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색(色)’을 쓰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컬러마케팅’이 화장품·식음료뿐 아니라 IT, 건설업계 등 전반에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컬러로 무장한 패셔너블한 제품에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마케팅

‘색’ 잘 쓰면 이미지·매출 ‘쑥쑥’

    

부가가치 높이는 요소 ‘자리매김’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출시한 ‘레이(Ray)’는 경차형 ‘박스카’라는 특징 외에도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쾌한 이미지의 외관 컬러가 눈을 사로잡는다. ‘레이’는 아쿠아민트 컬러 외에도 블루, 카페모카, 밀키 베이지 등 총 10가지 컬러를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듀폰이 실시한 ‘2010년 자동차 색상 인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선호하는 차 색상은 은색이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검은색(26%), 흰색(18%), 회색(14%) 순이었다. 기아차가 ‘자동차=실버, 블랙, 화이트’라는 공식을 과감히 깨버린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레이는 출시 첫 달 4107대가 팔렸고, 지난 1월에는 4496대로 판매량이 9.5% 늘었다. 주문이 밀려 계약 후 2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기아차의 컬러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골프용품시장에도 컬러 바람이 거세다. 볼빅은 컬러볼이 겨울에 흰눈과 구별하기 위해 오렌지 색깔 위주였던 볼에서 벗어나 핑크, 옐로 등 다양한 컬러볼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테일러메이드는 R11 드라이버 헤드에 흰색을 도입해 클럽시장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렇듯 브랜드의 고유 컬러나 컬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의 출시는 소비자의 시각적 감성과 반응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로 평가받는다. 결국 ‘컬러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컬러는 이제 광고, 디자인 못지않게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IT업계, 화이트·핑크 새바람

   계절, 트렌드 따라 

  색상 선호도 차이



1. 전후면 핑크를 적용한 갤럭시S2.

2. 노란색상의 ‘시리즈7 게이머 옐로우’

3. 와인, 티타늄 등 6가지 색상의 마미 로봇청소기.

지난해 블랙·실버 일색이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양한 컬러의 모델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초기에는 IT기기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남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화이트 컬러가 주목받았다.

화이트를 활용한 컬러 마케팅에 가장 성공한 기업은 애플. 애플은 맥 컴퓨터나 맥북, 아이폰 및 아이팟 등 다양한 제품에 적극적으로 화이트 컬러를 도입했다. 특히 아이폰 4의 경우 아이폰 블랙을 출시한 후 얼마 뒤에 화이트를 출시하며 신비감을 부추겼다. 이는 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역시 블랙 외 새로운 컬러에 대한 고객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반영, 화이트 모델을 출시했다. 갤럭시S2 화이트는 기존 후면만 화이트였던 전작 갤럭시S와 달리 전면과 후면 모두 화이트를 적용해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화이트 열풍이 지나자 ‘핑크’ 등 좀더 다양한 컬러들이 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후면 모두 핑크를 적용한 ‘갤럭시S2’를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여성과 신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이나 컬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며 “다양한 컬러 출시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팬택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베가 레이서가 블랙, 화이트 출시에 이어 핑크, 브라운, 네이비 컬러까지 출시하면서 컬러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기세다.

팬택은 컬러 마케팅 전개를 위해 디자인실 내에 CMF(Color, Material, Finishing)팀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만의 차별화된 컬러와 혁신적인 소재를 연구, 개발, 적용함으로써 무한경쟁의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컬러의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컬러 스마트폰 명가에 걸맞은 제품기획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블랙·실버가 대세를 이루던 디지털 카메라·노트북 시장에도 ‘컬러’ 바람이 한창이다. 올림푸스는 하이브리드 카메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PEN E-P2의 ‘화이트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니콘과 캐논으로 대표되던 카메라 시장에 올림푸스의 존재를 부각시켰고 실제로도 PEN 구입자 중 50%가 넘는 고객이 화이트 컬러를 구매했다.

