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김수련(23)씨는 2020년 10월 3일 재미 삼아 ‘틱톡’에 자신의 춤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웬일. 영상을 올린 지 3일 만에 60만 뷰를 기록했다. 광고 문의도 들어왔다. 이후 김씨는 꾸준히 틱톡에 자신의 춤 영상을 올리고 있다. 물론 광고로 돈도 번다. 7월 28일 현재 김씨는 팔로어 33만8000명에 달하는 ‘틱톡커’로 성장했다.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춤을 콘텐츠로 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창작자)로 미래를 그릴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주요 소비자뿐 아니라 핵심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스털링 캠벨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지난 5월 ‘포브스’ 기고에서 “RPA(업무자동화소프트웨어) 등으로 전통적인 커리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MZ 세대가 창의적인 일자리로 몰려들고 있다”며 “스스로를 크리에이터로 생각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5000만 명 이상이다”라고 진단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크리에이터는 영상, 음악, 소설, 그림, 만화, 디자인, 팟캐스트 강좌 등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과거에도 크리에이터가 있었지만, 출판사, 음반사, 영화 제작사, 미디어 기업 등 제도권의 진입 문턱을 넘어야 했다. 하지만 2005년 유튜브의 등장과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카메라 기능이 강해진 스마트폰 보급 확대는 영상 창작자들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췄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유튜브에 접속하는 사용자는 22억 명을 넘어섰고,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 39억5000만 명에 이른다. 영상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공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생겨나며 “우리(개인)가 보고 읽고 듣는 모든 활동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세상이 됐다(‘유튜브 레볼루션’, 로버트 킨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스포티파이, 기존 오프라인 만화를 웹툰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사용자 누구나 게임을 개발·공유해 다른 사용자와 즐길 수 있도록 한 로블록스 등은 비전문가를 크리에이터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미국과 영국의 8~12세 어린이 가운데 30%가 유튜버로 대표되는 브이로거(Vlogger)를 꿈꾼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게 2019년이다. 크리에이터 대중화 시대가 열리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창작자 경제)’란 말까지 등장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로 돌아가는 유튜브 플랫폼 생태계가 2019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약 160억달러(약 18조7000억원)를 기여했고 이는 34만5000개 상당의 정규직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을 가속화했다. 팬데믹으로 늘어난 재택근무는 창작 콘텐츠 소비를 늘렸고, 전통 경제 위축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뮤지컬 등 오프라인의 창작 무대 위축은 온라인을 통해 창작 일자리를 찾는 공급자를 증가시켰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만 구독자가 각각 10만 명 이상과 100만 명 이상인 유튜브 채널이 5500여 개와 500개 이상으로 모두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 확장은 MZ 세대의 성장과 소셜미디어 및 NFT (Non 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 같은 기술 혁신이 뒷받침하고 있다. 일에서 재미와 열정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특성은 크리에이터 생태계 진입을 부추긴다. ‘나인 투 파이브 책상 업무에서 탈출’ ‘정장과 타이 벗기’ ‘통근은 없다’ ‘자신의 재능에 보상’, 2011년 설립돼 9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에게 4억6000만달러(약 5300억원)가 넘는 수입을 안겨준 미국 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굼로드 홈페이지에 뜨는 문구는 MZ 세대 크리에이터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갑’으로 대우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혁신 경쟁도 생태계 확산의 공신이다. 2013년 설립된 창작 콘텐츠 후원 플랫폼 패트리온을 통해 20만 명 이상의 미술가, 음악가, 작가 등이 700만 명에 이르는 팬으로부터 매년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패트리온은 크리에이터에게 수입의 88~95%를 안겨준다.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역시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90%에 이른다. 유튜브 같은 기존 대형 플랫폼들도 크리에이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5월 숏폼 영상 ‘쇼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확보를 위해 2022년 말까지 1억달러(약 1170억원)를 풀기로 했고, 앞서 틱톡은 작년 8월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 세계에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를 지원하는 크리에이터 펀드 조성에 들어갔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집중하는 플랫폼으로 흘러가는 벤처 자금도 급증세다. 크리에이터가 각종 강좌를 올리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카자비는 지난 5월 5억5000만달러(약 6400억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2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4일까지 크리에이터 생태계 스타트업에 흘러든 자금이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 유치액(4억6400만달러)의 세 배 가까운 수준이다. 

NFT 확산은 크리에이터가 ‘충성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무기’를 제공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의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복제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NFT의 확산은 크리에이터의 창작품은 물론 구독자에게만 주는 배지나 상장 등에 적용되면서 팬과 관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운동선수나 인기 연예인이 한정판 운동화나 음반을 내놓는 것과 같은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는 어도비나 사진 편집 앱을 운영하는 브이스코, 오디오 편집 플랫폼 스플라이스처럼 크리에이터의 창작을 돕는 업체들도 생태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의 성장과 함께 골드러시 시절 번창한 리바이스 산업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미래가 장밋빛만 있는 게 아니다. “크리에이터 계층에 중산층이 없다(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는 지적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유튜버의 97.5%가 플랫폼에서 얻는 연간 수입이 미국의 빈곤선(연간 1만2140달러)에 못 미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9세의 라이언 카지가 장난감 개봉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작년 5월 말 기준 1년간 2950만달러(약 345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성공 스토리 홍수 이면의 그림자다. 질 낮은 콘텐츠 범람의 문제도 있다.

물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본격화로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담당자, 전문가, 성공 유튜버를 통해 팬데믹 이후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단 크리에이터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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