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인식(62) 한화이글스 감독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아직도 뜨겁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과를 일궈낸 김 감독의 리더십과 성공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다.
기자는 4월11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131일 동안의 WBC 스토리’를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속마음까지 드러내면서 상세히 소개했다. 과연 김 감독의 성공비법은 무엇인지, 리더십 전문가 홍의숙 인코칭 대표와 함께 상세히 분석해봤다. 도움말 : 홍의숙 인코칭 대표

“지면 어때…자꾸 도전해봐”

도전·냉철한 판단·믿음의 ‘통합 리더십’ 마술사

Step 1 조직구성

‘미션 임파서블’ 프로젝트…시작부터 ‘난항’

혁신은 천재들만의 리그가 아닌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

KBO 기술위원회는 작년 11월5일 WBC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으로 김인식 한화이글스 감독을 추대했다. 김 감독은 2006년 제1회 WBC 감독 직후 더 이상 한국대표팀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다 (뇌경색으로) 몸이 불편해 극구 사양했다.

“하일성 총장이 자꾸 부탁을 하기에 하는 수 없이 이런저런 멤버들로 구성해주면 (감독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조건은 제1회 WBC 때와 마찬가지로 LG 김재박 감독,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KIA 조범현 감독 등 현역 감독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 구단 및 현역 감독들이 거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하 총장은 난감한 입장이었다.

“내 조건이 수락되지 않아서 (감독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계속 내려와서 (내 조건을 못 지켰으니) 뭐라 말은 못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앉아만 있는 거야. 그런데 내가 사실 몸이 이렇게(뇌경색) 돼서 매일 숙소에서 운동장까지 45분 정도 걸어 다닌다. 그때마다 마주친 대전 시민들은 날 보고 ‘수고하십니다. WBC 잘 좀 해주세요’, ‘(WBC 감독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하고 말을 하는데 내가 그 사람들한테 ‘아직 감독을 수락한 게 아닙니다’고 대답할 수 없지 않은가. 고개만 끄떡이고 오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 거다.” 한국의 야구 전력을 잘 아는 KBO나 야구인들은 내심 1회 때와 마찬가지로 4강만 들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었지만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는 등으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져 제2회 WBC 한국야구대표팀은 1회 때보다 나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김 감독은 ‘미션 임파서블’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내기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 또한 박찬호(미국 필라델피아), 이승엽(일본 요미우리), 김병현(전 피츠버그), 박진만(삼성) 등이 빠지면서 전력이 1회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렇게 외쳐댔다.

“국민 눈높이가 점차 높아져 부담이 크다 보니 자꾸 한국대표감독을 안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정신부터 없애야 한다. 지면 어떤가. 누구든 (감독을) 맡아서 (도전)해야지 자꾸 뺀다면 누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겠는가.”김 감독은 미국 하와이로 전지훈련 갔던 2월15일 선수들을 모아 놓고 첫 미팅을 가졌다. 김 감독은 한국야구대표팀 구성 후 해단식에 이르기까지 선수들과 모두 세 번의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김 감독은 그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가슴 찡한 격려로 도전정신을 불태웠다.“너희들이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해 여기까지 왔다.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점에서 너희들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선수들이나 다름없다. 잘해서 웃으면서 헤어지자.” 3월6일 펼쳐진 대만전은 ‘국민들의 예상대로’ 쉽게, 그것도 9대0이라는 큰 점수 차로 이겼다.

하지만 김 감독은 쉬운 상대인 대만일지라도 지면 끝장이라는 각오를 다졌다.“일단은 대만을 이겨야 우리가 (한 단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전력 분석원들은 대만의 호주 전지훈련을 보고 그다지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프로 대 아마추어 비율이 50대50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만 팀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멤버들을 모두 프로로 바꿨다. 일본에서 뛰는 프로선수들까지 합류한 것이다. 이런 대만 팀이 의외로 중국한테 졌다. 그래도 시합 없는 날 (대만 팀 시합을) 구경했다. 그런데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니까 부담이 되더라. 막상 해보니까 우리 선수들이 잘 해줘서 쉽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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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확실히 기업가 정신이 있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는   <위대한 혁신>이란 책에서 혁신은 천재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목표 지향적이고, 체계적이며, 끊임없는 노력과 근면의 결과로 완성되는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리고 혁신은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 아니라 조직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활동이라고 했다.

김 감독의 도전정신과 기존 인적자원에 대한 준비, 그리고 열망은 혁신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 ‘혁신’이기에 그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의 전략적 리더십이 엿보인다.

