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세면대, 양변기, 수도꼭지, 휴지걸이 등 토토 제품으로 꾸민 화장실 모형. <사진 : 토토>

‘TOTO’라고 알파벳 네 글자로 쓰인 브랜드는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 이 로고는 세면대, 양변기, 욕조 등의 하얀색 도기(陶器)에 새겨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이지만 토토가 일본 기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토는 101년 전인 1917년 ‘도요도기(東洋陶器)’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1970년 ‘토토기기(東陶機器)’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쓰고 있는 ‘TOTO’라는 로고는 196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토토의 모태는 1904년 창립한 ‘일본도기합명회사’다.



변기에 균일한 두께로 유약을 칠하는 시유 공정. 위생도기 외관의 광택은 도기 표면에 분사해 칠하는 유약 때문이다. 토토는 로봇을 사용해 위생도기를 대량 생산하고 있지만 수작업도 도입해 기술을 계승하고 있다. <사진 : 일본정부관광국(JNTO)>

양옥 건축 늘자 서양식 위생도기 확산

초대 사장 오쿠라 가즈치카(大倉和親)는 1903년 도기 기술 시찰을 위해 유럽을 방문해 욕조, 세면대, 변기 등의 위생도기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배워왔다. 그는 1912년 위생도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1913년부터 1916년까지 세면대 6541개, 수세식 변기 1432개, 남성용 소변기 1249개를 시험 제작했다. 시험 판매 결과가 좋아 사업화를 결정하고 후쿠오카현 고쿠라에 공장을 세우고 회사를 창업했다. 이곳은 한반도와 일본 규슈에서 양질의 도기 원료를 구하기 쉽고 석탄 산지도 가까울 뿐 아니라 항구와 철도가 인접해 있어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지금도 토토 본사는 이곳에 있다. 시대별 토토 제품을 전시한 ‘토토 뮤지엄’도 있다.

토토가 위생도기 제작에 뛰어들었을 때는 시장 규모가 작았다. 하수도 보급도 더뎠다. 토토 창업 6년 뒤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수많은 일본의 전통 가옥이 무너지거나 불탔다. 지진 이후 불에 잘 타지 않고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철골콘크리트 구조로 건물을 신축했고, 도쿄에 하수도가 보급돼 위생도기 수요가 많아졌다. 토토는 당시 황거(일왕 거처)나 관청, 호텔 등에 위생도기를 공급했다.

현재 토토는 세면대, 수도꼭지·샤워기 같은 수전(水栓), 욕조, 변기, 비데, 화장실 액세서리(휴지걸이·수건걸이 등), 시스템 키친(준비대·개수대·조리대·가열대·배선대를 하나로 연결한 붙박이형 주방 가구) 등을 생산한다.

화장실 위생도기 시장에서 토토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의 시장에서 토토가 1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일본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이하 ‘2016년’으로 표기) 매출액은 5738억엔(약 5조5087억원)을 기록해 5년 전보다 26.8% 증가했다. 2016년 영업이익 486억엔(약 4663억원), 당기순이익 338억엔(약 3249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158.6%, 265.0% 늘었다. 2017년 상반기(2017년 4~9월)엔 매출액 2813억엔(약 2조7009억원), 영업이익 225억엔(약 2157억원), 당기순이익 151억엔(약 1448억원)을 기록했다.


성공비결 1 |
연구·개발 투자로 앞선 기술력 확보

토토는 도석이나 점토 등 20종류 이상의 천연 소재 원료를 섞은 후 틀에 넣어 형태를 만들어 위생도기를 제작한다. 변기 내부는 물의 흐름을 좋게 하면서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도기가 커서 부위별 수축률도 다르다. 형태를 만드는 일은 기계가 하지만, 건조나 소성(燒成·불에 구워 만듦) 과정에서 변형될 것을 예측해 조절하는 작업은 숙련된 장인만이 가능한 기술이다. 소성 공정을 거친 위생 도기는 외관을 검사하고 목제 망치로 두드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내부의 깨짐 등 이상 여부를 소리로 알아낸다. 표면을 균일하고 매끄럽게 만들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마무리 작업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위생도기를 만드는 토토의 기술은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쌓은 것이다.

