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대 교수 비텐-헤어데케대 경제학 박사, 전 톰 피터스그룹 컨설턴트, 현 만하임대 글로벌가족경영센터장 사진 조선비즈 DB/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명예교수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전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사진 조선일보 DB
(왼쪽부터)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대 교수 비텐-헤어데케대 경제학 박사, 전 톰 피터스그룹 컨설턴트, 현 만하임대 글로벌가족경영센터장 사진 조선비즈 DB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명예교수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전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사진 조선일보 DB

일본과 독일은 세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기·전자 부품에 강점이 있고, 독일은 자동차 부품처럼 기계·화학 분야 산업 경쟁력이 높다. 세계 3, 4위 경제 대국인 일본과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강소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대부분 소부장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관련 산업의 역사가 깊다는 것 외에 장인정신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 제조 현장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가 있다. 독일은 직업교육을 기반으로 한 마이스터(Meister)라는 장인정신을 토대로 가족 경영, 세계 틈새시장 공략 등을 추구하는 중소·중견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가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12일 일본 모노즈쿠리 개념을 경영학계에 처음 소개한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명예교수와 독일 미텔슈탄트 최고 전문가인 빈프리트 베버(Winfried Weber) 만하임대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후지모토 명예교수는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을 역임했다. 베버 교수는 만하임대 글로벌가족경영센터장으로 독일의 소재 및 부품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에게 경영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일본과 독일의 소재·부품 경쟁력이 높은 이유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소부장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역시 긴 세월을 거쳐 수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축적하며 성장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수 기업을 보유한 국가인데, 이 장수 기업들을 살펴보면 소부장 기업이 꽤 많다. 하나의 소재·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이보다 짧은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빈프리트 베버 “독일은 철도, 자동차 등 모빌리티 혁신이 꾸준히 일어난 유럽의 핵심 국가다. 120년 전에도 수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경쟁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을 보면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졌다. 그러면서 지식 근로자의 기술이 계속 쌓여갔다. 독일의 자동차 등 기계 부품 경쟁력이 높은 이유다. 소재·부품 분야 경쟁력은 단기간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 보쉬가 1886년 설립된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역별로 고르게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된 것도 강점이다. 독일 기업은 지역 밀착 경향이 강하다. 자동차, 전기, 에너지, 화학 등의 기업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이는 지방정부 지원을 받고 그 지역 대학과 연구개발(R&D)을 협업하는 데 유리하다. 산업 중심지 몇 곳에 핵심 기업이 몰려 있는 다른 국가와 다르다.”


일본과 독일 모두 오랜 세월이 요구되는 장인정신을 중시한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일본의 소부장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모노즈쿠리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일본 기업 생산 현장 어디에나 존재하는 장인정신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물론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소재·부품 업체에도 모노즈쿠리가 있다. 일본 기업은 ‘좋은 생산 현장’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를 ‘모노즈쿠리 조직 능력’이라고 한다. 조직 능력은 조직 전체가 가지는 행동력과 지식의 체계를 뜻한다.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이, 그 개인이 퇴사하더라도 조직에 계승되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모노즈쿠리는 ‘좋은 제품 설계 정보’를 만들어, 제품이 개발·생산·판매되는 과정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기업의 시스템이다. 최고의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빈프리트 베버 “독일에는 장인,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 제도가 있다. 마이스터는 학교 수업과 현장 실무 교육이 병행되는 이원제로 운영된다.”


장인정신을 잘 실천한 기업 사례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일본 화학 회사 도레이다. 1926년 설립된 도레이는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도레이는 낚싯대, 스포츠용품에 이어 자동차, 항공기 소재를 개발했다.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도요타는 넓은 의미의 모노즈쿠리를 가장 잘 실천하는 기업이다. 도요타는 낭비를 최소화해서 원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독일에는 세계 시장을 누비는 소재·부품 중소·중견기업이 많다

빈프리트 베버 “중소·중견기업을 뜻하는 미텔슈탄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 성장을 추구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이런 목표를 갖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은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코끼리가 춤추는 곳에서 춤추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대기업이 노는 곳을 피하라는 뜻이다. 미텔슈탄트는 경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왔다. 또 독일만이 아닌, 유럽과 세계 시장을 공략했다. 직원 중심의 경영도 미텔슈탄트의 특징이다. 미텔슈탄트 내 관리자의 핵심 역할은 직원들을 돌보는 것이다. ‘돌본다’는 의미는 직원을 이해하고, 그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회사의 목표와 직원의 목표 그리고 일하기 좋은 환경이 합쳐지면 직원들의 재능과 창의력이 발휘된다.”


대(代)를 잇는 가족 경영도 일본과 독일의 공통점이다

빈프리트 베버 “가족 경영은 미텔슈탄트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독일에는 4000개가 넘는 가족 기업이 있고, 4대, 5대 후계자가 가업을 물려받는 일이 굉장히 흔하다. 그러나 가족 경영은 주의해야 할 점이다. 능력 없는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고, 미래 혹시 모를 가족 간 갈등을 대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빈프리트 베버 “1849년 설립된 독일 제조 업체 프로이덴베르크를 보자. 이 기업은 8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프로이덴베르크는 비상장 가족 기업으로, 현재 창업자 후손 330여 명이 주식을 분산 소유하고 있다. 프로이덴베르크는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주식을 팔 수 없게 한다. 가족 구성원에게만 팔거나 이전할 수 있다. 또 가족 구성원도 1인당 최대 2% 이내로만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주식이 다수의 가족 구성원에게 조금씩 분산돼 있어 가족 간 갈등이 생기더라도 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한국 수출 규제를 어떻게 보나

후지모토 다카히로 “정부와 정부의 충돌이다. 산업계는 냉정하게 본다. 전체 무역액으로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첨단 소재의 일본 수출이 정체된 부분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판단한다. 일본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한국에서 나오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반도체 제조)과 일본(반도체 소재·부품과 장비)의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건전한 무역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우선은 현 상황이 어느 정도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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