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브랜드 광고 전쟁으로 뜨겁다. SK텔레콤(이하 SKT)은 유·무선 결합상품 브랜드인 ‘T밴드’를, KT는 초고속인터넷·집전화·IPTV 등 유선을 기반으로 한 ‘QOOK(쿡)’을 내세우고 있다. LG텔레콤 역시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오즈’ 브랜드를 앞세우며 결합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바야흐로 컨버전스(convergence: 융합) 경쟁 시대로 들어서면서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발한 광고기법들이 속속 등장하며 사회 이슈가 될 정도다. 광고 경쟁은 라이벌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SKT와 KT의 경쟁이 볼만하다. 올해 들어 선보인 양사 광고는 강한 중독성과 호기심 유발, 흥미진진한 시리즈물 등 유사한 특징이 있다. SKT는 지난해 ‘되고송’에 이어 올해 ‘비비디바비디부’, 이를 바탕으로 ‘T밴드’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는 ‘쿡’의 성공적인 티징(Teasing) 마케팅을 발판 삼아 본격적인 실체 광고에 들어갔다. 양사의 브랜드 광고 전략과 그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했다.

‘비비디…’로 마법주문 걸자

‘Qook’으로 호기심 유발

SKT는 올해 들어 ‘비비디바비디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주목을 끌었다. 톱스타 배우 장동건과 가수 비를 모델로 지난해 ‘되고송’의 후속편 격인 ‘비비디바비디부’ 시리즈로 인기 몰이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 4월 초, 자사의 핵심 브랜드인 ‘T’의 업그레이드판을 등장시켰다. 바로 ‘T밴드’다. SKT는 유·무선 통합 브랜드를 ‘T밴드’로 정하고 수영 선수 박태환과 연극배우 부부를 모델로 내세워 T밴드 광고 시리즈의 신호탄을 쐈다.  

KT는 KTF와의 합병을 계기로 지난 3월말 새 통합 브랜드 ‘쿡’을 선보였다. 그 뜻을 철저하게 비밀로 붙이고 티저광고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4월 들어 ‘쿡’의 실체를 알리기 시작했다. 쿡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IPTV 등 유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묶은 상품의 브랜드다. 메가패스 등 ‘메가’로 시작하는 유선 서비스의 새로운 브랜드 이름이다. 무선의 경우 기존의 쇼(SHOW)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론 쿡이 KT의 모든 상품의 대표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SKT와 KT가 이처럼 경쟁적으로 새 브랜드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컨버전스 시대의 새로운 통합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고객에게 깊숙이 접근하기 위해선 친근하고 쉬운 브랜드를 내세워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희망 주문…‘비비디바비디부’

지난해엔 SKT의 ‘되고송’ 광고 시리즈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생각대로 하면 된다’는 이 광고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누구나 따라 흥얼거릴만한 ‘국민 CM송’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 들어선 ‘비비디바비디부’가 등장했다. 희망 사항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실천을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소 생소한 ‘비비디바비디부’는 고객의 생각이 실현되는 순간을 기원하는 캠페인의 핵심 문구로, 동화 속 마법의 주문이다. ‘주문’을 ‘실천’의 시작 단계라고 본 것이다. 고객의 생각이 실현되는 최고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T가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는 친구가 되겠다는 게 브랜드 철학이다. ‘비비디바비디부’는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꾸는 마법 주문을 차용한 것이다.

‘비비디바비디부 캠페인’은 지난 2월7일 첫선을 보였다. 장동건과 비가 시상식에 등장해서 말한 “비비디바비디부”의 뜻을 두고, ‘이게 뭐지?’라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궁금증을 야기시키는 ‘티저광고’의 일종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동화 속 마법 주문이라는 점과 ‘되고송’의 후속 편이라는 점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비비디바비디부’ 광고는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 광고의 일환으로 인식됐다.

