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힐 영국 킹스턴대 경영대 교수 ‘높은 성과를 위한 센터(Centre for High Performance)’ 공동 창설자, 전 듀크대 경영대 방문교수, 전 옥스퍼드대 그린 템플턴대 연구원 사진 킹스턴대
알렉스 힐 영국 킹스턴대 경영대 교수 ‘높은 성과를 위한 센터(Centre for High Performance)’ 공동 창설자, 전 듀크대 경영대 방문교수, 전 옥스퍼드대 그린 템플턴대 연구원 사진 킹스턴대

필자가 운영하는 연구 공동체인 ‘높은 성과를 위한 센터(Centre for High Performance)’에는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조직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나는 이들이 도전 앞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코로나19 이전과 지금 모두 동일하게, 결국 조직이 오래 살아남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신념(stable core)’과 ‘파괴적 경쟁력(disruptive edge)’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즉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위기를 딛고 장수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결국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변화무쌍한 세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신속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위 두 가지 덕목은 2018년 당시 필자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하는 경영 잡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100년을 살아남는 성공적인 조직’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하면서 소개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당시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84개 기업의 리더 537명과 공유했고 그들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반문했다. 그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이 장수하기 위해 기업이 자문해야 할 질문 12가지를 발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신념에 대해서는 6가지를 물어봤다. 안정적인 목표 의식과 관련해 △당신이 바꿀 수 있는 신념이나 행동은 무엇인가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 △미래 근로자가 될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 안정적인 리더십과 관련해 △조직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권력을 후임자에게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 안정적인 개방성과 관련해 △누가 당신의 조직을 찾아 탐구하도록 할 것인가 △당신 조직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경쟁력에 대해서는 다음 6가지를 물어봤다. 파괴적인 전문가와 관련해 △외부 전문가를 어떻게 영입할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전문가는 누구인가, 파괴적 예민성과 관련해선 △어떻게 매일 발전할 것인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어떻게 분해해볼 것인가, 파괴적 사고와 관련해 △다양한 조직원이 서로 어떻게 교류하게 할 것인가 △조직원이 어떻게 가족같이 지내게 할 것인가.

코로나19 시대에 2018년에 발표했던 이러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 앞에서 조직이 너무 많은 변화를 빠르게 이행하려고 하면서, 기업 리더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나 신념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좋은 기업은 이럴 때일수록 다시 핵심, 즉 본질로 되돌아간다. 이는 수많은 장수 기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학 등 교육기관과의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았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더 나은 인재를 회사에 데려오기 위해선 연구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함을 잘 인지하고 있다. 필자가 연구한 우수 기업 84곳은 자사의 신념을 연구해 책과 보고서,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장기적으로 회사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해 지속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기업이 자사의 목표,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제한된 예산 내에서, 경제가 다시 풀리고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을 때, 누구를 지지하고 보호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만드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것이다. 이 때문에 결국 보다 날카로워진 소비자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 결국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 기업의 신념을 더 갈고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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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효율적 조직 관리 필수

코로나19 이후 파괴적 경쟁력 중 전문가와 조직 관리에 대한 부분이 더 강화됐다. 2018년에 필자는 장수하는 조직은 직원의 70%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받고, 기존 구성원이 새로운 사람과 일할 기회를 계속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직이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 통제력을 잃을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년 이상 된 장수 조직의 89%는 300인 이하의 직원을 데리고 있었다.

이러한 덕목은 코로나19 시대에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간접 비용과 고정비 지출이 계속 늘고 있는 위기에서 조직은 빠르게 상황에 적응하고, 발전하고, 유연하게 행동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최소한의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 핵심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은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별도의 독립된 조직으로 기업 분할시켜야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스핀오프(spin off·특정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갖고 창업하는 것)가 좋은 사례다. 우주 산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NASA라는 큰 조직이 모두 관리하고 비용을 떠안을 수는 없다.

따라서 NASA가 매년 투자해 개발한 기술들을 업계와 사용권 계약을 맺고,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해준다. 운동화, 선글라스 등 다양한 우주기술을 NASA가 자체적으로 모두 떠안는 것이 아니라 민간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효율적이고 현명하면서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특히 100년 이상의 장수 조직이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사회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탄탄한 신뢰를 쌓아 왔고 살아남은 조직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다. 오랜 기간 이들 조직은 전쟁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들의 과거는 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 이들의 과거를 보면 우리는 미래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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