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전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 사진 오정근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현 한국기업경영학회 이사, 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문위원, 전 금융위 신용정보유통체계개편TF 위원 / 사진 이군희
왼쪽부터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전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전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 사진 오정근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현 한국기업경영학회 이사, 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문위원, 전 금융위 신용정보유통체계개편TF 위원 / 사진 이군희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뱅크 등이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통 금융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다양한 데이터로 무장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밀릴세라 대안 신용평가(구매 실적, 통신 기록 등 비금융 관련 디지털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열심이다. 대안 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이력이 부재한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함으로써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안 신용평가에 기반한 신용평가 시스템의 발전은 국내 금융 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금융 소외 계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이군희 서강대 경영대 교수와 8월 27일 대면·유선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이들은 대안 신용평가가 미래 신용평가 주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지만, 금융 소외자들을 위해 대안 신용평가가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수준은

이군희 “우리나라 신용평가 모델은 1990년대 후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금융사 간 개인 신용정보 공유가 되지 않아 신용카드 대란까지 벌어지자 국가가 주도해 신용 인프라 시설을 구축했다. 현재는 높은 수준의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시스템 덕분에 담보 대출과 블랙리스트 같은 네거티브 정보에만 의존하는 일본, 유럽에 비해 신용평가 수준이 훨씬 앞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신용평가 시스템을 계속해서 진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훌륭한 모형이 나오려면 모델보다는 정보가 중요하다. ‘데이터는 21세기 원유’라고 부르지 않나. 모델이 아무리 좋아도 데이터가 별로면 안 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안 신용평가 부문은 국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오정근 “국내 대안 신용평가 부문은 중국, 미국 등에 비해서 발전이 더디다. 중국 알리바바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의 경우 2017년에 이미 10만 개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3분 내로 대출 여부와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액대출 활용, 대중교통 이용 내역, 공과금·벌금 납부 이력, 직업, 학력, 주택 소유 여부, 소셜미디어(SNS) 인맥 등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자동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홍콩에 있는 외국계 은행도 8만 개의 정보를 활용해 대출 여부를 판단한다. 이들의 대안 신용평가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선(先) 허용 후(後) 보완’ 정책 같은 우호적인 규제 환경 덕분이었다. 우리나라는 뒤늦게 인터넷 은행이 생겼지만, 여전히 사방에 규제가 너무 많다.”


대안 신용평가를 굳이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정근 “금융 이력이 없는 신파일러(Thin filer·금융 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중·저신용 소상공인 등은 자녀 생활비에 보태주려고 금리 400%짜리 사채·일수를 빌려 막대한 빚을 지기도 한다. 10%대 중금리 시장이 열리면, ‘포용금융(사회적 약자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편으로는 당장 국민이 어렵다고 지원금을 뿌리면서, 한편으로는 대출을 막는데, 이는 능사가 아니다. 많은 이가 필요할 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안 신용평가를 발전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게 필요하다.” 

이군희 “청년이나 일부 서민들은 금융 기록이 없으므로 전통적인 신용 점수가 타당하지 못하고 정확하지 않다. 대안 신용평가는 이러한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낮은 대출이자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금융회사로서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 자산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대안 신용평가가 미래 신용평가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오정근 “미래 신용평가 모델이 될 거다. 기업 신용평가를 예시로 들면 회사의 재무제표만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가 주요 신용평가로 기능할 것이다.”

이군희 “대안 신용평가 시대가 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안 신용평가는 전통 신용평가와 같이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준인 ‘바젤협약’과 국내 감독 기준에 따르면, 은행은 대출을 거절할 때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AI는 의사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안 신용평가 기법이 부상되는 시점에 금융사가 유의할 점은

오정근 “전통 대형 금융사들은 현 금융 환경이 빅테크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고 성토한다. IT 기업들의 권한은 늘지만 은행 수준의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빅테크와 경쟁이 안 된다면 이유를 살펴보고 반성해야 한다. 전통 금융사 수장들은 서울 여의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고정비용을 쏟아붓고 앉아 있지만 말고, 서울 교외에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환골탈태의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

이군희 “SNS 등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가 취합될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은 차별을 막기 위해 성별과 인종, 지역, 나이에 대한 신용 점수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도 프라이버시와 차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추가로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 때 2~3년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장은 유의미한 통계가 나올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량 고객이냐, 불량 고객이냐만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추후 신용이 불량할 가능성이 몇 %인지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국가에서 대안 신용평가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오정근 “데이터 3법(개정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규제 위주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보호·활용위원회로 바뀌어야 한다. 규제는 우리나라 금융 산업 발전에 보틀넥(병목현상)이 될 것이다. 안타깝다. 물론 데이터를 활용할 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막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열람 시 기록을 남기게 하거나, 법적인 이유 없이 열람할 경우 처벌하는 등 데이터 보호가 필요하다.”

이군희 “지금처럼 모든 데이터를 개인에게 동의를 받아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대안 신용평가가 발전하기 어렵다. 국가가 개인 신용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할지와 활용할지를 법적으로 규정을 지어주는 게 필요하다.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동의’를 요구하는 방식은 개인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고객에게 포괄적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국가가 명확한 원칙을 공표하는 미국식 접근이 바람직하다. 대안 신용평가 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포괄적 동의를 허용하면서 원칙 중심의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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