이 광고는 TBWA코리아가 제작했다. 광고 제작팀은 “비비디바비디부의 개념을 약간의 허구성을 가미해 흥미롭게 표현했다”며 “모델인 장동건과 비가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법한 해외 시상식에서의 수상 소감을 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소망이 실현되는 순간에 함께하는 SKT의 ‘비비디바비디부’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장동건 버전 ‘비비디바비디부’ 광고는 일반 광고보다 스태프의 수가 두 배가량 더 필요했다. 시상식 장면을 연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제의 관객을 그대로 보여줘야 했던 만큼 100여 명의 외국인 출연진이 모집됐다. 촬영지는 호주 멜버른. 아직은 아시아권 스타인 장동건이 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이라는 설정에 좀 쑥스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훌륭한 연기자답게 수상의 감격을 자연스럽게 잘 표현해 빠른 시간에 자신의 촬영 분을 소화했다. 이 광고는 특히 영화제에 가득 찬 관객을 표현하기 위해 후반 작업이 일주일 이상 소요됐다. 관객석을 가득 채운 모습은 CG로 완성했다.

비가 주인공인 음악 시상식 장면의 ‘비비디바비디부’ 광고 역시 많은 스태프가 동원됐다. 호주 시드니에서 촬영된 이 광고에도 역시 외국 엑스트라들이 100명 이상 동원됐다. 시상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개성 있는 뮤지션인 만큼 개개인을 특색 있게 꾸미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한다. 비는 해외 시상식에 자주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유머를 첨가한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촬영장을 즐겁게 했다.

‘밴드 결성 = 경제성’ 직설 묘사

SKT는 4월 들어 광고 ‘박태환 밴드’ 편을 내보냈다. ‘비비디바비디부’의 업그레이드판이자 본격적인 ‘T밴드’ 이미지 광고가 처음 소개된 것이다. 이 광고에서부터 ‘T밴드’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고, 유·무선 통합의 경제성이 명확하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T밴드’ 광고 기획은 지난해부터 준비돼 있었다. 올해 초 마무리 단계를 거쳐 경쟁사 KT의 ‘쿡’ 광고가 등장한 직후 선보였다. 쿡 광고에 맞춰 내보낸 것은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우연히 비슷하게 나갔다고 SKT 광고 팀은 설명했다.

SKT는 이 광고로 ‘밴드 결성’을 강조했다. 밴드는 다양한 악기와 밴드의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흥겨운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준다. 그런 점에서 ‘T밴드’는 이름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이 음악밴드와 닮아 있다. 우선 그 구성이 휴대전화, 인터넷TV, 인터넷전화로 음악밴드의 악기들처럼 서로 다른 것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 통신비를 50% 절감해 줌으로써 여느 밴드들처럼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는 의도가 있다.

‘T밴드’ 캠페인은 ‘T밴드’를 단순한 통신 결합상품이 아닌 음악밴드에 비유하면서 몇 가지 효과를 노렸다. 가격 할인을 앞세워 가입을 권하는 기존의 광고 방식에서 탈피, 서비스 상품들의 기본 속성인 ‘상품으로 인해 얻게 될 고객의 즐거움’을 전달하려 했다.

또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의 밴드 결성’이라는 신선한 뉴스로 광고의 주목성을 높이며 흥미를 유발했다. 박태환의 목소리로 밴드 결성 이유와 밴드로 인해 얻은 혜택을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 해줌으로써 ‘T밴드’로 결합하면 많은 혜택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광고제작사 크리에이티브에어가 만든 이 광고는 경기도 양평 삼패리의 한 주택에서 촬영됐다. 광고는 ‘박태환 21 밴드, 부모님을 설득해서 밴드를 결성했다’는 설명을 깔고 “T가 1등이니깐 T밴드 해야죠”라는 박태환의 멘트를 중요하게 처리했다. 이어 ‘T+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T밴드’와 ‘T밴드로 결합하면 최대 50% 할인’이라는 구체적인 광고 내용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희망 실천의 주문’ 비비디바비디부의 멜로디로 마무리.

평소 음악을 좋아하는 박태환 선수의 실제 연주 실력은 어땠을까. 수영과는 달리 연주에 있어서는 초보였다고 한다. 제작진은 먼저 시범을 보이고 박태환에게 이를 따라하게 했다. 제법 그럴싸한 연주 자세가 나왔다. 특히 드럼을 연주할 때는 멋진 애드리브까지 선보여 촬영장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이 광고의 또 다른 재미는 박태환의 1인3역 모습. 엄마와 아빠로 분장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친근했다. 여자 분장이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이를 재미있게 잘 소화했고, 촬영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부 밴드 편도 예쁘게 만들어졌다. 어느 날 밴드를 결성한 이종무·임정은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생활 속 밴드 결성’이라는 신선함으로 광고의 주목성을 높였다. 밴드 가입 이유와 혜택을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해줌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한다는 의도로 제작됐다.