아수스는 2세대 인텔 듀얼 프로세서i5 CPU를 탑재한 2세대 K시리즈 노트북을 블루, 핑크, 레드, 그린, 골드 등 5가지 멀티 컬러로 출시했다. 특히 그린이나 골드 색상은 기존의 노트북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컬러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내놓은 ‘시리즈7 게이머 옐로우’는 제품 전면이 노란 색상으로 처리돼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강조됐다.

마미로봇은 와인, 티타늄, 실버, 화이트, 라임, 오렌지 등 모두 6가지 색상의 로봇청소기를 판매하고 있다. 마미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100억원 가량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 회사는 지난해 2배인 200억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잡았다. 마미로봇의 이러한 급성장과 출시 첫해부터 5년째 온라인 판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컬러 마케팅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가전·IT제품에 대한 색상 선호도가 계절별, 트렌드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외에 소비자의 기호를 먼저 분석하고 대응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업계, 컬러 용기로 차별화

   맞는 색 찾아주는 

   컬러 진단 인기



코카콜라는 9가지 컬러로 구성된 글락소 비타민워터를 매장에 한꺼번에 진열하는 컬러마케팅을 구사했다.

‘색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화장품 업계의 컬러 마케팅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색상을 다채롭게 내놓은 정도에 불과했던 컬러 마케팅이 매장 인테리어에서 직원 유니폼, 고객의 퍼스널 컬러 진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어토털 패션 브랜드 미쟝센은 패키지 색상별로 고객의 헤어 고민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컬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여성들의 다양한 헤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이 생각하는 꼭 필요한 기능을 중심으로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이를 각각 레드, 핑크, 그린, 퍼플의 컬러 용기에 담아 차별화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컬러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헤어 고민별로 각기 다른 제품의 기능들을 보다 쉽게 전달해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슈에무라의 ‘딥씨워터’는 카모마일, 로즈, 라벤더, 로즈마리 등 아로마 세러피 효과를 겨냥한 제품들의 주요 성분에 맞춰 9가지 색상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장에 진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브랜드 자체를 한 가지 색으로 통일하는 경우도 많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들이 자주 찾는 에뛰드하우스는 매장 인테리어에서 직원 유니폼까지 모두 화사한 핑크색으로 꾸며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성을 타깃으로 한 ‘블랙’ 마케팅도 눈에 띈다. 블랙 컬러는 분야를 막론하고 제품의 출시 이전 색상 선호도에 대한 조사에서도 언제나 1위를 차지한다. 블랙 컬러가 구매력이 높은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색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체들은 패키지에 블랙을 입혀 세련된 이미지와 강렬함을 어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옴므 블랙 퍼펙트 롤온 에센스’나 한방 화장품 설화수의 남성화장품 ‘정양’ 라인, LG생활건강의 ‘오휘포맨’과 ‘보닌 더 스타일’ 등이 블랙케이스로 돼 있다.

최근 뷰티·패션 업계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색을 정해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컬러 진단은 개별 고객의 피부톤이나 얼굴형, 직업과 성격에 따라 맞는 색을 골라주는 것이다. 립스틱을 사러 온 고객이 컬러진단을 받고 색조화장품을 구매하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쟝셴은 기능별로 패키지 색상을 달리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아

   매장 진열만으로도 

  눈길 끌어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곳이 한국이다. 2010년 말 미국, 캐나다에 이어 3위 규모 시장이었던 한국이 지난해 6월 캐나다를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이다. 

글라소 비타민워터는 빨강, 분홍,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적보라 등 9가지 컬러로 구성돼 있다. 화려한 컬러와 스타일리시한 패키지는 패션 액세서리를 방불케 한다. 코카콜라는 이들 제품을 매장에 한꺼번에 진열하는 컬러 마케팅을 구사했다.

