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가 지나면 사진이 사라지는 것으로 미국 10대에게 인기를 끈 소셜미디어(SNS) 스냅챗. 스냅챗 개발사인 스냅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스피걸(Evan Spiegel) 뒤에는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는 1990년생으로, 스탠퍼드대에 재학 중인 2011년 당시 21세에 스냅챗을 출시했다. 그는 페이스북(현 메타)과는 다른 SNS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스냅챗과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가 쏟아지며 SNS 시장에서 스냅챗은 신드롬을 일으켰다. 스냅챗 출시 2년 만인 2013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10억달러(약 1조3100억원)를 제시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스피걸 CEO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2011년 당시만 해도 스피걸 CEO는 ‘별종’으로 불렸다. 샛별처럼 나타나 페이스북을 위협할 정도의 SNS를 만들었는데, 나이가 매우 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90년대생은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주역이 되고 있다. 한국에도 널리 회자되는 90년대생 창업자들이 있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는 1990년생으로, 지난해 래디쉬를 카카오에 5000억원을 받고 팔았다.

또래가 대기업 입사를 염원할 때,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90년대생이 늘고 있다. 이들의 나이는 현재 23세에서 32세. 20·30대 초반에 이미 CEO가 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0세 미만 창업자의 기업 수는 2021년 18만3956개로 2016년 대비 57% 늘었다. 젊은 창업은 미국에서도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만 명당 20~34세인 새로운 창업자 비중은 2013년 0.18%에서 2020년 0.28%로 늘었다. 벤처 업계는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90년대생 창업자들이 앞으로 5~10년 내 스타트업 및 국내외 기업의 주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창업 신(新)주류 90년대생’을 기획한 배경이다.


국내 90년대생 창업자 특징은

90년대생에게 창업은 이미 익숙한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모바일 1세대를 보고 자랐다.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쿠팡·비바리퍼블리카(토스)·마켓컬리, 해외에서는 메타·아마존·구글의 성장을 목격했다. 스마트폰 발전과 맞물리는 아이템을 찾아 창업하면 어린 나이에 큰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창업 문화를 겪은 90년대생은 부모 세대가 말하는 ‘무조건 대기업’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성종현 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심사역은 “대기업에 충성하지 않는 건 젊은 사람들이 점점 더 똑똑해지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라며 “직장 생활만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이 어렵다는 걸 일찍이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90년대생은 트렌드를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인데, 90년대생은 MZ 세대의 ‘낀 세대’다. 이들은 다양한 특성의 세대층과 기술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폭넓은 소비자층,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력, 습득력이 빠르다. 광고를 집행할 때도 연예인 대신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나 유튜버를 쓴다. 한국이라는 나라도 트렌드 요소에 기여하고 있다. 마이크 김(Michael Kim·한국명 김진) 구글 스타트업 아시아·태평양 및 한국 총괄은 한국에 아이템을 출시하면 하루 안에 피드백이 온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라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습득했다. 부모 세대보다 해외 진출에 거부감이 없으며 영어가 익숙하다. 10대 때부터 유튜브와 메타, 구글 등 해외 서비스를 접했으며 유학과 어학연수 등 해외에 나갈 기회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 직접 소통하며 해외 파트너를 구한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 시장을 위해서만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그래서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실적을 잘 내거나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 이모티콘 플랫폼 스티팝의 조준용·박기람 공동창업자 겸 대표도 이런 경우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이모티콘 사용이 덜 활성화한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겨냥한 결과 현재 스티팝 서비스 이용자 2000만 명 중 90%가 해외에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젊음’이 자신들의 최고의 무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택에 제약 사항이 많지 않으며, 열정을 위해 에너지를 불태워도 될 체력이 뒷받침된다. 젊어서 다른 세대보다 실용적이기도 하다. 자신만이 옳다고 고집부리기보다는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한다. 피드백에 민감하다. 김민준 어웨이크컴퍼니 창업자는 “자존심 부릴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 90년대생 창업자의 큰 강점이라면서 “다양한 선배의 조언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들도 창업 나이는 ‘지금의 90년대생’

