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와 객실 청소원 12명 구하는 데 너무 힘드네요. 고객은 크게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이탈리아 아드리아해의 해변 휴양도시 리치오네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스테파노 길리오도리가 6월 2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이탈리아 호텔 이익단체인 페데랄버기의 알렉산드로 마시모 누카라 사무총장은 호텔 인력의 10%인 5만여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추정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에 인력 부족이 장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미국의 유명 핫도그 체인 ‘포틸로스’는 연내 6개의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지만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닉 스카피노 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은 6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좋은 입지를 찾고 멋진 매장을 지을 수 있지만 문제는 함께할 사람을 찾을 수 있느냐”라고 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업 채용 공고는 930만 건 올라왔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고용이 이뤄진 것은 610만 건으로 310만 개의 일자리가 공석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6월 초 90% 이상의 기업들이 인력 부족으로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충격에서 주요국 경제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이라는 복병을 만나고 있다. 호텔·식당 등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배경을 추적하다 보면 복합적인 원인 중 하나로 일을 하지 않고, 직업교육이나 훈련을 안 받는 무직 청년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을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5~29세 중 니트족 비율이 23%로 가장 높고, 미국도 젊은이 5명 중 1명이 니트족이다.

니트족은 청년실업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취업 단념자도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다르다. 니트족 용어는 1990년대 영국에서 쓰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가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그룹을 돕기 위해 만든 조직에서 1999년 학교 밖 10대 청소년을 지칭할 목적으로 니트라는 용어를 처음 공식 사용했다. 일본도 1990년대 초반부터 니트족에 해당하는 ‘젊은 무업자’에 대한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20년’ 장기 불황이 시작된 시점이다. 니트족은 나라마다 분류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1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팬데믹에 취업문 급변…니트족 재조명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니트족이 또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올 6월 국제노동기구(ILO)가 펴낸 ‘세계 고용과 사회 전망 트렌드 2021’ 보고서에 따르면 33개국 중 24개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젊은층(15~24세) 가운데 니트족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전 세계 젊은층이 차지한 일자리가 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성인 일자리 감소 폭의 2.5배 수준이다. 보고서는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며 니트족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놓친 기회는 일생에 걸쳐 미래의 취업 기회와 능력 증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팬데믹 이후 니트족 증가는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CEPR)는 지난해 미국 내 20~24세 가운데 니트족 비율을 20.09%로 집계했다. 2019년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올해도 1분기 미국 내 니트족은 381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74만 명 늘었다. 영국도 16~24세 니트족이 9년여 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니트족은 2020년 4분기 79만7000명으로 전분기보다 3만9000명 늘었다. 분기 기준 2011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

중국에서는 청년들의 자발적 실업을 뜻하는 탕핑(躺平)주의가 니트족 증가를 대변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6월 14일 “중국 대도시 화이트칼라 노동자, 대학생 등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자신이 탕핑족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탕핑은 ‘바닥에 평평하게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생존만 유지하는 생활방식이다. 지난 4월 한 청년이 안정적인 직장 없이 매달 200위안(약 3만6000원)으로 생활한 비법을 공개한 글이 화제를 일으키며 퍼진 용어다. 그는 “열심히 일해봐야 사회 시스템과 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매일 996 근무(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 건 병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팬데믹이 니트족 증가세를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국내 니트족은 역대 최대인 43만6000명으로 2019년보다 24% 늘어났다. 니트족은 2016년 26만1800명을 기록한 후 매년 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팬데믹 탓에 2016~2019년 증가율 평균치(10%)를 2배 넘게 웃돌았다. 니트족이 15~29세 청년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9%로 1년 전에 비해 1% 포인트 올랐다.

WSJ,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팬데믹 경기회복 국면에서 부각되고 있는 인력 부족 배경으로 크게 △실업급여 확대 △육아 문제 △코로나19 감염 불안감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 증가 등을 꼽는다. 팬데믹 이후 니트족 증가 트렌드와도 무관치 않은 요인들이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는 6월 트위터에 “실업급여가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며 예산이 기업 법인세를 낮추거나 고용 비용을 줄이는 데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6월 28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매월 50만원씩 받을 수 있는 청년층 재산 기준을 7월부터 3억원에서 4억원 이하로 완화하기로 하자, 실업수당을 늘리기보다 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유행 중인 탕핑주의를 상징하는 그림. 사진 웨이보
중국에서 유행 중인 탕핑주의를 상징하는 그림. 사진 웨이보


니트 장기화 방지해야… 부모 세대 부담

니트족 증가는 기업의 구인난을 심화시켜 코로나19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가로막고, 기업은 물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인구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니트족 증가가 △청년의 재능과 잠재력 사장 △부모 세대 부담 가중 △사회적 비용 유발 △노동투입량 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젊었을 때 니트 경험이 미래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니트족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이 일반 구직자보다 6~24%포인트 낮고, 임금 수준도 3~10%포인트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니트족의 장기화가 경제⋅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장기 불황이 시작되면서 당시 취업 적기를 놓친 젊은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中央大) 교수는 “1990년대 초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했던 독신자 중 3분의 1 이상이 그대로 50세가 됐다”고 했다. 이들은 외부 세계에서 고립되면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했다. 2019년 구마자와 히데아키 전 일본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이 40대 히키코모리 아들을 살해한 사건 등은 니트족이 장기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니트족 문제의 장기화는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도 무관치 않다. ‘이코노미조선’이 니트족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해법을 모색해보는 ‘코로나발 니트족’을 기획한 이유다.

안상희·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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