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깨어났다. 원유·광물 등 방대한 지하자원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10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도 무시 못할 성장동력이다. 지금 세계는 아프리카를 주목하고 있다. 진작부터 상륙 깃발을 꽂은 나라들도 적지 않다. 한발 늦은 나라들은 아프리카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총력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히 ‘아프리카 러시’다. 상전벽해! 확 달라진 아프리카 대륙으로 달려가는 발걸음들을 쫓아가본다.

검은 대륙, 경제발전 ‘테이크오프’

거센 중국발 ‘황색바람’ 맞서 글로벌 자원확보 경쟁 가속화

국내 기업들도 자원개발·플랜트·소비재 분야 등 공략 나서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최북단 알제리에서부터 최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황색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공세적인 자원외교를 앞세워 아프리카 지역의 자원을 싹쓸이할 기세로 달려들고 있어요.”(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세계가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방대한 자원이 강력한 구심점이다. 이른바 ‘아프리카 러시’는 중국이 먼저 불을 지르고 여타 경쟁국들이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그만큼 뜨겁고 치열하다. 강대국이나 선진국만 뛰어드는 것도 아니다. 자원 확보에 목마른 나라들은 모두 아프리카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 자체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2000년대 이후 적지 않은 국가들이 정치·사회  안정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섰다. 아프리카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 평균 6%에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일시적으로 정체상태에 머물렀지만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올림픽과 함께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제전으로 꼽히는 월드컵이 올 6월 남아공에서 개최되는 것도 큰 관심사다. 어느 모로 봐도 남아공 월드컵은 아프리카 역사상 최대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세계무대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음을 만방에 선포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큰 경제성장 동력은 자원이다. 그 중에서도 일부 산유국들이 든든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전체 53개국 중 11개국이 ‘검은 은총’을 받은 나라다. 매장량으로는 리비아·나이지리아·알제리·앙골라·수단·이집트 등이 상위 순번을 꿰차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아프리카의 시대 선언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총괄과 장근무 사무관의 설명이다. “아프리카의 ‘포텐셜’은 이제 누구나 주목할 정도가 됐습니다. 특히 석유는 신규 개발 지역이 많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개발하는 나라로는 앙골라·알제리·나이지리아를 꼽을 수 있어요. 거의 중동권인 리비아나 이집트는 이미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잠재력 측면에서는 좀 처집니다. 가나는 매장량이 많지는 않지만 석유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경제성장에 따라 대외 교역 규모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대 중반 연 2500억달러 규모에서 2005년에는 5500억달러 규모로 10년 새 두 배 이상 팽창했다. 원유·광물 등 원자재를 내다팔고 소비재를 사들이면서 국제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급증해 2006년에는 36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로 달려가는 나라들도 역시 자원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자원 고갈 추세가 맞물리면서 아프리카가 자원 조달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은 물론 다양한 광물 자원도 풍부하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

특히 원유는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9.5%에 달하는 1143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1일 산유량도 10년 전 평균 750만 배럴에서 현재는 약 1200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됐다. 향후 개발이 본격화하면 주요 원유 공급처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쯤에는 아프리카의 원유 생산량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25% 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확인된 원유 매장량 3분의 1 차지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지난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신규 확인된 원유 매장량의 3분의 1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중동과 중남미 등 기존 산유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처로서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상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남미·러시아의 신(新) 자원민족주의, 중동 지역의 국영 석유회사 지배구조, 북해·북미의 생산 위축 등을 감안하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충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는 원유 외에 천연가스도 전 세계 매장량의 약 8.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77년간 현재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다. 또한 우라늄·동·니켈·유연탄 등 이른바 전략 광물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프리카 자원 확보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유전·가스전 탐사 및 생산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석유공사·가스공사·한전 같은 공기업이 주로 앞장서고 있지만 SK·삼성물산·대우조선해양 등 민간기업들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SK가 참여 건수나 지분 규모에서 가장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곧 건설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은 자원개발을 위한 플랜트 건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 개척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건설협회 아프리카 담당 관계자는 “아프리카 시장에서 발주 건수가 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수주 활동 보고도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수주 실적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신규 유전·광산 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어 향후 상당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미 큰 성과를 낸 사례도 적지 않다. STX그룹은 지난해 말 가나 정부와 공동주택 20만 호 및 도시기반시설 건설 사업 계약을 맺는 개가를 올렸다. 총 사업 규모가 무려 100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성사된 총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계약을 제외하면 단일 사업으로는 해외 건설 사상 최대 규모다.