이 부부는 실제로 결혼한 지 1년이 된 부부다. 둘 다 연극배우가 직업이다. 광고 속에서 이 부부는 돌연 밴드를 결성했다고 선언한다. 아내의 노래 실력과 악기 다루는 솜씨는 뛰어나다. 이에 비해 남편의 음악적 재능은 부족해 보인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결성’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들의 밴드 결성 이유를 들어보면 왜 밴드를 만들었는지 납득이 된다. 음악성보다는 경제성을 추구하는 밴드, 바로 ‘T밴드’가 그들이 결성한 밴드다.

이 부부는 촬영 내내 얄미울 정도로 행복해 보였다고 제작진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감독의 ‘컷’ 소리를 지나칠 정도로 서로에게 몰입해 촬영장 여기저기에서 질투 어린 한숨소리가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음악성보다는 경제성을 추구하는 이들 밴드의 악기 또한, 음악성을 추구하는 다른 여느 밴드들의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전자기타 대신 우쿨렐레가, 드럼 대신 봉고가 차지한 미니멀한 밴드의 모습이 경제성을 추구하는 ‘T밴드’를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

KT…‘쇼’ 팀 ‘개고생’으로 또 ‘쿡’ 히트 

KT의 모든 상품 앞에는 이제 ‘QOOK’이 붙는다. 초고속인터넷인 메가패스는 QOOK 인터넷으로, 메가TV는 QOOK TV, QOOK 인터넷전화 식이다. ‘쿡’은 KTF와 결합한 KT 상품의 핵심 브랜드다. 

‘쿡’ 광고가 처음 나왔을 때, ‘뭐야 이건’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밥솥 광고?”, “무슨 요리 광고 아니냐” 등의 의문이 많았다. 전형적인 티저광고(teaser advertising)인 쿡 광고는 의도한 것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KT의 이 광고 캠페인은 경쟁사로부터도 칭찬과 부러움을 샀다.

인기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노숙자 신세가 된 변우민과 눈 덮인 산을 헤매는 산악인 엄홍길의 추레한 모습 뒤에 나온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쿡’이라는 멘트는 강렬했다.

‘쿡’ 브랜드 캠페인은 매우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기법도 있다. 세 편의 방송용 티저광고에 이어지는 또 다른 세 편의 ‘실체 광고’에서 ‘쿡’의 구체적인 서비스가 소개된다.

광고 세 편은 ‘한 달 반’이라는, 광고 제작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을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결코 날림 작품이 아니다. 제작팀은 짧은 시간에 이런 좋은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었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개고생 해서 만들었다”고 답했다. ‘개고생’ 방송광고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쿡’은 이미 사회 이슈로 뜨고 있었다. 

‘쿡’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3월20일이었다. ‘위성사진에 잡힌 정체불명의 사진 한 장’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등장했다. 인터넷 지도 정보에 잡힌, 건물 옥상에 펼쳐진 ‘QOOK’이라는 큼직한 현수막. 쿡 1탄이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공사진 서비스인 ‘스카이뷰’에 쿡 브랜드가 노출된 것이다.

이 사진 한 장에 네티즌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KT에 따르면 항공사진은 520만 뷰(view)를 기록했고, 네이버와 네이트 주요 포털 게시판의 사진 조회 수는 2300회가 넘었다. 3월24일 야구 월드컵(WBC) 결승전이 있는 날이었음에도 ‘쿡’ 사진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클릭 수는 40만~50만이나 됐다.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서도 쿡은 빠르게 확산됐다. 각 블로그에 쿡 관련 게시글 게재 이후 3월24일까지 5일 동안 총 6만3633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네이버 기준으로, 90여 개의 자발적인 블로그에 쿡 관련 게시 글이 등록됐고, 다음 아고라에 쿡 관련 내용이 베스트 게시 글로 오르기도 했다. 또 7개 네이버 카페에 관련 게시 글이 등록됐고 ‘지식인’에 20여 개의 관련 게시 글이 올랐다.

