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맨앞)이 야외에서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대한자전거연맹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맨앞)이 야외에서 지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대한자전거연맹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고려대 경영학, 현 한국무역협회장, 전 LS그룹 회장,전 한국발명진흥회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고려대 경영학, 현 한국무역협회장, 전 LS그룹 회장,전 한국발명진흥회장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기업 경영과도 비슷하다.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지게 돼 있다. 항상 목표를 잡고 앞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목표가 없는 삶이나 기업은 발전할 수가 없다.”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은 4월 18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자전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LS그룹의 이사회 의장이자 한국무역협회 회장인 구 회장은 국내 자전거 발전을 이끈 자전거계 선구자로 유명하다. 구 회장은 2009년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에 취임한 이후 4선 연임에 성공하며 14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비인기 소외 종목이었던 자전거 체육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일반인에 대한 자전거 안전교육을 상설화 했고, 자전거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 정책 등을 펼쳐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9월에는 세계사이클연맹(UCI)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사실 구 회장은 수준급의 사이클 실력자다. 그는 2002년 아시아인 최초로 트랜스 알프스 마운틴 바이킹 대회를 완주했다. 트랜스 알프스란 사이클을 타고 해발 3000m대의 알프스산맥 봉우리를 18개나 넘어야 하는 죽음의 랠리로 꼽힌다. 총 650㎞의 거리를 7박 8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재계 일각에선 LS그룹을 세계 최고의 전선 업체로 키울 수 있었던 동력이 구 회장의 자전거 철학에 기인했다는 이야기도 많다. 구 회장은 “하루에 백두산(해발 2744m)을 한두 개씩 넘는다는 마음으로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고) 끊임없이 페달을 밟았다”며 “오르막이 있으면 언제나 내리막이 있고, 목표를 정하면 멈추지 않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법을 자전거를 통해 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회장님의 자전거 사랑이 유명하다.
“네 살 때 처음 자전거를 처음 탔고, 중학교 1~2학년 때 통학을 자전거로 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인이 돼선 자전거를 꾸준히 타지 못했다. 그러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건강과 자기 관리를 위해 자전거를 다시 탔다. 자전거 입문은 산악자전거(MTB)로 시작했고, 지금은 로드바이크를 타고 있다. 자전거 사랑에 빠진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단 자전거를 타니까 좋아서 계속 타는 거다.”

평소 자전거를 얼마나 이용하나.
“일주일에 2~3회씩은 자전거를 타고 있다. 예전엔 하루에 70~80㎞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보통 자전거를 한 번 타면 3~4시간은 기본이다. 많이 달리면 하루에 8시간 동안 달린다. 최근엔 230㎞ 거리를 8시간에 주파했다. 서울에서 전남 광주 정도의 거리다. 자전거는 타면 탈수록 하체 근력이 발달하고 심장부터 폐까지 전신 운동이 된다. 잔병치레가 없어진다는 점도 자전거 운동의 장점이다.”

자전거 선택 시 중시하는 것은. 
“승차감이다. 요즘은 자전거의 차체(프레임)가 크로몰리 소재로 만든 제품을 쓰고 있다. 철 소재에 크롬과 몰리브덴강을 합금해 제작하는 건데, 알루미늄보다 강도와 탄성이 매우 높아 충격 흡수가 잘 되고 승차감이 좋다. 예전엔 무거웠는데 요즘은 프레임의 튜브를 얇게 제작해 차제의 무게가 경량화됐다.” 

선호하는 국내 자전거 코스가 있나.
“북한강이나 섬진강 코스를 좋아한다. 참 아름다운 코스다. 강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풍경을 보면 힐링이 된다. 벚꽃 필 때 특히 좋다. 요즘은 양수리 코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계절도 느끼고 싶고, 사람들도 느끼고 싶어서 야외 라이딩을 좋아한다.”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사진 대한자전거연맹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사진 대한자전거연맹

팬데믹 이후 자전거 소비가 늘었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의 아웃도어(실외) 활동이 선호되면서 자전거 수요가 크게 늘었다. 특히 과거 40대 이상 중심이었던 자전거 소비층이 20~30대로 이동하면서 자전거 수요와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젊은층으로의 자전거 소비 확대는 지속적인 자전거 시장 규모 유지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자전거 문화 창출의 밑거름도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일반인들도 배달앱의 배달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전기자전거 수요도 크게 늘었다. 2019년 전기자전거의 연간 국내 판매량은 2만5000대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4만 대를 넘겼다.”