유통가에서는 동일 브랜드 제품군의 경우, 판매량이 높은 한두 가지 제품만 진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글락소 비타민워터는 모든 색상을 동시에 진열해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코카콜라는 이 제품을 아시아 지역에 선보일 테스트 마켓으로 한국을 선정했다. 한국의 음료 시장 규모는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7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그런 한국이 테스트 마켓으로 선정된 것은 서울이 아시아 패션의 중심지라는 이유에서였다.

코카콜라의 판단은 적중했다. 출시 첫해에는 목표했던 매출의 2배 이상 성과를 거뒀고, 2010년에는 전년 대비 세 자릿수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010년 매출을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판매고를 보였다.

글라소 비타민워터가 컬러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자 이와 유사한 마케팅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는 무지개색 컬러 패키지와 매장 진열까지 모방한 생활용품도 등장해 글라소 비타민워터의 대중적인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편의점 꼬마김치로 유명한 한성식품은 배추의 원산지에 따라 블루, 그린, 오렌지 등 색깔을 달리한다. 실제로 강원도 배추로 만든 김치는 그린 포장지에, 전라도 해남 배추로 만든 김치는 블루 포장지에, 충청도 배추로 만든 김치는 오렌지 포장지에 담아 포장지 색만 보고도 배추의 원산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식품 업계도 컬러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닥터 엘리자베스’가 최근 출시한 ‘닥터엘리자베스 컬러케어’의 컬러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회사 측은 열매의 껍질 부분에서 생성되는 빨강, 초록, 흰색, 노랑, 보라 등 다양한 컬러의 식물 고유의 영양소를 담기 위해 블루베리, 석류,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36종의 다양한 컬러의 과일과 야채를 부원료로 농축해 담았다고 설명했다.



잿빛 아파트도 이제 컬러가 대세

   자녀 EQ높이는 

  컬러 테라피 설계 인기



컬러 테라피가 적용된 실내 모습

반포 현대 힐스테이트

요즘 건설사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다름 아닌 컬러다. 지금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는 데 외관보다는 내부 평면, 실내 인테리어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우중충한 콘크리트 외벽에 화사한 색을 입히는 ‘컬러 아파트’가 점차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다. 프랑스 색채디자이너 장 필립 랑클로와 함께 개발한 힐스테이트는 동마다 빨강, 녹색, 파랑으로 차별화를 준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지상 1~3층은 짙은 갈색, 4~6층은 자줏색, 7~9층은 주황색, 10~11층은 오렌지색, 12~15층은 연노랑색, 16층 이상은 아이보리와 흰색으로 칠해 색깔이 서서히 번져가는 효과를 냈다. 일부 아파트에는 외벽에 화사한 꽃잎 문양(Floral)을 새겨 넣어 인근 단지와 차별화시켰다. 

한라건설도 앞으로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비발디의 입면과 주차장 등의 색채 시스템을 ‘生(생)活(활)粹(수)’라는 콘셉트로 잡고 설계에 들어간다. 디자인 콘셉트 ‘생활수’는 인간·자연·예술의 조화를 의미한다는 게 한라건설의 설명이다. 한라건설의 생활수는 갈색계열로 색채가 구성돼 있으며 개별 동보다는 단지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부 센트레빌의 컬러시스템은 파랑, 회색, 주황을 기본으로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색채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외에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차별화된 외관 색채 디자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내 인테리어에 컬러 테라피 개념을 도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코오롱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하늘채에 방별로 각기 다른 색채를 사용해 실내 인테리어를 꾸몄다. 예컨대 자녀 방을 대상으로 집중력 강화 타입을 비롯해 창의력 강화 타입, 리더십 고취 타입, 지식욕을 향상시키는 타입, 두뇌활동을 자극하는 타입 등을 개발, 적용시켰다.

한라건설도 올 12월 입주 예정인 화성 조암 한라비발디에 안방을 제외한 나머지 방에 자녀들의 감성지수(EQ)와 정서적 안정을 높일 수 있도록 컬러 테라피를 적용한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조경, 실내외부 컬러로 차별화를 하려는 건설업체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시형 기자 송창섭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