언론도 갑자기 벌어진 ‘쿡 현상’에 관심을 보였다. 전자신문의 ‘e버즈(인터넷으로 확산되는 입소문)’ 보도기사가 네이버 뉴스 캐스트 초기화면에 잡히면서 약 600만 페이지뷰 효과가 발생했고, 조인스닷컴과 스포츠칸 등 약 15개 미디어에서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쿡 검색어 기록이 급상승했다.

<조인스닷컴>은 3월24일 ‘기업 비밀 유출? QOOK 대형 현수막, 위성사진에 찰칵’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네티즌들은 정부 기밀이나 기업 비밀이 유출된 것, 기업 창립 기념 파티 천막, 특별한 연인을 위한 이색 프러포즈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3만6000명 임직원도 ‘쿡’ 몰랐다  

쿡 위성사진이 히트를 치고 있는 가운데 2단계 티징 캠페인이 펼쳐졌다. ‘현수막 프로젝트’였다. 3만6000장의 현수막이 전국 곳곳 아파트 베란다에 내걸린 것이다. 버즈 커뮤니케이션(Buzz Communication), 즉 ‘입소문’이 더욱 탄력을 받았다. 

KT는 자사의 최대 자산인 전국 3만6000여 명의 임직원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석채 KT 회장도 자신의 서울 송파구 아파트 베란다에 ‘집에서 ㅋㅋ QOOK’이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기업 자산을 이용한 전무후무한 이른바 ‘바이러스 프로젝트(Viral Project)’가 우리나라 최초로 진행된 것이다. 쿡의 실체에 대해 눈치 채는 이는 여전히 없었지만 쿡 홍보는 전형적인 티징 캠페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쿡은 블로그, 카페, 언론기사 등을 통해 약 7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더해갔다. 

대개 티징 캠페인은 ‘티징→런칭’ 두 단계를 거치지만 ‘쿡’ 캠페인은 일반적인 도식을 깨고 ‘프리티징→티징→런칭’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3월25일, 3단계 캠페인인 방송광고가 등장했다. 산악인 엄홍길과 탤런트 변우민의 추레한 모습과 함께 뜬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멘트는 쿡 티징의 결정판이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재미있는 광고 내용과 강렬한 카피, 인기 스포츠맨과 인기 드라마 주인공의 망가진 모습 등 다양한 요인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밥솥 광고인지 뭔지, 개고생 광고가 대체 어느 기업 광고인지 힌트조차 찾기 힘들었다. 심지어 대다수 KT 임직원들까지 쿡의 실체를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쿡’의 초기 세 편 광고 모두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브랜드 및 광고 자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집 나가면 개고생’ 카피는 전염성이 강했다.

쿡 광고 따라 하기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약 240개 블로그가 ‘쿡’ 티저광고를 퍼 날랐고, 연합뉴스, 한국일보, 매일경제 등 40여 개 언론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 주로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은 최상의 멋진 차림이지만, ‘쿡’에선 모델이 불쌍하고 더러운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나타난 점 때문에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집’과 ‘쿡’, 이 두 가지 힌트만으로 ‘실체’를 예측하는 흥미도 더해갔다. 

예상대로 ‘쿡’의 패러디와 UCC가 속속 등장했다. 4월4일 MBC <쇼 음악 중심>에서 인기 여성 그룹 ‘소녀시대’는 ‘개고생’을 패러디했다. 네티즌들은 <꽃보다 남자>, 최민수, 아사다마오 패리디 등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UCC를 만들어냈다. ‘2호선 타면 개고생’, ‘고무신 되면 개고생’, ‘영웅 짓도 개고생’, ‘성경 문자로 해석하면 개고생’ 등 기발한 패러디들이 줄을 이었다.

‘개고생’은 빠른 시간 안에 유행어처럼 번졌다. ‘한화 이번 시즌 개고생’, ‘G드래곤 개고생’, ‘부동산 팔면 개고생’ 등 정치·경제·사회·스포츠·연예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응용됐다. <조선일보> 만평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묘사하며 ‘넘버원 잘못 만나 개고생’이라고 하기도 했다.