이밖에 나이지리아·앙골라 등지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플랜트 수주가 눈에 띈다.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항만·철도 등 사회 인프라 건설에 관한 타당성 조사도 은밀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소프트’에 대한 이해 필요

거대한 내수 소비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는 약 8억5000만~9억 명으로 추산된다. 인구 숫자로는 중국이나 인도 못지않은 황금시장이다. 당연히 잠재력도 크다.

일례로 현재 아프리카의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1억2000만 명에 그치고 있다. 조금 더 소득수준이 높아질 경우 줄잡아 7억~8억 명의 신규 가입자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향후 아프리카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Sub-Sahara) 지역의 경제규모 절반을 차지하는 남아공이나 자원부국 나이지리아 등은 벌써부터 매력적인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 대표 수출 기업들은 이미 아프리카 내수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기존 중동·아프리카 지역총괄에서 아프리카 지역총괄을 분리, 신설했다.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공식 선언인 셈이다. 현대·기아차, LG전자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아프리카 현지 마케팅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가 장밋빛 성공의 보증수표인 것만은 아니다. 아프리카 진출에는 장애물도 적지 않다. 국가마다 사정도 제각기 다르다. 어떤 나라는 비교적 안정된 궤도에 올랐지만 또 어떤 나라는 여전히 정치·사회 불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나 관행,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도 간단치는 않다.

지식경제부 장근무 사무관의 말이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와 자원협력위원회를 구성해 활동 중이지만 밀도 있고 신속한 협의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대국의 의사결정이나 행정절차가 좀 느리거나 어설픈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지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업무처리가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체 대외투자 규모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에 불과하다. 오랜 식민지배를 통해 전통적인 기득권을 가진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 그리고 중국·인도 등 신흥 강대국의 아프리카 공략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아직은 초창기에 머물러 있다.

아프리카는 ‘마지막 신흥시장’이자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가장 유력한 블루오션이다. 아프리카를 놓치면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미래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아프리카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Interview   ‘아프리카통’ 정해정 MK인터내셔널 회장

“진심어린 파트너십으로 장기 협력관계를”

아프리카는 ‘틴에이저’…20년 후엔 ‘골리앗’ 될 수도

정해정 MK인터내셔널 회장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아프리카통(通)으로 꼽힌다. 그는 1983년부터 30년 가까이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펼쳐왔다. 플랜트 엔지니어링·건설, 무역·제조 등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UN 국제 활동 프로그램에도 오래 관여했다. 한국·나이지리아 경제인협의회 회장, 주한 시에라리온 명예영사, 아시아·아프리카 경제회의 공동의장 등을 맡아 민간 경제외교 사절로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에게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처음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시작한 1983년 무렵에는 그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라고는 저를 비롯해 ㈜대우·삼해어망·국제상사 등 4개 기업밖에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아프리카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지요. 외교관이나 코트라 직원들도 서로 가지 않으려고 했던 ‘불모지’였지요. 그러다 보니 민간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정 회장은 아프리카 진출 초기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는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가려면 항공편을 여러 번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50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혼자 모든 것을 개척해야 하는 외로움이 컸다. 정부도, 기업도, 국민들도 아프리카를 무시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소위 ‘자원 바람’이 불면서 요즘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구애하고 있는데, 솔직히 현지인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들은 속으로 ‘언제부터 우리를 그렇게 중시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색안경’을 끼고 한국인을 볼 때가 많습니다.”

