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지난 2년간 해외여행을 못 갔던 직장인 김희영(33)씨는 오는 8월 하와이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정부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추진 일환으로 3월 21일 자로 국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7일)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정부 발표 후 서둘러 항공권을 알아봤지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였다. 김씨는 할 수 없이 190만원을 내고 하와이 왕복 직항 티켓을 끊었다. 김씨는 “점점 해외 항공편이 늘어난다고 해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로 인해 항공권이 더 오를 것 같았다”라며 “그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 정도 비용은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례2 | 세계 최대 공유숙박 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예약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로 인한 워케이션(worcation·일+휴가) 등 새로운 트렌드 세 가지를 포착했다. △원격 근무로 인한 ‘장기 숙박’ △독특한 숙소를 찾는 ‘여행지의 다변화’ △원격 근무가 늘면서 언제든 여행할 수 있는 유연함이 생긴 ‘여행 기간의 분산’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과 11월 ‘유연한 여행’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에어비앤비는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이런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유연한 예약일(자유로운 일정)’ ‘유연한 숙소 매칭(유연한 검색 결과)’ ‘유연한 여행지(여행지를 특정하지 않은 검색)’ 등 새로운 검색 방식을 도입했다. 


‘포스트 코로나’가 성큼 다가오면서 나타나는 풍경들이다. 모두 해외여행 회복에 대한 기대와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여행∙레저 패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확진자 규모가 하락세로 바뀌면서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 정부는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를 3월 21일부터 전격 면제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오미크론 정점이 지난 유럽·미주, 동남아 등 관광 국가 위주로 무격리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도 앞으로 3단계에 걸쳐 정상화된다. 5·6월에는 국제선 정기편을 매월 주 100회씩 증편하고 7월부터는 매월 주 300회씩 늘린다. 이런 스케줄에 따라 정부는 올 연말까지 국제선 항공편이 팬데믹 이전의 50% 수준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는 ‘보복 소비’로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상은 적중했다. 현대홈쇼핑이 3월 27일 올해 처음으로 해외여행 상품 방송을 진행하면서 선보인 ‘하와이 4박·5박 패키지’ 상품은 방송 시작 1시간 만에 약 6000건의 주문예약이 몰리며 완판됐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20년 해외여행 건수는 2019년에 비해 73% 감소했으며, 2020년 국제 관광 산업은 2019년 대비 2조4000억달러(약 2922조4800억원)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해외여행 분위기는 일 년 만에 정반대가 됐다. 글로벌 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이 지난해 말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외여행 지출은 지난해 대비 93.8%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여행 회복이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코노미조선’이 ‘여행·레저 뉴노멀’을 기획한 배경이다.


팬데믹이 낳은 해외여행 새 트렌드

김진성 여기어때컴퍼니 전략총괄(CSO) 부사장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다니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자유 여행 비중이 막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윤 와그 대표도 “각자 여행을 떠나는 목적과 방식이 다양해졌다”라며 “누구는 후지산을 보기 위해, 누구는 스시를 먹기 위해 일본에 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여행 플랫폼과 상품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여행·레저 업계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도 팬데믹 이후 해외 관광을 바꿔놓고 있다. 여행·레저 산업에서의 DT란 예약 등이 모두 자동화되는 것이다. 비대면이 익숙해진 사회가 되면서 국내외 여행지의 가게나 시설물도 DT에 한창이다. 판매자와 이용자 모두 팬데믹 기간에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DT의 효율성을 경험한 덕분이다. 


밖에서 즐기는 新여행·레저

골프와 캠핑 등 신(新)레저가 부각된 것도 코로나19 이후의 새 변화다. 2030세대를 필두로 골프장과 캠핑장을 찾는 인원이 늘어 ‘골린이(골프+어린이·골프 초심자)’ ‘캠린이(캠핑+어린이·캠핑 초심자)’ 전성시대로 불릴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여행과 레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야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직장인 이승진(31)씨는 “코로나19로 심심하던 차에 골프를 배워 친구와 라운딩을 나간다”라며 “골프에 재미를 느껴 팬데믹이 끝난다고 해도 골프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한석희(48)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캠핑을 즐겼는데, 이제는 캠핑이 취미가 돼 캠핑 장비를 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무너지는 ‘여행의 일상화’가 만연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긴 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생활반경 내에서 노트북을 들고 호캉스(호텔+바캉스)와 워케이션을 즐기고, 레저와 여행까지 한 번에 누리는 형태가 인기를 끌었다. 이 흐름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원격 근무 시스템이 충분히 검증됐고, 아마존·포드·메타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은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는 2021년 자전거, 골프, 축구, 캠핑 등 스포츠·레저 카테고리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115% 증가해 122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여가 활동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캠핑 인구는 700만 명을 돌파했다. 10년 전보다 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6년 1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캠핑 시장은 2020년 4조원을 넘어섰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1년 북미 캠핑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북미 지역 전체 캠핑 인구 중 2020년에 처음 캠핑을 시작한 비율은 21%로, 지난 5년 중 가장 높았다. 골프 인기도 만만찮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골프장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는 7조66억원, 골프 인구는 약 514만 명으로 추산된다. 1년 새 골프 인구는 44만8000명이나 늘었고 2030 골프 인구는 2019년보다 35% 늘어난 115만 명으로 파악됐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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