3월20일부터 4월7일까지 19일간 KT의 ‘쿡’ 띄우기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KT와 KTF의 통합을 계기로 등장한 새 브랜드 쿡 광고는 이 같은 티징 캠페인으로 시작했다. KT는 4월말부터 쿡에 대한 본격적인 실체 광고를 전개한다.

이종선 SK텔레콤 밴드전략실 마케팅 팀장

“값싼 서비스…경제성 직설화법”

- T밴드 광고가 KT의 쿡 광고가 등장하자마자 나온 것 때문에 일각에선 견제 차원의 광고 캠페인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우리 T밴드 광고가 KT의 유선 브랜드인 쿡 광고와 비슷한 시기에 나와서 많은 분들이 광고 경쟁하는 것 아니냐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T밴드 광고는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왔다. T밴드는 유선 통합 브랜드인 KT의 쿡과는 다른, SKT와 SK브로드밴드의 말하자면 유·무선 결합 서비스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무선 결합상품 브랜드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T밴드 광고 준비는 연초에 마무리됐고, 계획된 브랜드 캠페인 일정에 따라 전개된 것이다. 브랜드 이름과 광고 방향을 잡아 놓고 준비하고 있었다. 4월초를 ‘D-데이’로 잡고 있었다. 그러던 중 3월말에 쿡 광고가 나왔다. 그렇다 보니 둘이 경쟁하는 듯 보인 것이다.

- 경쟁사의 쿡 광고가 히트를 쳤다. 어떻게 평가하나.

쿡이 나오기 전 우리는 기대를 많이 했다. 경쟁사의 새 광고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어떤 광고일지 예상 시나리오도 만들어봤다. 경쟁은 서로 비등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전개돼야 재밌는 것 아닌가. 그래서 KT 광고가 어떻게 나올지 신경을 썼던 것이다. 당연히 티징 캠페인일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KT로서는 신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기 때문에 적합한 광고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쟁사인 KT의 이번 쿡 광고를 좋게 평가한다. 이미지를 알리는 데 애를 썼고 그만한 성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 T밴드 광고와 쿡을 비교한다면.

T밴드 광고는 쿡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우리의 경우 호기심을 유도하는 단계가 아니다. T라는 SKT의 상품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구축이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T의 업그레이드 브랜드인 T밴드가 어떤 좋은 점을 선사할 것인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캠페인을 펼친다. 서비스의 구체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티저 전략을 구사한 쿡 광고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 T밴드 광고 캠페인의 핵심은 무엇인가.

2009년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둘 만한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얼마 전까지 ‘되고송’, ‘비비디바비디부’ 광고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실제로 그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이를 주문하자는 캠페인을 했다. 그리고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상품, 품질 좋고 값싼 상품, 유·무선 결합으로 탄생한 경제성이 뛰어난 상품을 우리는 직접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기대치에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 앞으로 펼쳐질 T밴드 광고의 스타일을 미리 소개한다면.

T밴드 광고의 축은 역시 ‘T’다. SKT의 브랜드 명인 ‘T’는 ‘통신업계(Telecom) 최고의 기술(Technology)로 고객에게 최고(Top)로 신뢰(Trust)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T’는 앞으로 다양한 브랜딩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앞선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처럼 고객 삶에 투영된 친숙한 문화 코드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고객이 항상 떠올리는 러브 마크이자 고객이 원하는 것이 ‘생각대로’ 이뤄지는 문화 감성 브랜드, 그것이 T가 나아갈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훈주 KT 통합이미지전략담당 팀장

김태해 제일기획 광고6팀 팀장

“개고생 해서 만들었다”

- 쿡 광고가 히트 칠 것이라 예상했나. 

