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피터슨 오틀리 CEO는 2월 8일 미국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TV 광고에 등장해 오틀리의 식물성 친환경 브랜드 가치를 알렸다. 피터슨 CEO는 귀리밭을 배경으로 전자피아노를 치면서 “일반 우유 같지만, 인간(환경)을 위하는 귀리 우유”라며 노래 불렀다. 사진 오틀리
토니 피터슨 오틀리 CEO는 2월 8일 미국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TV 광고에 등장해 오틀리의 식물성 친환경 브랜드 가치를 알렸다. 피터슨 CEO는 귀리밭을 배경으로 전자피아노를 치면서 “일반 우유 같지만, 인간(환경)을 위하는 귀리 우유”라며 노래 불렀다. 사진 오틀리

귀리로 우유를 만드는 스웨덴 기업 ‘오틀리(Oatly)’가 5월 2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5월 25일 종가 기준 오틀리의 주가는 21.2달러(약 2만4000원). 5월 20일 공모가(17달러)보다 24.7% 올랐다. 시가총액은 125억5300만달러(약 14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함께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래퍼 제이 지, 영화배우 내털리 포트먼,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등이 오틀리에 총 2억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오틀리는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을 유발하는 증상(유당불내증)을 연구하던 스웨덴의 식품공학자 리커드 아스티 박사가 동생인 컴퓨터 엔지니어 비외른 아스티와 함께 1993년 스웨덴 말뫼에서 설립했다. 오틀리는 브랜드 가치를 ‘유당불내증 환자용 음료’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에 이로운’ 지속 가능한 친환경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일반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우유로, 고기뿐 아니라 우유 등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vegan·채식주의)과 환경주의자는 물론 Z 세대(1997~2010년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4억2000만달러(약 4800억원)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오틀리의 성공 비결을 두 가지 포인트로 분석했다. 커피숍에 집중한 유통 채널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덕에 날개를 단 친환경 마케팅이다.


포인트 1│마트 아닌 커피숍 집중 공략

오틀리는 2012년 토니 피터슨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다른 유럽지역과 미국에 진출하며 고속 성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오틀리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우유 소비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대신 식물성 우유로 대표되는 대체우유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이런 상황은 오틀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2016년 당시와 현재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 업체 스핀스에 따르면 지난해 귀리 우유를 포함한 미국 식물성 우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 성장해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 우유 소비는 급격히 감소하면서 딘푸즈·보든 대어리 등 미국 우유 업계 1·2위 기업이 잇따라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 대체우유 시장의 유망성을 간파하고 공략한 게 먹힌 것이다.

물론 당시 미국에선 귀리 우유에 대한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 아몬드 등 다른 식물성 원료로 만든 우유 제품과 경쟁해야 했다. 오틀리는 마트 등 일반 유통 채널이 아닌 커피숍을 먼저 공략했다. 특히 고급 커피를 판매하는 스페셜티 카페를 타깃으로 했다. 스페셜티 카페에 전략적으로 판매할 귀리 우유 ‘바리스타 에디션’을 출시했다. 개인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보이는 스페셜티 카페의 바리스타를 통해 귀리 우유의 차별성을 내세운 것이다. 이들 카페에서 일반 우유 대신 식물성 우유를 이용해 새로운 라테를 만들려는 경향이 강한 점도 감안했다.

인텔리젠시아 등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이 하나둘 오틀리의 바리스타 에디션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오틀리는 다음 단계로 대형마트, 일반 소매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오틀리는 미국 내 스페셜티 카페를 포함한 1만여 개 카페와 8500여 개 소매점에 귀리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투자할 만큼 인정을 받은 오틀리의 귀리 우유는 올해 초부터 미국 전역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 공급되고 있다.


오틀리의 귀리 우유 제품(오른쪽 아래)과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에 ‘Hey food industry, show us your numbers’라고 적힌 오틀리 광고. 사진 오틀리
오틀리의 귀리 우유 제품(오른쪽 아래)과 스웨덴 스톡홀름 중앙역에 ‘Hey food industry, show us your numbers’라고 적힌 오틀리 광고. 사진 오틀리

포인트 2│친환경 브랜드로 포지셔닝

“일반 우유 같지만, 인간(환경)을 위하는~ 젖소에서 얻는 게 아니야(It’s like milk, but made for humans~ Wow~ No Cow)” 토니 피터슨 오틀리 CEO가 2월 8일 미국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 ‘슈퍼볼’ TV 광고에 등장해 부른 노래다. 귀리밭을 배경으로 전자피아노를 치는 피터슨 CEO의 티셔츠에는 ‘나쁜 인공감미료는 없다(No artificial badnes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자피아노에는 오틀리 귀리 우유가 올려져 있다. 이 30초짜리 광고 단가는 약 60억원. 식물성 친환경 브랜드를 홍보하는 오틀리 전략의 한 사례다. USA투데이는 오틀리 광고를 슈퍼볼 최악의 광고 중 하나로 꼽으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오틀리 광고를 이야기한다”라고 했다. 오틀리가 원하는 광고 효과를 충분히 냈다는 것이다. 오틀리는 피터슨 CEO가 광고에서 입었던 티셔츠도 판매해 완판을 기록했다.

오틀리는 설립 이후부터 줄곧 지속 가능한 친환경 브랜드를 강조했다. 오틀리의 핵심 경영 가치는 ‘지구 환경과 자원의 소비를 줄이는 데 항상 노력한다’이다. ESG가 메가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 전략이 통하기 시작했다. 오틀리에 따르면 귀리 우유 1L를 마시면 일반 우유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80% 감소하고, 토지 사용량은 79%, 에너지 소비는 60% 줄어든다.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젖소가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18% 증가했다. 젖소 같은 반추(되새김질) 동물은 먹이를 소화할 때 메탄가스 등을 배출하는데, 메탄가스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옥스퍼드대도 일반 우유 생산이 식물성 우유 생산보다 온실가스를 세 배 더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틀리는 자사의 존재 가치를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친환경 브랜드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제품 패키지 또는 옥외 광고판에 “이봐 식품 회사,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여줘(Hey food industry, show us your numbers)”라는 메시지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식품 회사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경쟁사들의 약점을 부각해 그들을 ‘악당’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plus point

식물성 대체우유 시장 경쟁 치열

식물성 대체우유 시장을 두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대체우유 시장은 현재 최소 170억달러(약 19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네슬레는 5월 초 완두콩을 주재료로 한 식물성 우유 브랜드 ‘운다(Wunda)’를 출시했다. 이 회사의 첫 대체우유 제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그동안 유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식물성 우유 시장이 커지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랑스 낙농업체 다농은 이미 떠먹는 식물성 대체 요구르트를 출시해 지난해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칼리피아팜스(Califia Farms), 초바니(Chobani) 등은 귀리 우유를 판매 중이다.

국내에선 동서가 오틀리의 귀리 우유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또 국내 우유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최근 귀리 우유와 흑임자 우유를 출시했고, 2위인 매일유업이 귀리 우유와 아몬드 우유를 선보였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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