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현장. 사진 독자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현장. 사진 독자

직장인 고수영(30)씨는 8월 12일 설레는 마음으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찾았다. 국내 대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페스티벌(축제)로 꼽히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됐다. 고씨는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해 사람들이 많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아서 놀랐다”면서 “무더위 속에서도 뛰어놀며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한 이후 페스티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1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되거나 대면 행사를 접었던 페스티벌들이 속속 ‘영업 재개’를 알렸다. 국내에서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8월)을 비롯해 ‘서울 재즈 페스티벌(5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8월)’ ‘서울페스타(8월)’ 등 굵직한 축제가 이미 열렸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과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전국이 축제 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팬데믹 기간 대부분 산업이 피해를 봤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페스티벌은 사실상 2년 동안 중단된 상태로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국적으로 개최 예정이었던 947개 페스티벌 중 83%인 789개가 취소됐으며, 2021년에는 1004개 페스티벌 중 635개(63%)가 취소됐다. 그러나 올해 5월부터 페스티벌이 다시 열리는 추세다. 팬데믹 이후 지역 페스티벌 취소율이 2020년 83%에서 2021년 63%에 이어, 올해 8월 18%로 크게 낮아졌다. 페스티벌을 통한 지역 경제와 기업 마케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페스티벌의 부활’을 기획한 이유다. 

티켓 매진, 사상 최다 관객…기록 내는 페스티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와중에도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5월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3만 명 안팎의 인파가 몰렸다. 올해 14회째인 이 페스티벌은 예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하루 1만 장 규모의 티켓이 매진되는 등, 공연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8월 초 열렸던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이번에 역대급 기록을 썼다. 3일 동안 관객 13만 명이 몰리면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사상 최다 관객을 모았다. 티켓 판매량은 물론 관람객의 열기가 대단했던 덕에 국내 페스티벌 비평가들까지 극찬했다. 최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티켓팅이 열렸는데, 이 또한 매진이다.

다시 열리는 해외 페스티벌들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4월 미국 최대 야외 음악 축제 ‘코첼라밸리 뮤직 앤드 아트페스티벌(코첼라)’도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하루 평균 약 12만5000명, 6일간 총 75만 명이 행사장을 찾아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등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즐겼다.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성장한 브라질 ‘리우 카니발’도 지난 4월 열리면서 세계인의 마음을 달궜으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공연 예술 축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8월 28일(이하 현지시각)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독일 ‘옥토버페스트’도 9월 17일, 3년 만에 재개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팬데믹 이후 페스티벌 IT 신기술 도입 활발 

팬데믹 이후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새롭게 도입된 특징들도 눈에 띈다. 코첼라의 경우 증강현실(AR),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등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행사 곳곳에 적용했다. 유튜브는 코첼라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유튜브는 코첼라를 10년째 생중계하지만, 올해는 여러 기능을 더 추가했다. 올해는 라이브 채팅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유튜브 쇼츠를 통해 활동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회원에게는 프리파티(pre-party) 참여 기회를 주기도 했다. 또 라이브 스트리밍에 AR 기술을 적용해 무대 위로 날아오르는 거대한 나비와 앵무새를 구현했다. ‘코첼라 포토북’ ‘코첼라 포토 앤드 뮤직’ NFT도 인기리에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를 결합한 색다른 진행을 예고했으며, 코첼라처럼 NFT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잘 키운 페스티벌 하나, 열 공장 안 부럽다

페스티벌이 성공하게 되면 그 지역 또는 국가에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 각 지역자치단체가 지역 특색을 살린 인기 페스티벌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코첼라는 올해 입장권 수입을 포함해 7억400만달러(약 9567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사흘간 인천시 경제 파급 효과만 약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에 열렸던 옥토버페스트의 경제적 가치는 12억5000만유로(약 1조6658억원)였다.

8월 10일부터 닷새간 열렸던 서울페스타를 주최한 서울시의 최경주 관광체육국장은 “서울페스타는 서울 관광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를 이용한 기업 마케팅도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이 3년 만에 대면으로 지난 7월 부산과 8월 일산에서 열린 ‘GS25 뮤직 앤 비어 페스티벌’에는 4만 명이 몰렸다. 

그러나 모든 페스티벌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성공 요건으로 킬러 콘텐츠를 강조한다. 장수청 퍼듀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단순 볼거리나 먹거리 나열에서 벗어나 방문자 참여 형태의 프로그램이 성공의 필요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관람객의 소비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석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실장은 보령머드축제를 예로 들며 “축제장을 찾는 사람은 소비할 준비가 된 관광객이다. 보령은 머드를 이용한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알란 피알 센트럴플로리다대 로젠칼리지 호텔경영학 교수
“성공하는 페스티벌…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감 줘”

알란 피알센트럴플로리다대로젠칼리지호텔경영학 교수 전 본머스대 기업연구 부학장 사진 센트럴플로리다대
알란 피알센트럴플로리다대로젠칼리지호텔경영학 교수 전 본머스대 기업연구 부학장 사진 센트럴플로리다대

우리는 이따금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독일의 뮌헨(옥토버페스트)이 대표적이다. 이 축제들의 어떤 매력이 우리를 그곳으로 이끄는 것일까. ‘이코노미조선’은 8월 21일 알란 피알(Alan Fyall) 센트럴플로리다대 로젠칼리지 호텔경영학 교수에게 서면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축제의 비결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독일 옥토버페스트처럼 세계적인 축제는 축제 그 자체나 해당 지역이 독특한 무언가를 제공한다. 이들은 그 독특함을 바탕으로 수십 년에 걸쳐 성공을 쌓았다. 에든버러를 예로 들겠다. 에든버러성의 배경과 올드타운과 뉴타운 그리고 에든버러의 매력적인 색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을 보여준다. 우리는 단순히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축제가 열리면 그 지역 또는 국가 경제가 좋아진다는데. 
“축제를 열면 보안, 도로 폐쇄 등 비용이 꽤 들지만 대체로 이익이 더 크다. 축제는 단순 관광보다 훨씬 더 높은 1인당 지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숙박, 교통, 음식 및 음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축제 관람객으로 인해 혜택을 받고 있다. 또 축제는 지역 또는 국가가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돕는다. 좋은 이미지를 위해 지역은 축제 장소를 살기 좋고, 일하기 좋고, 공부하기 좋은 장소로 만들려고 한다. 선순환해 지역에 활력이 도는 셈이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축제 양상이 달라졌는가.
“그렇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가상’ 축제가 보편화했다는 것이다. 팬데믹은 직접 체험과 가상 체험의 조합이 정말 잘 작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세상은 가상 환경에 익숙해졌다. 이는 축제가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초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축제가 재밌어도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다면 관람객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직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축제 개최 시 고려 사항이 있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실내보다 야외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에 따라 야외 축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 세계가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추구하면서 축제가 늘 것으로 본다.”

이다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