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최악의 적자를 낸 이마트는 위기 전략으로 ‘상시 초저가’를 들고나왔다. 사진 연합
2분기 최악의 적자를 낸 이마트는 위기 전략으로 ‘상시 초저가’를 들고나왔다. 사진 연합

지난달 이마트 직원들은 이갑수 대표이사로부터 위기를 잘 헤쳐나가자는 내용의 단체 메일을 받았다. 창사 이래 최악의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직후였다. 앞서 실적에 대한 우려는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영업손실 299억원으로 참담했다. 시장 예상치(100억원 적자)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최근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아마존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영역 침범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가속화한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열풍에 회사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마트가 적자 쇼크를 낸 것은 인건비·공사비 급증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미 유통시장 축이 온라인으로 움직인 상황에서 이 흐름을 뒤집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2019년 상반기 중 지급 결제 동향’을 보면, 개인이 전자상거래와 통신 판매 분야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하루 2464억원으로 오프라인 종합소매(2203억원) 결제 금액을 처음 넘어섰다.

이는 올해 대형마트 업계 전반에 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키움증권은 올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슈퍼·홈플러스) 식품 매출액이 16조4000억원으로 이커머스 업체(16조9000억원)에 추월당할 것으로 관측한다.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지금, ‘이코노미조선’은 국내 유통·마케팅·물류 분야 전문가 6인에게 이마트 과거 전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과 미래의 방향을 묻고,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포인트 1│자존심 세워봐야 시간만 간다

내부 위기감의 근원은 신선식품이다. 신선식품은 오프라인 마트만의 강점으로 여겨지던 분야다. 온라인으로 공산품은 살 수 있지만, 선도가 중요한 신선식품 특성상 소비자가 직접 보지 않은 채로 배송에 시간이 걸리는 온라인 구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신감이 독(毒)이 됐다고 말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했는데 이를 캐치해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가 2017년 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한 데 이어 일본 유통 시장도 장악했다. 한국에서는 이 무렵 새벽배송이 등장했고,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까지 컸다. 특히 지난해 쿠팡이 자사 몰에 우유, 달걀 같은 신선식품을 대거 투입하면서 이마트의 신선식품이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지난 6월 온라인 부문을 분사해 만든 SSG닷컴을 통해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다소 늦었지만, 시장 성장세를 볼 때 필요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기엔 이마트가 가진 제품 구매력과 물류 인프라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회장 겸 동덕여대 교수는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 2│상생보다 혁신

이마트도 일찌감치 세계적인 유통 기류 변화에 대응해왔다. 재미있는 쇼핑 경험을 목표로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부츠’ 등 전문 매장을 냈다. PB(자체 브랜드) ‘노브랜드’ ‘피코크’도 이때 나왔다. 그러나 성적은 엇갈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족’을 공략한 노브랜드와 프리미엄 PB 피코크 모두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지만, 헬스앤드뷰티(H&B) 매장 부츠, 잡화 매장 삐에로쑈핑은 적자 확대로 구조조정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실험은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핵심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고 평가되는 삐에로쑈핑이 대표적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압축 진열, B급 감성 마케팅 등 비슷한 점은 많지만, 돈키호테의 핵심은 지점별 자율 소싱”이라며 “재량껏 제품을 소싱해 고객 쇼핑 경험을 극대화한 것이 돈키호테의 성공 비결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개입되는 상생 움직임도 지적했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등에 중소 협력사 제품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했다. 위 교수는 “혁신적인 시도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상생이 아니라 차별화를 통한 고객 가치 창출”이라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포인트 3│승부는 초저가…여기에서 수익

위기를 맞은 지금 이마트의 승부수는 ‘초저가’다. 이마트는 올 초부터 농수산물을 정해진 기간에 초저가로 팔았는데, 이번에는 생필품을 상시 초저가로 파는 ‘에브리데이 국민 가격’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초저가가 세계 유통 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 교수는 “해외 유통 기업들도 마진을 줄이고 PB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초저가로 일차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킨 다음, 새로운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커머스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가진 자원과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메가 물류센터는 이마트가 당장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면서 “오히려 매장처럼 이커머스 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이마트만의 자원 활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해외서 주목받는 오카도·허마셴셩…
소비자 경험으로 성공, 가능케 한 건 ‘기술’

허마셴셩 매장에서 직원들이 배송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허마셴셩 매장에서 직원들이 배송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해외 유통 시장도 한국이 마주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난감 상점 토이저러스, 백화점 시어스, 명품 백화점 바니스뉴욕 등 미국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아마존 공세에 시장에서 사라졌고, 일본 유통 업체들도 아마존 프레시에 신선식품 시장을 내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해외 유통 시장에서 눈에 띄게 활약하는 두 사례를 소개한다.


1ㅣ로봇·AI 물류 시스템 완비한 英 ‘오카도’

오카도는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만 연 매출 16억파운드(약 2조4000억원)를 올리는 유통 회사다. 주문 즉시 물류센터에 있는 1100대의 로봇이 상품을 분류해 담고, 다음 날 배송까지 완료한다. 로봇이 건당 상품을 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장 5분에 불과하다.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로 배송 속도를 올리고 인건비를 최소화한 것이다. 제품 신선도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유지한다. 오카도는 물류센터 운영 기술을 다른 유통 업체에 팔기도 한다. 작년 로봇 등 투자 비용 급증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전통 오프라인 유통 기업 테스코·아스다·세인즈베리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 초 롯데슈퍼가 마련한 온라인 배송센터도 오카도를 벤치마킹했고, 이마트도 2016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 때 오카도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2ㅣ새벽도 늦다… 30분 배송 中 ‘허마셴셩’

중국은 한국보다 먼저 신선식품 배송 시장이 열린 나라다. 선두에 선 업체가 2016년 창업 1년 만에 알리바바에 인수된 허마셴셩이다. 허마셴셩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바로 배송해주는 수퍼마켓이다. 물건을 직접 보고 싶으면 매장을, 모바일 쇼핑을 하고 싶으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매장이 물류센터가 되는 것이다. 모두 품질이 같고 선도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3㎞ 내 주문은 30분 내 무료 배송까지 해주는데, 이 과정에 제품·주문자·교통 등 관련 정보가 머신러닝 기술로 적용된다. 개점 3년 만에 중국 전역에 100개 이상 점포를 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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