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 2021년 10월 28일(현지시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로고와 사명을 바꾼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은 메타(META)다. 창업 17년 만에 가치가 1012억달러(약 128조원)에 달하는 페이스북 브랜드와 맞바꾸는 실험을 한 것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브랜드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말했다. 리브랜딩(rebranding)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회사가 새롭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개발할 의도로 새로운 이름이나 로고, 디자인 등의 마케팅 전략을 재고(再考)하는 것을 말한다.

리브랜딩은 전통적인 산업 근간이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도래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빨라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2년 새 기아, SK, 삼성 금융 부문 등이 리브랜딩 흐름에 가세했다. ‘이코노미조선’이 리브랜딩 성공 법칙을 기획한 이유다.



외모·이름·분위기까지 ‘리브랜딩’

리브랜딩의 동기는 다양하다. 매출 감소, 고객 이탈, 재정 악화 등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부터 기업 인수합병, 경영진 교체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신규 시장 및 해외 진출 등 목표 시장 변화까지 범위가 넓다. 최근에는 신(新)소비를 창출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이코노미조선’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22 세계 브랜드 500위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의 리브랜딩 사례 특징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1│사업 영역 확장

기아자동차는 전기차를 넘어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2021년 기아(KIA)로 사명을 바꿨다. 던킨은 도넛만 파는 가게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브랜드명에서 ‘도너츠’를 뺐다. 스타벅스가 로고에서 ‘STARBUCKS COFFEE’를 삭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경된 로고는 미래 사업 영역을 아우르기 위해 심플하게 만드는 추세다. 다양한 조합과 형태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렉서블 아이덴티티(flexible identity)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2│부정적 이미지 해소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은 2021년 건강에 해롭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20년 만에 로고와 패키지를 바꿨다. 갈색, 빨간색, 녹색으로 구성색을 단순화해 신선한 재료와 직화구이가 생각나도록 특성을 살렸다.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는 유해성 소송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자 2001년 모기업 이름을 알트리아로 바꿨고, 영국 석유 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역시 2001년 BP로 이름을 바꾸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붙이기 위해 ‘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석유 너머)’이란 슬로건을 도입했다.


3│젊은 소비층 공략

2022년 4월 배스킨라빈스는 16년 만에 로고를 바꿨다. 중장년층의 추억을 젊은 소비층과 공유하고자 과거에 사용했던 갈색·흰색·분홍색 조합을 다시 활용해 레트로(retro·복고) 감성을 살렸다.

구찌, 루이비통, 생 로랑,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를 잡기 위해 유연성과 확장성 기반의 ‘지속 가능한 아이덴티티(sustainable identity)’를 만들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의외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위해 명품끼리의 협업도 과감히 시도했고, 기존에 있는 것에서 새로움을 재창조하는 전략을 썼다.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해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팬덤을 만들었다.


4│세계관 구축

구글은 인터넷 검색 사업을 뛰어넘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로 2015년 8월 모회사의 이름을 ‘알파벳(Alphabet)’으로 정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 리브랜딩한 사례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협업 툴(tool)로 사업 성격을 확장한 드롭박스, 대량 이메일 발송 서비스에서 마케팅 툴로 진화한 메일침프 역시 같은 이유에서 리브랜딩 전략을 사용했다.

5│미래 지향성 추구

삼성그룹 산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5개사가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를 4월 12일 선보였다. 미래지향의 금융생태계 확장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명이나 사명 변경 사례도 늘고 있다.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을 비롯해 PC 사업을 넘어 사물인터넷(IoT)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인텔 역시 미래 신사업을 아우르기 위한 리브랜딩을 마쳤다. SK그룹은 정체기에 접어든 ‘정유화학·반도체·통신’에서 ‘첨단소재·바이오·친환경·디지털’ 등 미래 4대 영역으로 이동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계열사 사명을 바꿨다.


“브랜드 핵심 가치는 바꾸지 말아야”

리브랜딩은 브랜드 노후감을 탈피하고 새로움을 부여한다는 의미의 ‘브랜드 리뉴얼(renewal)’ ‘브랜드 어드밴스(advance)’보다는 확장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리브랜딩=새로움’이라는 단편적인 공식에 매몰된다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고객의 향수(鄕愁)를 무시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1985년 봄, 젊은층을 겨냥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던 펩시에 대항하기 위해 콜라 생산을 멈추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뉴콕(New Coke)’을 출시했지만 돌아온 것은 40~50대 소비자의 거센 항의였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핵심 가치는 소비자가 경험한 추억인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브랜드 분야 3대 석학 장 노엘 캐퍼러 프랑스 파리경영대학(HEC) 교수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경영진 입장에서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지우고 싶어서 리브랜딩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지만, 맹목적으로 버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원하는 지향점이 무엇이고,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파악한 뒤 리브랜딩의 범위와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케빈 레인 켈러 美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
“리브랜딩, 비즈니스 전략과 비전 반영해야”

박용선 기자

케빈 레인 켈러 美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케빈 레인 켈러
케빈 레인 켈러 美 다트머스대 터크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 케빈 레인 켈러

“리브랜딩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성장 목표, 비전을 반영해야 한다.”

브랜드 분야 세계적 석학 케빈 레인 켈러(Kevin Lane Keller)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4월 20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 리브랜딩의 성공 조건으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리브랜

딩은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성장 계획을 세운 후 이뤄져야 한다”며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및 서비스가 훌륭한 브랜드를 만든다”고 말했다.

켈러 교수는 2015년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을 설립한 구글을 리브랜딩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는 “구글이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등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히면서 알파벳이 이런 새로운 사업을 포괄하는 그룹 차원의 ‘우산 브랜드(umbrella brand)’ 역할을 하고, 구글은 기존 검색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중 브랜드 구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랜드는 다른 영역과 너무 많이 연관되면 정체성이 흐려지고, 소비자 혼란을 야기한다”고 했다.

켈러 교수는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나서며 2021년 사명을 바꾼 메타를 예로 들며 “사명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은 보여줬지만, 그동안 쌓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는 “페이스북의 ‘메타 변신’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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