‘유닛 배스룸(Unit Bath Room)’은 바닥, 벽, 천장, 내부 설비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 시스템의 욕실이다. 공기를 대폭 단축하는 효과가 있고, 방수효과가 좋고 유지·관리가 간편해 일본에서는 널리 보급돼 왔다. 토토는 유닛 배스룸 공법을 1963년 개발했다. 1년 뒤 호텔 뉴오타니에 납품했다.

토토는 1980년 처음으로 비데 기능을 갖춘 양변기 ‘워시레트(Washlet)’를 출시했다. 비데의 등장은 화장실 문화를 바꿨다. 출시 34년 만인 2015년까지 전 세계에서 총 4000만 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선 비데를 일반적으로 워시레트라고 부른다. 3M의 스카치테이프처럼 다른 회사의 제품까지 ‘워시레트’라고 부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보통명사가 됐다.

토토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항문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했다. 당연히 관련 연구 자료는 없었다. 일부 직원은 계측 작업을 부끄러워했지만 남녀 직원 300명 이상을 조사해 데이터를 모았다. 쾌적한 물의 온도를 알아내기 위해 0.1℃씩 달리해가며 분석했다. 영하 10℃ 이하나 영상 30℃ 이상의 환경에선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가 달라지는지도 실험했다. 최적의 발사 각도를 만드는 방법, 물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신형 최고급 워시레트 ‘네오레스트 NX’엔 토토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다. 비데를 사용했을 때 둔부를 씻는 기분을 더 좋게 한 ‘에어 인 원더 웨이브 세정’과 변기의 세정 능력을 높인 ‘토네이도 세정’ 기능을 넣었다. ‘에어 인 원더 웨이브 세정’은 유속이 다른 세정수를 물방울 모양으로 초당 100개씩 발사하고, 공기를 포함시켜 물방울을 종전보다 30% 확대한 기술이다.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 설치된 ‘갤러리 토토’. <사진 : 토토>

성공비결 2 |
고급 비데로 해외 진출

토토는 지속 성장을 위해서 계속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야 한다. 일본 국내 시장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주택 신축이나 리모델링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016년 매출액 중 73.8%(4233억엔)는 일본에서 나왔다. 중국이 두 번째로 큰 시장(632억엔, 11.0%)이고, 기타 아시아·오세아니아 매출액이 306억엔(5.3%), 남·북아메리카 304억엔(5.3%), 유럽 37억엔(0.7%)이다. 해외 매출 비율은 22.3%에 그친다. 아직 높일 여지가 많다. 기타무라 마도카(喜多村円) 사장은 2014년 취임 당시 해외 매출 비율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 진출 전략 중 하나는 고급 모델 판매다. 비데 워시레트는 일본 시장을 휩쓴 뒤 1986년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글로벌 시장엔 비데가 널리 보급돼 있지 않다.

토토는 워시레트를 세계 각국 고급 호텔과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업 시설에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청결하고 쾌적한 기분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해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항공기 보잉 787에도 항공기용 워시레트를 설치했다.

토토는 해외 거점에 토토 제품을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관을 지어 홍보하고 있다. 2016년 9월엔 미국 뉴욕에 쇼룸 ‘토토 갤러리’를 열었다. 지난해 3월엔 샌프란시스코에 쇼룸을 만들었다. 같은 달엔 태국 방콕에도 전문가용 쇼룸을 열었다.

최근엔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에게 토토 제품을 홍보하는 것도 해외 매출을 늘리는 한 방법이다.

토토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일본의 화장실 문화와 우수한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리타 국제공항에 ‘갤러리 토토’를 만들었다. 화장실이지만 화장실이라는 걸 느끼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갤러리 토토를 만든 목적이다. 남녀 개인실이 4개씩 설치돼 있는데 모든 개인실의 벽지와 설치된 변기 디자인이 다르다. 토토는 일본의 화장실 문화가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 정신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더 느끼게 하기 위해 이런 세련된 화장실을 지었다고 했다.



