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1달러(약 1200원) 상점 ‘달러 트리(dollar tree)’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매출이 늘었다. 달러 트리의 2020년 매출은 255억달러(약 30조원)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 새로 낼 매장이 전년(341개)의 두 배에 달하는 6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캐나다 투자은행(IB) RBC는 올해 초 “달러 트리의 가치와 편리함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다양한 소비재의 혼합 등이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1953년 설립된 달러 트리는 올해 미국 경제 잡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도 475위로 창사 68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와 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총매출은 2020년 31조7000억달러(약 3경8040조원)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의 위축은 글로벌 경제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충격을 반영한다.

위기 속에도 신흥 강자로 도약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포천이 1995년부터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와 영국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가 2007년부터 내놓고 있는 글로벌 500대 브랜드 리스트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실적과 브랜드 가치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순위에 사상 처음 진입하거나, 재진입한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글로벌 기업들이다.

포천은 매년 전년도 매출을 기준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포천에 따르면, 올해 8월 발표한 리스트에 45개 기업이 신규 진입(재진입 포함)해 기존 업체를 밀어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매출 기준 26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53개 기업이 교체된 것도 위기에 글로벌 기업의 지형 변화가 큼을 보여준다.

지난해 가장 먼저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항공이고, 오프라인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델타 에어라인 같은 항공사뿐 아니라, 스타벅스와 아디다스도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약국 체인 업체인 일라이 릴리,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식품 업체인 크래프트 하인즈, 국내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 등 코로나19 사태로 반사적 수혜를 입은 기업 18곳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브랜드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올해 1월 내놓은 글로벌 500대 브랜드에 신규 진입한 업체는 46개로 2007년 이 리스트를 집계한 후 가장 많았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자체 기준에 따라 시가 총액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5000개 기업 브랜드를 대상으로 15년째 매년 글로벌 500대 브랜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포천과 브랜드 파이낸스 500대 기업과 500대 브랜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팬데믹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반전시킨 기업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키워드 1│메가트렌드

우선 메가트렌드에 올라탄 기업들이 있다. 올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10개 업체’ 중 1위는 아마존, 2위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 4위는 중국 알리바바, 6위는 페이스북, 10위는 넷플릭스였다. 포천의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 순위는 해당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춘 곳 가운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정보기술(IT) 분야 하드웨어 기업들의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애플은 6계단 뛴 6위, 삼성은 4계단 뛴 15위, 화웨이는 5계단 상승한 44위였다.

반면, 한때 상위 그룹 단골 주자였던 석유화학 기업 등은 탈탄소 추세에 순위가 낮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전년보다 8계단 하락한 14위, BP는 10계단 떨어진 18위, 로열더치셸은 14계단 내린 23위였다.

과거 대부분 상위에 랭크되었던 자동차 회사들은 팬데믹 초기 자동차 판매 감소 등으로 전반적으로 순위가 낮아졌다. 9위 도요타자동차는 전년보다 한 계단 상승했지만, 10위 폴크스바겐은 3계단 하락했으며, 다임러도 4계단 하락했다. 전기차 대세를 반영해 테슬라가 392위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처음 진입했다.

브랜드 순위에서도 빅테크의 약진은 메가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브랜드 파이낸스가 글로벌 500대 브랜드를 발표한 첫해인 2007년 1위는 코카콜라,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 3위는 시티뱅크였다. 올해는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공룡이 각각 1, 2,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신규 진입한 곳은 팬데믹 기업 가치 평가 호재를 입은 S&P 글로벌(204위)과 온라인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350위), 코로나19 백신 수혜를 입은 화이자(494위)를 비롯한 46개 사였다.


키워드 2│G2의 약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의 변화는 글로벌 경제 지형도의 변화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의 약진이 그것이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미국과 중국의 기업은 총 257개로 다른 193개국의 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업을 올렸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거셌다. 중국은 2003년 한국, 2011년 일본, 2019년 미국을 추월해 가장 많은 글로벌 500대 기업이 있는 나라가 됐다. 중국은 올해 발표 리스트에서도 135개 사를 올려 2년 연속 미국을 앞섰다. 올해 미국은 122개 사였다. 하지만 국가별 기업들의 매출은 미국 9조6500억달러(약 1경1580조원), 중국 8조9200억달러(약 1경704조원)로 여전히 미국이 앞섰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에서 2009년 중국에 GDP 규모에서 밀려 3위로 떨어진 일본은 글로벌 기업 지형도에서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1995년 149개에서 지난해 53개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수가 급감했다. 1995년 첫 발표된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1~4위는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이 차지했었다.


키워드 3│“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

미국 소비재 업체 3M은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인공호흡기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인공호흡기 수요가 폭증했을 때 미국에 두 개의 시설을 추가했다. 그 결과, 몇 개월 만에 N95 인공호흡기를 수백만 대 더 생산할 수 있었다. 3M이 올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전년보다 7계단 높은 382위에 랭크된 배경에는 발빠른 공급망 대응이 있었다. 팬데믹,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부과,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세계의 공장’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베트남과 태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멕시코와 폴란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가 빨라지는 추세다.

포천이 글로벌 500대 기업을 처음 발표한 1995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27년간 순위에 오른 기업은 월마트 등 156개이고,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두 회사뿐이다.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생존이 쉽지 않음을 웅변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신흥 강자로 부상한 기업들을 조망했다. 경영 산업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기업이 향후 생존을 넘어 성장하기 위한 조언도 들었다.


plus point

한국 기업의 글로벌 500대 기업 진퇴史

한국의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은 올해까지 27년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1995년 명단에 한국은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을 비롯해 8개 기업을 올렸었다. 당시 한국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는 현재 해체된 대우그룹(52위)과 현대건설(189위)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221위, 한국전력은 343위였다. 올해 포천 글로벌 500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15개로 약 두 배 성장했다. 삼성전자(15위), 현대자동차그룹(83위), SK(129위), LG전자(192위), 기아자동차(215위), 한국전력(222위), 포스코(226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기업 수에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9개)을 제외하고 10년간 11~13개로 큰 변동 없이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5년 이후 15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 가치로 본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한국은 삼성이 32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서, LG(122위), 현대(154위) 등 3개에 불과했다. 올해 발표된 리스트에 한국 브랜드는 삼성(5위), 현대(70위), SK(78위), LG(92위) 등 10개로 늘었다.

김문관·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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