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전자업체 임원 출신의 기업혁신 컨설턴트 K씨는 지난해 12월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그가 출장 간 이유는 한 일본 전자업체 임직원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서였다. 특강 주제와 내용은 말하자면 한국 전자업체의 성공 비결 같은 것이었다. 처음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제안을 들었을 때는 다소 의아했다고 한다. 그 업체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알아주는 전자업체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결국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그 업체는 단서를 달았다. 특강 사실을 비밀에 부쳐달라는 것이었다. K씨의 말이다. “그들은 나를 초빙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아마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 일본 업체는 제가 몸담았던 회사가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상대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있었던 회사가 그들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낳고 있으니 그 비결이 궁금했던 거죠. 실제 강연장에 가봤더니 참석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더군요.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니 문득 묘한 기분이 듭디다. ‘일본인들이 한국 기업을 궁금해 하다니…. 세상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마음이었죠.” 그는 특강을 마친 후 며칠간 도쿄에 머물렀다. 약간 들뜬 기분도 달랠 겸 시내 중심가의 대형서점에도 들렀다. 그곳에서 K씨는 또 한 번 놀랐다. 한국 기업에 관한 책들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간된 서적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언뜻 보기에 대다수 책들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것들이었다.

한국 제조업 ‘극일’ 가까워졌나?

일부는 추월, 일부는 추격…

부품·소재 키워야 진짜 역전

반도체·LCD·휴대전화·조선 등 세계시장서 한국 우위

‘알맹이’ 제조기술은 일본에 뒤처져 ‘외화내빈’ 시각도

지난해 3분기 기업 실적발표 직후 일본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자국을 대표하는 주요 전자업체 9개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1519억엔)이 삼성전자 영업이익(3260억엔·약 4조23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네다 노부유키 소니 부사장은 “우리가 삼성전자에 패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제품 경쟁력의 차이에 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일본 언론들도 삼성전자가 앞서 나가는 배경을 분석하며 자국 기업들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삼성전자 효과’ 덕분에 다른 업종의 한국 간판기업들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심지어 “한국 기업들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물론 지난해 양국 기업 간 실적 차이는 원고와 엔저라는 환율효과가 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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