토토가 개발한 최신형 양변기 ‘네오레스트 NX’. <사진 : 토토>

성공비결 3 |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급형 시장 공략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은 토토의 강점이다. 지난해 출시한 네오레스트 NX 가격은 57만엔, 소비세를 포함하면 61만5600엔이다. 한화로 양변기 하나 가격이 590만원에 달한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내놓은 토토의 야심작이다.

이런 고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나지만 디자인 면에서도 세련된 덕분이다. 이 제품은 항아리 형태로 곡선미를 강조했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울퉁불퉁하지 않다. 뚜껑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지만 도기처럼 광택이 나 변기와 하나가 된 느낌이 든다. 소비자는 세척 기능을 이용해 간편하게 변기를 청소할 수 있다. 변기와 비데가 구별되지 않도록 디자인과 기능을 고도로 융합했다. 토토는 이 제품으로 부유층의 단독 주택이나 고급 호텔 등을 공략할 계획이다.

기능 면에서도 이용자가 쾌적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토토는 세계 위생도기 업체가 모이는 전시회 ‘ISH’에 편안하게 누운 자세로 입욕할 수 있는 욕조를 출품했다. 몸에 불편한 곳 없이 어깨까지 물에 잠기게 설계됐고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 고쿠라에 있는 ‘토토 뮤지엄’. <사진 : 토토>

성공비결 4 |
물 절약 기술 개발해 환경 보호

물을 아끼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토토는 물 절약 기술 개발에 일찍 뛰어들었다. 1959년 발매한 양변기엔 흘려 보낼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대(大)’ ‘소(小)’를 구분한 손잡이를 달았다. 당시엔 절수보다는 수도요금을 절약할 수 있게 하자는 관점에서 이런 변기를 개발했다. 1970년대 들어 일본에서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자 비로소 절수 관점에서 개발한 변기가 나왔다. 종전 1회 물을 내릴 때 20ℓ의 물을 사용하던 것에서, 1회 사용 수량을 13ℓ로 줄인 변기가 등장했다.

변기는 도기로 만든다. 미세한 요철이 있어오염 물질이 묻는다. 씻기기는 하지만 물을 그만큼 더 사용해야 한다. 요철을 줄인다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토토는 1999년 특수한 유약을 발라 위생도기를 소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합적인 기술 개발로 절수 효과를 높이고 청소 횟수는 줄였다.

2002년 개발한 ‘토네이도 세정’ 기술은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일반적인 양변기는 가장자리에서 물을 아래로 흘려 보내 씻는 방식을 사용한다. 토네이도 세정은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안에서 돌게 만들어, 적은 물을 사용해 오염 물질을 씻을 수 있게 했다. 물이 나오는 가장자리를 없애 오염 물질이 생기지 않게 해 청소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토토는 이런 기술을 이용해 1회 세정 시 물 사용량을 3.8ℓ로 줄였다. 

비데는 변기 커버(변좌)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이 있다. 추운 겨울에 유용하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력이 낭비된다. 토토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24시간 가운데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은 50분간에 그친다.

토토는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전력 사용량도 줄였다. △변기 사용 빈도를 기억해 전혀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엔 히터를 자동 정지하는 기술 △사전에 설정해 놓은 시간대에 히터를 켜고 끄는 기술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변기를 사용할 때만 변기 커버를 따뜻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변기 커버의 단열재도 강화했다.

이 기술로 종전 비데에서 월 6900엔(약 6만6000원)의 전기요금이 나오던 것을, 1800엔(약 1만7000원)으로 줄였다. 전력 사용을 줄이면 전력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감소한다.

토토는 시스템 키친, 세면대, 시스템 배스룸, 샤워기 등에도 절수 기술을 적용해 물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토토가 개발한 샤워기는 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물방울 사이에 공기를 넣는다. 일반적인 샤워기는 1분에 10ℓ의 물을 쓰지만 토토의 샤워기는 35% 적은 6.5ℓ의 물이 나온다. 하지만 물방울을 더 크게 해 더 상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토토 측에 따르면 이 샤워기를 쓰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8㎏ 감축할 수 있고, 수도요금은 5500엔(약 5만2800원), 가스요금은 9000엔(약 8만6400원) 줄일 수 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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