전략적 사고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분석과 논리적인 사고를 전제로 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추구하는 혁신적인 자세다. 전략적 사고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제해결 과정이다. 즉, 전략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조직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Step 2  위기 극복

일본전 대패 이후 투수 전략 대폭 수정

지시적·지지적 행동을 최적으로 조합한 상황 리더십 ‘눈길’

순항해 나가는 듯한 한국야구대표팀은 대만전 다음날 열린 일본전에서 14대2로 대패하고 말았다. 일본전에서 콜드게임 패 당한 날 기자들이 김 감독에게 패한 이유를 물었다. 특히 김광현 투수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베이징 올림픽 때와 달리 김광현의 볼이 일본 타선에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일단 김광현을 ‘철저하게’ 감쌌다. “베이징 올림픽과 WBC는 다르다. WBC 멤버가 훨씬 좋다. 일본이 김광현의 기존 패턴을 철저하게 분석한 것 같다. 김광현은 유난히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았고, 볼이 가운데로 몰렸다.”(3월7일 일본에게 진 후 가진 인터뷰) 믿음의 야구로 소문난 김 감독이었기에 선수를 지지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날로 투수 전략을 새로 짰다. 왜 그랬을까.

“그전까지 김광현, 류현진 등 젊은 투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잘 던진다고 생각했는데 일본한테 대패를 하고나서 그날로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일본이 이 선수들의 전력을 분석해서 충분히 알고 했기 때문에 잘 친 것이라고 했지만 난 아니라고 봤다. 우리 실력이 부족하다고 본거다. 물론 앞으로 이들의 발전성은 충분하다.”

선수를 격려한 따뜻한 말과 달리 김 감독은 다시금 선수들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구의 승부처는 투수라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상대 공격수를 최전선에서 막는 게 투수다. 상대방의 맥을 끊는 것도 투수의 몫이다. 투수 교체를 적절하게 하면 상대방의 힘을 뺄 수 있다.” 김 감독은 투수 교체시기를 투수의 템포, 즉 ‘투수가 볼을 포수로부터 받아서 사인을 보고 던지기까지의 과정’을 유심히 살폈다가 템포가 느려진다 싶으면 곧바로 교체한다. 투수가 타자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증거로, 빨리 교체해 상대방의 맥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전 이후 보직을 바꿨다. 김광현은 선발투수가 아닌 중간 계투로, 임창용은 마무리, 봉중근은 선발 아니면 중간계투로 정했다. 아무래도 임창용과 봉중근의 컨트롤이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3월8일 중국전을 앞두고 선수들과의 두 번째 미팅을 가졌다. 선수들의 사기를 추스르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일본에 1대0으로 지나, 10대0으로 지나 한 번 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기죽지 말고 반드시 중국전을 이겨 일본과 다시 한 번 붙자고 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전에서 14대0으로 대승했다. 그야말로 쉬운 상대들은 모두 쉽게 꺾었지만 이후부터 시작되는 승부는 전력으로만 봤을 때 승률 제로(0)에 가까웠다. “미국, 쿠바, 일본,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은 한국대표팀과 같은 기량의 팀들을 몇 개씩이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우리보다 실력이 모두 한 수 위라는 얘기다.” 일본과의 2차전(3월9일)에서 김 감독은 1차전에서 ‘무참히’ 무너진 김광현 대신 봉중근을 선발로 내세운 후 임창용의 마무리까지 적절한 투수 교체로 일본 타선을 묶는 가운데 김태균이 타점을 올려 일본을 1대0으로 ‘간신히’ 물리쳤다. 김 감독은 8회에 투입한 류현진이 1사 뒤 스즈키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자 주저 없이 임창용을 투입했다.

한국야구대표팀은 김 감독의 치밀한 용병술에 힘입어 일본 2차전에 이은 멕시코전(8대2), 일본 3차전(4대1)을 모두 제치며 1회 때 올렸던 4강에 다시 선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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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상황적 리더십이 돋보인다.

