는 재고가 있는 거로 잘못 체크됐다고 치자. 고객사는 제품이 있다는 말에 운송 차량을 보내고, 물류창고는 있지도 않은 물건을 찾느라 진땀 흘릴 수 있다. 엄청난 시간·돈 낭비다. 신뢰도 깎인다.”

드론의 조사 정확도는 사람보다 나은가.
“99% 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드론의 카메라가 모든 제품 사진을 찍어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많은 물류창고 크기가 축구장 세 개를 합친 수준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높이도 엄청 높다. 인간의 눈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물류창고 대부분이 주거지와 동떨어져 있다. 일할 사람을 충분히 구하는 것부터가 미국 물류 업계에는 난제다.”

드론의 실내 비행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맞다. 하지만 동시에 경쟁사와 기술력 차이를 입증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비거라지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하드웨어(드론)도 직접 만든다. 사용 목적에 최적화된 기체를 만든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상호 호환성도 뛰어나다.”

코로나19는 회사에 어떤 영향을 줬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온라인 기반의 실시간 유통 시스템을 뜨겁게 달구는 계기였다. 이제 물류는 ‘자동화’와 ‘실시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드론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자율비행 드론 개발사로 성장하고 싶다. 물류 외에 자동화를 요구하는 많은 분야에 비거라지 드론을 투입하는 미래를 그린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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