(신훈주) ‘쿡’ 광고가 3월25일에 첫 방송을 타자마자 빠른 시간 내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첫 광고 후에 KT 직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찬반이 뜨거웠다. 제작팀은 ‘이 광고 뜨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찬반이 뜨겁다는 것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되겠다고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쿡 광고 입소문이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 방송광고에 등장한 ‘개고생’이란 말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신훈주) 한 음악방송에서 소녀시대가 쿡 광고를 패러디하더라. ‘뜨고 있구나’하고 실감했다. 개고생 시리즈 패러디가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하게 생겨났다. 광고를 만든 우리로서는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인기가 빠르게 확산됐다. 광고가 뜬 후 1주일 사이에 벌어지기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광고에 쓰인 ‘개고생’이라는 용어 때문에 더 화제가 됐던 것 같다. ‘고생’을 강조하고 싶은데 처음엔 ‘생고생’으로 잡으려고 했다. 근데 좀 약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기존 어구에다 극한의 어려움을 강조하겠다고 ‘개고생’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를 두고 제작 과정에서 ‘속어다, 비속어다’ 논란이 있었는데 국어사전에 나오는 우리말이라는 것을 알았고, 또 <스타골든벨> 퀴즈에 ‘개고생’이라는 단어가 순우리말이라고 나온 적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개고생’을 쓰기로 확정했다.

- 엄홍길씨와 변우민씨가 흔쾌히 허락했나. 

(김태해) 엄홍길씨와 변우민씨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모델에 나서서 말들이 많았다. 둘 다 광고의 기획 의도를 듣고선 흔쾌히 오케이 했다. 광고에 나오는 목소리도 직접 녹음했다. 사실 엄홍길 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고민거리였는데, ‘인간 승리’의 현장을 ‘개고생’이라고 하기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근데 제안을 받은 엄홍길씨가 ‘재미있겠다’고 했다. 더구나 본인이 보관 중인 각종 영상 소스까지 제공했다.

- 개고생 광고 제작하면서 있었던 다른 에피소드는.

(김태해) 카피에 걸맞은 ‘개고생’ 영상을 찾아내는 것이 숙제였다. 마침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남자 주인공 교빈이 옛 아내에게 복수를 당해 거리를 떠도는 내용이 방송 중이었는데, 이게 딱이라고 판단했다. 피서지에서 텐트를 부여잡고 밤을 새거나, 무전여행을 떠났다 개밥을 탐내는 일반인의 고생담은 제작진의 경험에서 뽑아낸 것이다. 

 

- 이번 광고를 순식간에 만들었다고 들었다. 

(김태해) 이 광고를 만들면서 들어간 시간은 한 달 반 정도다. 엄청나게 짧은 시간이었다. 있을 수 없는 시간 내에 광고를 만들어냈다. 다들 정말 고생했다. 한마디로 개고생 하면서 만들었다. KT 광고팀은 물론이고 제일기획 6팀 모두 정말 정신없이 제작 기간을 보냈다. 여건상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혼신을 기울여 제작에 임했다. 시간이 짧은 만큼 의사 결정이 빨랐고 KT와 제일기획 두 팀이 한 덩어리가 돼서 누가 어느 팀이라고 할 것 없이 같이 고생해서 만들었다. 낮밤 없이 격의 없이 TFT팀 구성원들이 같이 지냈다. 솔직히 다음이 걱정이다. 한 달 반 만에 광고를 이렇게 만들어냈으니 다음엔 더 잘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KT팀과 제일기획 6팀은 ‘쇼 광고’에서 호흡을 맞췄었기 때문에 손발이 잘 맞았다. 그래서 이 짧은 시간에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쿡 브랜드 캠페인에서 새로운 시도가 많았다.

(신훈주) 버즈 마케팅이라고 하는 입소문 마케팅 효과가 좋았다. KT는 인적 자산이 좋다. 전국 각지에 3만6000여 명의 임직원이 포진해 있다. 이들에게 쿡 홍보를 맡겼다. 각 가정 베란다 등에 ‘쿡’ 현수막을 내걸어 깜짝 노출을 했다. 위법성 여부를 처음에 다 따져본 다음 실행했던 것이다. <이코노미 플러스> 독자들 중엔 CEO와 임원들도 많을 텐데, 임직원들을 통한 브랜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쿡’ 광고 제작을 통해 새롭게 느꼈다. CEO분들도 이런 점에 대해 깊이 고려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조직원들의 내부 결속력이 강해지고 이로 인해 조직의 에너지가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 자사 브랜드 홍보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고 자연스럽게 애사심도 깊어지는 것 같다. 특히 이런 홍보의 경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솔깃하지 않은가. 기업이 처해있는 환경을 잘 살펴보면 곳곳에 활용할 만한 것들이 숨어 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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