자전거 소비 증가로 나타난 경제 또는 산업적 효과는.
“자전거 여행 기반 서비스 산업의 발전이 가능해졌다고 본다. 자전거 로드를 따라 관광 소외 지역의 관광 서비스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한강이나 풍경이 좋은 외곽 지역에 자전거 도로를 따라 베이커리 카페가 생기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우리도 외국처럼 자전거 도로를 따라 캠핑 문화가 발전하면 지역 상생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런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전거 시장에서 공유 서비스의 등장도 큰 경제적 효과라고 본다.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 사업인 ‘따릉이’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서울 및 지방 도시에 공유 킥보드 사업도 확산 중이다. 궁극적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과거 자전거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 구독이나 공유 서비스 등과 같은 통합 솔루션 사업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는 특히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입장에서 향후 대표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어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자전거 수요가 늘었지만 유통되는 자전거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인건비 문제가 있어 국내 생산이 어려운 것이다. 가격 경쟁력 저하 문제가 생겨 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의 생산이 불가피하다. 자전거 제조 산업은 자동차와 비슷하게 다단계의 많은 중소 공급 체인망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도 국내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일본 시마노가 세계 자전거 부품의 70~80%를 독점하고 있는데, 국내 자전거 제조 산업이 이를 극복하기엔 어려움이 크다. 앞으로 전기자전거 시대가 본격화될 텐데, 한국은 배터리와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이 높기 때문에 전기자전거용 구동계 모듈 개발 등으로 한 번쯤 세계 시장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자전거 산업이 성장한 선진국은.
“일반 자전거 제조 산업은 중국 톈진이, 고급 스포츠 자전거는 대만 타이중과 중국 선전이 주도하고 있다. 브랜드 사업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데, 실제 산업 규모는 미흡한 수준이다. 이들 주도 국가나 도시의 핵심 역량은 역시 다단계의 공급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전기자전거 구동계 모듈 개발 산업이 크게 발전해 지금 전 세계 고급 전기자전거의 주도권을 이끌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전기자전거 모듈 시장에 뛰어들어 글로벌 전기자전거 시장의 리더가 됐다. 이는 후발 주자가 진입해 자전거 산업계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만든 좋은 사례다.”

자전거가 대중 스포츠로 인기를 높이려면. 
“자전거의 경우 경기를 관전하는 게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재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본인은 즐겁게 달리지만, 관전을 하는 입장에선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좀 재밌는 자전거 경기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키려고 노력했다. 그게 바로 비엠엑스(BMX)다. 비엠엑스는 변속장치가 없는 소형 자전거를 이용해서 프리스타일 곡예를 수행하는 자전거 경기를 말한다. 2023년부터 전국 소년 체전에서 비엠엑스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경륜·경정법을 개정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기존 법률에는 경륜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자전거 산업을 위해 사용한다라는 조항이 있었다. 문제는 자전거 선수나 체육계가 수익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입법상 미비였다.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이 된 이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일반인 자전거 교육을 실시한 이유는.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안전하게 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자전거연맹 차원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는 방법 등에 대한 무료 교육을 꾸준히 실시해왔다. 연간 450회의 자전거 안전교육을 실시했고, 자전거 교육 수료생을 총 1만8000명 배출했다.” 

향후 계획은.
“자전거 역사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해외 출장을 하던 중 왜 한국에는 자전거 전문 박물관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내가 직접 자전거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고, 현재 350점 정도를 모았다. 세계 최초의 자전거인 드라이지네(1817년), 첫 페달 자전거인 벨로시페드(1867년) 같은 희소한 가치를 지닌 자전거들도 모았다. 서울에 본관을 열고, 제주도에 별관을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기는 미정인데 부지만 확정이 되면 언제든 자전거 박물관을 열 생각이다.”


plus point

한눈에 읽는 자전거 역사

2018년 7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희귀자전거 전시회’에서 구자열 회장이 소장한 세계 최초 자전거 ‘드라이지네’가 대중에 공개됐다. 사진 대한자전거연맹
2018년 7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희귀자전거 전시회’에서 구자열 회장이 소장한 세계 최초 자전거 ‘드라이지네’가 대중에 공개됐다. 사진 대한자전거연맹

세계 최초의 자전거는 1817년 드라이스(Drais)가 만든 드라이지네(Draisine)다.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이 국내에 자전거 역사박물관을 열기 위해 수집한 희소 자전거 리스트에 포함된 자전거이기도 하다. 드라이지네는 모양이 지금의 자전거에 비해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개의 바퀴에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는 나무 지지대를 연결한 형태다. 페달이 없기 때문에 발로 땅을 밟아 줘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자전거 사용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한 건 1867년 페달 자전거인 ‘벨로시페드’의 발명 이후부터였다. 벨로시페드는 앞바퀴에 움직이는 페달을 만들어 단 최초의 자전거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자전거의 구조와 가장 비슷하다. 그런데 당시 유럽에서는 ‘오디너리(ordinary)’라는 형태의 앞바퀴가 아주 큰 자전거가 유행했다. 오디너리 자전거는 페달이 달린 앞바퀴가 클수록 더 먼 거리를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바퀴가 너무 커 자전거의 높이가 높았고, 탑승자가 중심을 잡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요즘의 자전거처럼 두 바퀴의 크기가 동일한 형태로 바뀐 것은 1874년 영국의 해리 로슨의 발명 덕분이었다. 그는 동일한 크기의 두 바퀴와 그 중간에 페달을 설치했다. 페달을 밟으면 앞바퀴가 아니라 체인이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자전거를 움직일 수 있게 개발했다. 현대 자전거의 모습을 거의 갖춘 건 이때부터다.

심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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