정 회장은 아프리카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파트너십’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든 외교든 아프리카인의 공감을 얻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그들을 ‘바보’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빈곤하게 살다 보니 돈이 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나름의 뚜렷한 주관과 전략이 있어요. 그것을 간과해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정부나 기업들도 아프리카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정 회장에게 아프리카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1년에 절반가량은 아프리카에서 보낸다. 30년 가까이 공을 들인 만큼 인맥도 매우 두텁다. 젊은 시절 교분을 나눴던 지인들이 이제는 대통령이나 관료 등 아프리카 최고 엘리트로 자리잡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현지 지인들은 그를 ‘갓 파더’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국가 대통령들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한국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일관성이 끊어지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뭔가를 함께 도모하기가 곤란한 나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정부에 아프리카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으려면 이런 큰 걸림돌부터 없애라는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즉 아프리카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조언인 셈이다. 일시적인 유행과 바람에만 편승하면 상대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뿌리내리고 오랜 기간 현지인들과 교감하며 사업을 펼쳐 온 그의 말이기에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 회장은 요즘 세계적인 아프리카 러시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강대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적극 진출하고 있는 터라, 우리의 미래 시장을 몽땅 경쟁국들에게 뺏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는 정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민간교류 활성화라고 지적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민간 차원의 투자 및 협력 사업이 상당한 비중으로 진행돼 왔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선린우호 관계가 서로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저는 아프리카를 ‘보물섬’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인력의 잠재력은 막대합니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유럽 등 해외에서 유학한 엘리트들이 정치·경제에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이제 많이 깨어났어요.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저는 향후 20년 정도 후에는 아프리카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경제의 주축으로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합니다. 한국이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어 ‘중년’에 이르렀다면 아프리카는 ‘틴에이저’ 대륙이에요.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배려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한국기업 활약상

플랜트 건설 분야 - 삼성엔지니어링

북아프리카 상륙 성공… ‘남진’ 깃발 올린다

김윤현 기자 unyon@chosun.com

지난해 7월 삼성엔지니어링은 아프리카 건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북아프리카의 자원 부국 알제리의 국영 석유회사 소나트랙이 발주한 26억달러 규모의 스키다(Skikda) 정유시설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 당시 단일 플랜트 수주로는 국내 업계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키다 정유시설은 알제리 최대 플랜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자재조달·시공에 이르는 모든 프로젝트 과정을 일괄 턴키방식으로 수행한다. 이른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분야에서 뛰어난 사업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업체들만이 가능한 게 바로 EPC 방식이다. 특히 플랜트 EPC 분야에서는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3대 세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 회사 강석윤 과장은 “스키다 프로젝트 수주전에는 유럽·일본의 EPC 업체들도 뛰어들었지만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쌓아 올린 평판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UAE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이른바 ‘미나(MENA: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일선의 교두보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은 ‘저비용 고효율’의 거래처로 명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정확한 공기(工期) 준수, 고객 요구의 충분한 반영 등을 무기로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보다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최근 수년간 20여 개 플랜트를 단 한 번의 납기 지연도 없이 완공하는 사업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알제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 부국이다. 원유 매장량은 14위, 가스 매장량은 8위다. 최근에는 자원개발 붐이 일면서 인프라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이 연간 발주하는 공사 물량만 해도 200억달러에 이른다. EPC 업체들로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황금시장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스키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 처음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지역적·문화적으로 가까운 편이어서 중동에서 쌓은 평판이 아프리카 공략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난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지역은 친(親) 유럽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배 기간 동안 나름대로 아프리카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 친밀감의 배경이다.

특히 북아프리카 지역은 프랑스 식민통치의 유산이 남아 있어 불어가 널리 통용된다. 영어 사용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로서는 언어 문제가 난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제리에서는 계약서도 불어로 작성하고 현지인들도 불어를 사용해 언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인을 고용하는 데도 곤란한 점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문화적 이질성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으로 북아프리카 공략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프리카 스터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본격적인 남진(南進)도 예상된다.

자원개발 분야 -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전쟁 시대 이겨낼 ‘노다지’ 찾는다


김윤현 기자 unyon@chosun.com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는 지난 2008년 12월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이름을 바꾼 회사다. 사명(社名)을 바꾼 것은 기업의 비전 변화와 연관이 있다. 광물공사는 과거 국내 광업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지구촌 자원전쟁 시대를 맞아 직접 자원개발을 새로운 미션으로 설정했다.

새로 출범한 광물공사는 2009년부터 이른바 ‘2+2전략’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2+2전략은 2개 광종(광물의 종류)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개 지역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석을 담고 있다.

2개 광종은 우리 정부가 정한 6대 전략 광종 가운데서도 자주(自主)개발률이 현저히 낮은 동과 우라늄을 말한다. 2008년 기준 한국의 우라늄 자주개발률은 0%다. 동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전략 광종의 경우 유연탄 37.9%, 아연 27.6%, 니켈 25.7%, 철 10.5% 순이다.

