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로 경제 회복 후 준비하라”

 “연초 전략을 세울 때 ‘경기 회복’에 무게를 둔 것이 적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자연치유와 복원력이 있다는 것을 가끔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나빠질 만큼 나빠진 다음에는 좋아지는 게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1년간 일반주식형(제로인 기준) 펀드 가운데 최고의 수익을 낸 ‘트러스톤칭기스칸증권투자신탁’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또는 환희에 젖었을 때 매매의 기회가 온다는 투자의 상식”을 지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 소비의 질적 향상에 주목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사실 잘 알려진 운용사는 아니다. 설립된 지 이제 경우 1년이 조금 지난 신생 운용사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자산운용사로 전환하기 전, 투자자문사 시절을 더하면 꽤 관록 있는 투자 전문 기업이다. 게다가 투자자문사 시절 트러스톤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의 신뢰를 받는 실력 있는 투자기관이다. 리서치에 기반을 둔 투자라는 원칙으로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낸다는 평을 들었다.

연초 이후의 투자 이력을 복기해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초 황 대표는 금융주의 비중을 늘렸다.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금융주가 실제 가치보다 너무 많이 하락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미 악재를 모두 반영했으며 그 이상 더 나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 것이다.

5월 이전에는 주로 중소형주의 비중을 늘렸다. 중소형주는 박스권에서 상승 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5월 이후에는 대형주를 확대했는데 이 역시 시장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하며 수익률을 밀어 올렸다. 결국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한 것이 성공의 키워드였던 셈이다.   

“훌륭한 투자자 또는 매니저의 자격은 국면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어떤 국면에서든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황 대표의 입장은 명확했다. 3분기까지는 ‘맑음’, 4분기는 ‘다소 흐림’을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가 10월 무렵에 저점을 찍은 후 2010년부터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적인 대응이 일부 요구되겠지만 대세 상승에 무게를 싣는다.

“설사 2010년에 조정을 받는다 해도 2010년 후반에는 시장이 크게 좋아질 것입니다. 그 후로는 몇 년 동안 강세장이 올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불안해도 시장을 떠나기보다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2010년 후반 이후를 장밋빛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변화 때문이다. 위기의 발생지이며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인들의 ‘소비의 질’이 한층 향상될 것이며 이는 건전한 경제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경제가 단기간에 큰 폭의 회복을 이뤄내기는 어렵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과거보다 한층 건강한 체질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소비는 질이 아주 안 좋았습니다. 성장은 했지만 나쁜 성장이었어요.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과소비 풍조가 강했습니다. 이러니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크게 올랐습니다. 소비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의 질이 좋아질 것이고 전 세계 경제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시장을 ‘불확실성’의 관점이 아닌 ‘치유의 과정’이라는 앵글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황 대표는 지나친 기우라고 잘라 말한다. 출구전략은 결국 금리를 올린다는 것인데 이를 무조건 ‘악재’라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된다면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황 대표는 강조한다.

황 대표의 투자 포인트

1. 내재가치 내에서 투자하라.

2. 시장의 패닉을 이용하라.

3. 글로벌 경쟁력이 좋아지는 기업을 사라.

4. 적립식 펀드를 활용하라.

초과 수익률 꾸준해야 좋은 펀드

미국도 미국이지만 황 대표의 자신감은 근본적으로 한국 시장의 성숙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황 대표는 잘라 말한다. 먼저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너무 긍정적이다. 좋은 기업과 제도, 투자자들의 높은 수준, 금융자산 축적 규모나 가계의 자산 구성 등 주변 환경이 모두 좋다는 것. 특히 지난해 전 세계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이 더욱 강해졌다는 점이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란 설명이다.

“마치 일본의 1970~1980년대를 보는 것 같은 인상입니다. 당시 일본이 대호황을 누렸는데 그때 일본 기업이 지금의 한국 기업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국내 기업의 호조는 단지 환율 효과가 아니라 기술과 기업 경영 측면, 산업의 구조와 인프라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입니다. 이런 추세는 오래갈 것입니다.”

좋은 환경, 우호적인 흐름, 해외 변수의 안정화 등 투자 여건이 아무리 좋다 해도 투자의 성패는 결국 종목이 좌우한다. 황 대표는 주저 없이 ‘가치투자’를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가치가 좋아질 기업을 사되, 내재가치 안에서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주가가 내재가치를 초과하면 팔아야 한다는 것. 따라서 보유 종목의 가격이 내린 것은 그 자체로 리스크라고 볼 수 없다.

투자에 있어 진정한 리스크는 기업의 변화에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떨어졌다면 오히려 추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황 대표는 강조한다. 그는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는 기업에 장기투자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IT업종과 자동차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점을 거쳐 회복의 초기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지만 직접투자를 권하지는 않는다. 전문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익을 내기 힘든 장세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이후의 강한 반등으로 주가가 이미 시장의 가치를 거의 반영한 수준에 이르러서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황 대표의 결론은 분명했다. 장이 좋아질 것이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 이를 위해서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가 유리하다는 점, 좋은 펀드에 장기투자하라는 점이 그것이다.

“꾸준히 시장을 상회하는 펀드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이런 펀드를 발견했다면 장기투자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펀드 자체의 수익률에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장이 불안하게 여겨진다면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면 됩니다. 적립식 펀드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면서 다가올 ‘큰 장’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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