젊은 창업자가 주목받는 건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도 각각 20세, 22세에 MS를 세웠으며,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모두 25세 때 구글을 만들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창업 당시 19세였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각각 21세, 26세 때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도 당시 27세에 텐센트를 출범시켜 중국 최대 온라인 게임 업체이자 인터넷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거물급 스타트업에서도 젊은 창업자는 빛을 발했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은 2012년 28세에 바이트댄스를 설립했다. 월드 디즈니 전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가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인 툴 제공 업체 호주 캔바의 창업자 멜라니 퍼킨스도 25세 때 시작했다.


plus point

Interview ‘억대 연봉 컨설턴트에서 육아 사업가로’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창업자
“90년대생은 스타트업 신〈scene〉의 전기차…경제적이고 체력도 좋아”

이정윤 빌리지베이비창업자 겸 대표 고려대 행정학과,전 L.E.K.컨설팅 런던·시드니· 서울 오피스 컨설턴트
이정윤 빌리지베이비창업자 겸 대표 고려대 행정학과,전 L.E.K.컨설팅 런던·시드니· 서울 오피스 컨설턴트

“조금 더 육아가 편해지면, 90년대생 부모도 늘어나고 ‘애 좀 낳을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베이비빌리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모의 삶을 편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1991년생으로, 2018년 빌리지베이비를 설립해 ‘3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육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과 육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정윤 창업자 겸 대표는 자신을 ‘경제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코노미조선’은 7월 4일 이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회사인가. 
“빌리지베이비는 ‘베이비빌리’와 ‘월간임신’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이비빌리는 0~2세 부모에게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기반 플랫폼이고, 월간임신은 임신 정보와 함께 시기별로 필요한 제품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다. 이제 90년대생이 부모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야무진 밀레니얼 부모도 임신과 육아를 할 때면 모르는 것투성이라 당황하더라. 우리 회사는 이를 돕기 위한 육아 콘텐츠를 제공한다.”

컨설팅 기업 대신에 창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사랑받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며 인수합병(M&A) 실사 프로젝트에 투입됐는데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브랜드의 시작부터 매각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창업하자는 생각에 2018년, 27세에 창업했다. 또 주변 선배들이 임신과 육아를 경험하며 육아 정보를 얻는 것이나 육아용품을 구매하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장 분석하는 것이 업(業)인 선배도 매일같이 인터넷을 뒤지면서 고민하는 것을 보고 ‘저 낙후한 시장을 바꿔나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스타트업은 큰 실패를 할 만한 돈도 시간도 없으니 사안을 철저히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안고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불안할 때가 있다.”

어린 나이에 창업하면 사회는 ‘금수저라서 창업했나’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지금은 자본금 100만원으로도 창업할 수 있는 시대다. 국내에 좋은 투자사도 많고 팁스(TIPS) 같은 정부 지원 사업이 잘돼 있어 창업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나이가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보통 아기 낳기 전이거나, 가족 생계까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신 그만큼 검소하게, 돈이 아닌 열정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90년대생 창업자는 큰 사무실보다는 창업 지원 공간에 입주하고, 아낀 고정비로 광고를 한 번 더 할 생각을 한다.”

투자 유치할 때, 나이가 장점이 됐나.
“항상 조언을 얻고 배우고 싶은 입장에서는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것은 이점이 있다. 대표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쉽고, 시도 때도 없이 투자사에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라고 물어보는 것도 부담 없다.”

기업 운영에서 90년대생이 비(非)90년대생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90년대생은 스타트업 신(scene)의 전기차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경제적’인 창업자다. 창업자도 딸린 식구가 많으면 기본 생계 유지비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고, 싱글이면 더 적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90년대 창업자는 경제적이고 체력도 연비도 훌륭하다. 나는 91년생이라 30대인데, 20대보다는 실수가 적어지고 좀 더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아직 어리니 힘차게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최고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다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