광물공사가 눈독 들이는 두 개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다. 두 지역은 자원개발을 위한 진출 기회가 많은 데다, 관련 기업들의 경쟁이 아직 불붙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남미는 일부 광업 메이저 기업들이 선점한 반면, 아프리카는 그 동안 투자가 부진했던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광물 자원개발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광물 메이저들이 본격 진출을 추진 중인 것은 물론 중국·일본 등은 국가 차원에서 뛰어들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는 진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광물공사는 현재 공략 목표를 검토 중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남아공을 거점으로 삼아 서북쪽으로 나미비아의 우라늄, 동북쪽으로 모잠비크의 석탄, 정북 방향으로는 짐바브웨·콩고·잠비아에 걸친 구리벨트 등을 사업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아프리카 진출을 본격 확대하기 위해 기존에 세웠던 진출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광물공사는 이미 아프리카에서 두 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 컨소시엄(광물공사가 한국 측 대표)이 25% 지분을 확보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지역 니켈 개발 사업은 현재 플랜트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4분기쯤 니켈 생산을 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암바토비 광산은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꼽히는 초대형 광산으로, 국내 전체 수요의 25%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7월 지분 5%를 인수한 니제르 테기다 지역의 우라늄 사업도 눈길을 끈다. 향후 아프리카 대륙에서 우라늄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게 광물공사 측의 설명이다.

광물공사는 단독 진출보다는 동반 진출 전략을 활용할 작정이다. 항만, 도로·철도, 발전소·전력망 등 사회 인프라 기업과 함께 진출함으로써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셈법이다. 또한 국내 광물 실수요 기업과 유통업체들도 가담시키면 더욱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암바토비 사업은 도로·발전소·항만 등 인프라 기업과 동반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IT·통신 분야 - KT

한국 IT기술 ‘검은 대륙’ 밝힌다


김윤현 기자 unyon@chosun.com

지난해 12월9일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정부 고위관료 등을 비롯한 150여 명의 르완다인들은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기술에 큰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다. KT가 아프리카 최초로 구축한 와이브로(휴대인터넷)망 개통식에서였다.

이날 개통식에서 KT는 와이브로망을 이용한 실시간 인터넷 서비스, VoIP(인터넷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기술) 영상통화 시연 등 선진 기술을 선보였다. 세계적인 IT 강국 한국의 기술력을 르완다인들이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르완다는 1994년 후투족과 투치족의 인종갈등으로 대학살이 벌어졌던 나라다. 인구 약 1000만 명의 크지 않은 국가로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르완다가 대변신을 꾀하고 나섰다. 폴 카가메 현 대통령은 IT 인프라 구축을 국가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국가의 미래 비전을 정보통신기술(ICT), 공업 및 서비스업 발전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KT가 진행 중인 르완다 사업은 ‘아프리카의 IT 허브’라는 르완다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핵심 프로젝트다. 수도 키갈리를 중심으로 전국 28개 도시와 5개 인접국 국경지역을 국가 백본망(backbone network: 중추망)으로 연결하는 야심찬 사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와이브로망 개통은 르완다의 IT 비전을 더욱 현실화하는 첫 걸음인 셈이다.

이번 사업은 삼성전자 와이브로 장비를 비롯해 쏠리테크 등 국내 8개 협력업체가 아프리카에 동반 진출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국내 와이브로 장비 및 기술의 글로벌 시장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우리나라 IT·통신업계에 무한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시장이다. 2002~2007년 아프리카의 통신 가입자 증가율은 연 평균 49%에 달했다. 르완다의 경우는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율이 100% 이상이다.

KT는 지난 2007년부터 아프리카 진출에 나섰다. 첫 번째 사업이 성사된 르완다를 비롯해 콩고와 알제리 등 3개 국가에 거점을 마련해 ICT 인프라 구축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현지 사무소도 개설해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 확대도 모색 중이다. 특히 르완다 와이브로망 구축 사업은 인접국들에게 효율적인 통신망 구축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어 향후 KT 브랜드 파워 제고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알제리, 콩고 두 나라에서의 사업도 눈길을 끈다. 우선 알제리에서는 수도 알제와 인접한 시디압델라 신도시의 통신 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및 설계·시공을 통째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전자정부 추진을 위한 포괄적 협력 양해각서(MOU)도 맺은 상태다. 콩고에서는 6개 정부 부처의 광통신망 구축 등 전자정부 실현의 기반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아프리카 사업은 KT가 현지 국가에 필요한 ICT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사업 모델”이라며 “KT는 르완다·알제리 등지의 사업 확대는 물론 케냐·탄자니아 등 주변국과의 사업 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