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철 KPMG 인사조직 컨설팅 부문 리더 연세대 사회학, 연세대 경영학 석사, 테네시 주립대 경영학 박사, 전 인사혁신처국제협력단 자문위원, 전 머서코리아 대표, 전 앤더슨 비즈니스 컨설팅 컨설턴트 사진 박형철
박형철 KPMG 인사조직 컨설팅 부문 리더 연세대 사회학, 연세대 경영학 석사, 테네시 주립대 경영학 박사, 전 인사혁신처국제협력단 자문위원, 전 머서코리아 대표, 전 앤더슨 비즈니스 컨설팅 컨설턴트 사진 박형철

폭언, 막말, 괴롭힘, 성희롱에 무차별 고소와 근거 없는 중상모략까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근무 환경을 해치는 오피스 빌런(office villain·직장의 골칫덩이)은 유형이 다양하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오피스 빌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악의 유형은 부적절한 언행이나 갑질로 직원들을 괴롭히는 ‘갑질·막말형(21.1%)’이었고, 뒤이어 프로젝트 성과가 좋으면 내 공, 안 좋으면 남 탓을 하는 ‘내로남불형(13.5%)’, 맡은 직무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꼬박꼬박 타가는 ‘월급 루팡형(13.4%)’ 순이었다.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오피스 빌런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박형철 인사조 컨설팅 부문 리더는 10월 17일 인터뷰에서 “오피스 빌런은 새로 생긴 용어지만 언제나 존재했다”면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적절한 성장 기회 부여와 평가, 공정한 처벌 등을 통해 문제 사원이 발생할 여지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리더는 다국적 인사·조직 관리 컨설팅 회사인 머서코리아 대표를 거쳐 KPMG의 인사 조직 컨설팅 부문을 관리하는 HR 부문 전문가다.


어느 조직이든 분위기를 흐리고 능률을 떨어뜨리는 이른바 ‘문제 사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대책은 뭔가.
“일반적으로 조직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뭐가 불만인지 이야기는 하지 않고 소셜미디어(SNS)나 동료들끼리 사석에서 엄청나게 불만을 털어놔 근무 분위기를 해친다. 이들이 가진 불만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일에 대한 불만. 둘째, 일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불만. 셋째, 조직에 대한 불만. 첫째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 일이 아닌 다른 일로 바꿔주는 것이다. 셋째는 주로 성과급이나 승진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제도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의외로 승진 평가나 절차 등과 관련한 정보가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아 직원들이 지레짐작하고 ‘우리 회사는 승진·성과급 제도가 투명하지 않아’라고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가 사실 가장 어려운데 팀이나 직속 멘토를 바꿔줌으로써 어느 정도는 개선될 수도 있다.”

이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정말 심각한 문제 사원도 있지 않나. 이를테면 상습적으로 갑질과 괴롭힘을 일삼는다든지.
“그건 정말 큰 문제다. ‘갑질’이라고 하면 으레 나이 든 상사를 연상하기 쉬운데 사실 갑질은 나이와 상관없다. 의외로 젊은 꼰대도 많다. 고성, 왕따, 나아가 폭력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해선 안 된다. 즉시 조치를 취해서 조직이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누구는 일을 잘해서, 누구는 회사가 아끼는 사람이라서 처벌을 피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게 시행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조직이 나를 보호하지 않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사실 국내 기업은 조직의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이 명확한 글로벌 기업과 달리 갑질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직은 어떤 행동을 직장 내 괴롭힘 혹은 갑질로 정의한다’는 걸 명시하고, 최고 경영층부터 이를 공유해야 한다. 행동 강령을 만들 때도 ‘정직, 신뢰’ 이렇게 도덕 교과서식으로 애매모호하게 하지 말고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 게 과연 떳떳할까’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자문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꾹꾹 눌러 참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 역시 잘못이다. 글로벌 기업에선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 고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본다.”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 앙심 등을 이유로 잘못이 없는 사원을 부당 고발하는 문제 직원도 있지 않나.
“그럴 경우는 당사자들과 무관한 독립적인 팀이나 부서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진실을 가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피해자가 오히려 추궁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행동 강령 마련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또한 ‘피드백은 공식적으로 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술자리 같은 사석에서 하는 말은 와전될 수 있고 기록도 남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 혹은 여러 관련 앱 등을 통해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하는 피드백을 공식적으로 남겨놔야 한다.”

조직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나 업무 역량은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요구만 하는 문제 직원도 있다.
“그래서 평가가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에선 엄격한 평가를 자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1년에 한 번 하는 평가에서 (어쩌다) 낮은 점수를 받는 것과 1년 내내 하는 평가에서 계속 낮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 아닌가. 후자가 직원의 역량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피드백을 줄 때도 몇 마디 말로 끝내는 게 아니라 어떤 게 그 직원의 강점이고, 어떤 걸 고쳐야 할지를 정확하게 명시한 정형화된 템플릿이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시행하면 과도한 요구를 하는 직원도 자기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요즘 ‘조용한 퇴직’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아무런 의욕이 없는 사원들도 다른 사원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 사원이 될 수 있다. 대책이 있을까.
“이젠 과거처럼 ‘조직에 충성하라’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사실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졌으니까. 이젠 조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스스로 이 조직에서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부여해야 한다. 성장이 가능한 체계를 구비해야 한다. 많은 이가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조직을 선망하는데, 이들 회사 역시 이직률이 낮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곳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된 이유는 직원들에게 성장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에 부응하는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 필수다. 조직원들은 개개인의 성장을 통해 조직에 융합·몰입될 수 있다.”

요즘 많은 조직이 소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라고 불리는 젊은 직원들과 가치관 충돌을 겪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MZ 세대 직원들은 경험을 중시한다. ‘열심히 하라’는 상사의 말보다 ‘내가 이곳에서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판단에 따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한다. 또한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원어민처럼 사용하는 세대)다. 어느 사이트의 어떤 품목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지 귀신처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 세대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Go the extra mile (한층 더 노력해)’이라고 하는 건 그들이 봤을 때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했을 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를 제시해 주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세대인 이들에겐 비밀이 통하지 않는다. ‘블라인드’ 등을 통해 사내 소식 등을 (외부에) 전부 공유하지 않나. 그러니 차라리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승진이나 성과급 같은 민감한 문제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조직이 투명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젊은 직원들의 잦은 퇴사 때문에 골치를 앓는 조직도 많은데.
“막 조직에 합류한 신입 직원과 3년 차 직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입 직원의 경우 환상을 품고 들어왔는데, 들어와 보면 어느 조직이든 문제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회의를 느끼고 이직을 고려한다. 또 3년 차쯤 되면 어느 정도 실무를 익힌 반면 처음의 열정은 잃어버리고 퇴사를 꿈꿀 수 있다. 3년 차들이 회사에 대한 푸념을 털어놓으면 바로 밑인 신입 직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기업은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하게 하면서 막상 뽑아 놓은 직원 관리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직원들, 특히 신입 직원과 3년 차 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신규 직원이 회사에 적응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회사에 불만을 가진 것처럼 보이면 건강 검진으로 병을 예방하듯 초기 단계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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