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핏츠 마켓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브히 라메시(Abhi Ramesh). 2020년 ‘포브스’가 꼽은 30세 미만 사회적 기업가 중 한 명이다.사진 미스핏츠 마켓
미스핏츠 마켓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브히 라메시(Abhi Ramesh). 2020년 ‘포브스’가 꼽은 30세 미만 사회적 기업가 중 한 명이다.사진 미스핏츠 마켓

하트 모양 감자, 꼭지 없는 토마토, 날씬하고 긴 당근,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휜 무, 멍든 사과까지.

유통 업체 기준에 어긋나 판매되지 못하는 농산물을 팔아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떠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2018년 미국에서 설립된 ‘미스핏츠 마켓(Misfits Market)’이다. 미스핏츠 마켓은 외관에 흠집이 있거나 모양·크기가 일정치 않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정기적으로 농산물을 담은 박스를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미스핏츠 마켓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이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두 달간 신규 가입자 10만 명을 대기시키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스핏츠 마켓의 매출은 지난 한 해 동안 5배 증가했고, 고객 수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1~4월 판매량이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VC)도 미스핏츠 마켓 확장세에 주목했다. 미스핏츠 마켓은 2019년 시리즈A 투자에서 1650만달러(약 186억원)를 유치했고, 지난해 시리즈B 투자에서 8500만달러(약 960억원), 올해 4월 시리즈C 투자에서 2억달러(약 2260억원)를 펀딩받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미스핏츠 마켓의 기업 가치는 4월 21일 기준 11억달러(약 1조2430억원)에 달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흐름에도 적합하다는 평을 듣는 미스핏츠 마켓의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세 가지로 짚어봤다.


1│버려지는 농산물 활용해 낭비 줄이고 환경 보호

금융업에 몸담았던 아브히 라메시(28)는 맛이 좋은데도 모양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에 주목해 미스핏츠 마켓을 설립했다. 그는 2018년 8월 친구들과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한 과수원에 사과 따기 체험을 하러 갔다가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농부가 규격에 맞지 않는 사과를 버리는 것을 보고 비효율성을 줄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아브히 라메시는 한 달 만에 코딩을 독학해 미스핏츠 마켓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주말에 픽업트럭을 빌려 농장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받아와 상자에 담은 후, 우버를 타고 직접 배달에 나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뜬 우스꽝스러운 농산물 광고 사진은 소비자의 흥미를 끌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착한 소비 트렌드는 미스핏츠 마켓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이전까지 못난이 농산품은 상품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 버려졌다. 농작물을 푸드뱅크(식품을 기탁받아 이를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저렴한 농산물을 몇 시간 걸려 수백 마일 떨어진 푸드뱅크에 기부하면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3억t에 달한다. 전 세계 음식물 소비량의 3분의 1, 돈으로 환산하면 4000억달러(약 452조원) 정도다. 더욱이 버려진 음식물이 썩는 과정에서 악취와 메탄가스를 뿜고 폐수를 생산해 기후 변화, 토질 오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최대 10%를 차지한다.

아브히 라메시는 미스핏츠 마켓 블로그에 “문제가 없는 농산물이 유통 업체의 ‘미적 기준에 맞지 않다(misfit)’는 이유만으로 버려져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해 왔다”며 “우리 사업은 중소형 농장의 농부들에게 추가적인 수입을 줘서 책임감 있는 농업을 하게 돕고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2│저렴한 유기농, 사각지대 없앤 배송

미스핏츠 마켓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유기농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스핏츠 마켓의 농산물은 일반적인 식료품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약 25~40%가량 저렴하다.

소비자들은 구독할 박스 크기와 배송일, 배송 주기를 선택할 수 있다. 미스치프(Mischief) 상자에는 두 명이 일주일 동안 먹을 만한 과일·채소 12종(4.5~6㎏)이, 매드니스(Madness) 상자에는 3~5인이 일주일 동안 먹을 과일·채소 14종(8~10㎏)이 들어있다. 유전자 변형 농수산물이 아닌 유기농 상품이며 계절에 따라 주요 배송 상품이 달라진다.

마땅한 유통 업체가 없어 좋은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 배송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이른바 ‘식품 사막(Food Desert)’ 지역으로, 사회 빈곤층이 밀집된 대도시 중심부나 고령화 지역, 시골 등이다. 식품 사막 거주자들이 값싼 인스턴트 식품 대신 질 좋은 과일과 채소를 접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아브히 라메시는 “우리는 다른 회사처럼 일부 부유한 도시에만 배송하지 않고, 미국 전역에 있는 도시와 농촌 지역에 서비스하려고 한다”며 “2025년까지 미국의 식품 사막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3│농산물 넘어 팝콘, 초콜릿까지 판매하는 상생

미스핏츠 마켓이 판매 상품 종류를 늘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미스핏츠 마켓은 설립 초기, 겉모양이 매끄럽지 않거나 독특하게 생긴 상품, 너무 크거나 작은 농산물을 판매했다. 점차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 포장지 및 상품 디자인이 바뀌어 판매하지 못하는 상품, 라벨을 잘못 붙인 상품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현재 육류, 해산물부터 향신료, 밀가루, 스낵, 애완동물 사료까지 250종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상품 종류가 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스핏츠 마켓은 이전에 박스 크기만 고르면 무작위로 상품을 보내줬지만, 이제는 고객마다 자신이 원하는 농산물을 맞춤으로 설정할 수 있다.

미스핏츠 마켓은 코로나19 시기에 식품 업체들을 도우며 상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영화관이 폐쇄되자, 미스핏츠 마켓은 영화관에 팝콘을 납품하는 프리퍼드팝콘과 손잡고 팝콘을 판매했다. 유통 업체가 문 닫아 재고가 늘어난 타자초콜릿을 도와 초콜릿을 판매하기도 했다.

미스핏츠 마켓은 앞으로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온라인 식료품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올해 말까지 판매 상품을 1000종으로 늘리고, 직원도 1000명가량 더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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