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이날 선택이 대한민국호(號)의 5년 향방을 가른다. 대선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양강(兩强)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보자. 새해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을 포함 이탈리아(1월), 프랑스(4월), 브라질(10월), 중국(10월) 5개국에서 새 지도자를 맞이한다. 이탈리아는 상징적인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뽑고,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실시된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심판 역할을 하는 중간선거가 오는 11월 열린다. 2021년에는 미국(조 바이든 대통령)과 독일(올라프 숄츠 총리), 일본(기시다 후미오 총리), 이탈리아(마리오 드라기 총리), 캐나다(쥐스탱 트뤼도 총리 3연임)가 새 리더를 맞이했다.

국가 리더는 국운(國運)을 좌우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같은 위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빨라지는 기회가 교차하는 요즘 상황에선 더 그렇다. 글로벌 시대, 주요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는 자국의 흥망성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 정치·경제의 지형 변화를 예고한다. ‘이코노미조선’이 ‘2022 글로벌 뉴 리더’를 기획하고 주요국의 대선 전망과 위기에 강한 국가 리더십의 조건을 들여다본 이유다.


위기 속 소통에 능한 강한 리더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에선 강한 지도자와 큰 정부 리더십이 등장했다. 멀게는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가깝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국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중심으로 한 큰 정부가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팬데믹으로 망가진 경제·사회 회복을 위해 빠르게 적재적소에 자금을 투입하고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려면 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해 1월 말 이탈리아 대선에서 총리 취임 1년도 안 된 마리오 드라기의 역할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맡아 과감한 경기 부양책으로 남유럽 재정위기 극복 능력을 인정받았다. 오는 4월 연임을 노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 패권전쟁 중인 미국과 중국에 밀리지 않는 ‘강한 프랑스’, 나아가 ‘강한 유럽연합(EU)’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프랑스는 2022년 상반기(1~6월) EU 순회 의장국을 맡는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는 리더가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국민과 소통에도 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 전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국가를 꾸리고 이끄는 일은 끝없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라며 대통령의 권력을 ‘설득하는 권력’이라고 정의했다.

빠른 결정과 대응도 위기 리더십의 조건이다.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위기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는 “재난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상사태가 터질 경우를 대비해 맞춤형 매뉴얼을 준비하는 등의 관료적인 행태보다 차라리 모든 사태에 대해 호들갑에 가깝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팬데믹 대응 실패한 리더십

팬데믹은 위기 대응에 실패한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연임에 도전했을 때 바이든에게 패한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주요 패배 원인으로 팬데믹 이후 경제 악화, 보건 문제 등을 꼽는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비슷한 처지에 빠진 건 아이러니다. 2021년 12월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국정 수행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첫 임기 연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의석이 줄고, 바이든 정부의 남은 2년이 심각한 위기를 맞는 등 미국 정치 지형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 문제를 공격적인 외부 행보로 풀려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들어 중국과 패권경쟁 등 외교 정책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브라질 대선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팬데믹 대응 실패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엿보인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경제 호황을 이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제러미 수리 미국 텍사스대 역사학과 교수는 저서 ‘불가능한 대통령 자리(the impossi-ble presidency)’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혼자 모든 걸 하는 것도, 모든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며 대통령직을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했다. 국가 경영에 협치가 필요하며, 유능한 인재를 뽑고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는 인사(人事)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도 “전환기 조선시대 태종의 리더십을 돌아볼 때”라며 “태종은 인사를 잘하면 민심도 결국 돌아온다고 믿었다. 이전 정권 사람도 능력이 있다면 중용했다”고 했다.

미국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국가 리더는 과거의 관습과 통념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공통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국민의) 결속을 다지고, 미래 비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서 사이어 미 카시지대 국제정치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위기 속 리더십에 대해 “침착하고 냉철하면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美 역사학자 굿윈의 위기 극복 리더십
“현실주의와 낙관주의 사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라”

도리스 컨스 굿윈 전 하버드대 교수. 사진 블룸버그
도리스 컨스 굿윈 전 하버드대 교수. 사진 블룸버그

“국민의 사기를 되살리고, 현실주의와 낙관주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라.” 미국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 전 하버드대 교수가 저서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에서 강조한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다. 그는 리더는 현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국민에게 사실 그대로, 진실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불안감만을 주면 안 된다. 희망도 심어줘야 한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밖에 없다”고 했다. 도리스 컨스 굿윈 전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강의해 왔다.

그는 “목적과 방향을 공유한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위기는 정부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극복하는 것이고, 이럴 때 보다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를 여과 없이 전해 들을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시행하라” “필요하면 신속히 방향을 전환하라” 등도 그가 강조하는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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