캔 블랜챠드는 실용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으로 ‘상황적 리더십’을 말했다. 유능한 리더는 관리하는 사람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자신의 스타일을 조정하는데, 상황적 리더십은 지시적(Directive)·지지적(Supportive) 행동을 각기 다르게 조합하여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

Step3   집중과 깔끔한 마무리

얕잡아 본 메이저리거들에 ‘위대한 도전’ 선언

사고와 활동공간을 크게 준비한 진정한 리더

사실 한국야구대표단은 WBC 4강에 오르면서 내부적인 목표를 완수한 셈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김 감독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위대한 도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나 중남미 쪽 사람들은 1회 때 (우리가) 4강에 든 것도 신통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그냥 도전해봤겠지’ 하고 우리를 얕잡아 봤다. 그래서 ‘그렇다면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화그룹의 올해 슬로건도 ‘Great Challenge 2011(위대한 도전 2011)’이어서 말 그대로 ‘위대한 도전’을 해보기로 작심한 거다.” 김 감독이 첫 번째 희생양으로 삼은 건 베네수엘라였다. 결과는 10대2 대승을 거뒀다. “그날(3월22일) 예상외로 실바가 흔들리더라. 우리 선수들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아도 나쁜 볼을 안 건드리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실바가 당황한 것 같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웬만한 볼(유인구)이 오면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우리 선수들이 안 건드리니까 놀란 것이다. 그러다보니 실바가 자꾸 스트라이크 존으로 볼을 던지게 되고, 이것을 우리 선수들이 잘 쳐내서 이기게 됐다. 물론 상대방의 실수도 많았다.” 3월24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TV 앞에 묶어둔 일본과의 결승전은 WBC 최종 라운드기도 하지만 한·일간의 마지막 자존심 대결이었다. 대일본 1차전에 김광현 선발이 무위로 그치자 베이징 올림픽 영웅 류현진도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김 감독은 1차전 패배 이후 벌어진 일본전의 투수 전략을 ‘봉중근-정현욱(윤석민)―류현진(김광현)―임창용’ 라인으로 짰다. 이 전략은 승부와 관계없는 4차전을 제외하곤 2, 3차전에서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하지만 5차전이자 결승전에서는 아깝게 일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곤 깨끗이 실력 부족을 인정하고, 국민의 원망을 산 임창용 선수를 두둔했다.

“아무래도 일본이 한 수 위다. 베네수엘라나 미국 역시 우리보다 위다. 다만 우리 선수 몇이 거기 낄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성과는 (타자들이) 나쁜 볼을 안 건드리는 장점과 투지, 정신력의 산물이다.” 김 감독은 준우승 후 선수들과 마지막 미팅을 가졌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잘해줘서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다. 언제 다시 만나면 새롭게 가자. 고맙다”고 말하고 함께 박수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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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리더십을 존 맥스웰의 리더십 5단계에서 찾아보면, 4단계인 인력개발과 5단계인 인격의 단계에 속한다. 아울러 오늘날 가장 필요한 ‘통합적 리더십’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꿈과 도전, 실의, 승리, 그 어떤 상황에서도 크게 요동하지 않으며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고 결국 그 믿음과 행동이 우리나라 선수들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가치를 올려주었다.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어떤 한 가지 리더십을 정해놓고 그것이 옳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진정한 리더는 커다란 꿈을 위해 자신의 사고와 활동 공간을 크게 준비한다. 그리고 문제를 작게 보며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제 말할 수 있는 3가지

“KBO 조직 왜 바꿔? 이대로가 좋아”


하나, 결승전에서 임창용 투수와 일본 이치로의 대결에 대해

“이치로가 계속 볼을 커트하는 게 이상했다. 임창용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볼을) 던졌다는 얘기다. (포볼로 거르라는) 사인이 안 나더라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걸렀어야죠’라고 말하더라. 그런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볼이 안 떨어지고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 최근 방송에 그 장면이 자주 나와 봤더니 누구나 칠 수 있는 볼이더라. (임창용이) 승부하고 싶은 맘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에게 잘못 없다는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둘, KBO의 조직(특히 사무총장) 개편에 대해

“유영구 KBO 총재가 알아서 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야구를 해온 사람들이 해야 문제가 안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하던 사람(하일성 사무총장)이 계속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셋, 눈물을 보이고 피를 토했다?

“둘 다 큰 오보다. 몸에 이상이 생겨 피를 토한 게 아니라 감기가 떨어지려다 보니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바람에 피가 조금 비친 것뿐이다”

 profile   김인식 감독 약력

1965년 배문고 졸업, 1965년 크라운맥주 선수, 1973년 배문고등학교 감독, 1986년 해태 타이거즈 수석코치, 1990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1995년 두산 베어스 감독,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감독, 2004년~현재 한화이글스 감독, 2005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국가대표팀 감독(4강), 2008년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국가대표팀 감독(준우승)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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