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영석학 릴레이 인터뷰 두 번째 주자는 ‘실리콘밸리의 마케팅 대가’인 텍 후아 호(Teck H. Ho) 미국 버클리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다. 마케팅 교수인 그는 기업들이 자사가 개발한 제품에 적정한 가격을 매기는 ‘전략적 가격 정책(Strategic Pricing)’에 일가견이 있다. 텍 호 교수는 이베이, 구글, 휴랫팩커드 등 실리콘밸리의 굵직한 기업들에게 마케팅 조언을 활발하게 해오고 있다.
‘마케팅의 대가’인 그와의 만남은 지난 5월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버클리 대학 경영대학원 연구실에서 1시간40분간 이뤄졌다. 텍 호 교수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불황일수록 높은 가격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며 “불황기라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가격 정책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제품의 품질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때로는 가격이 제품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한국 기업들이 꼭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불황일수록  높은 가격 고수하라”

기업에 있어 제품의 가격 정책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가격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기본 요소는 무엇입니까.

최우선 고려 사항은 고객입니다. 우리의 제품이 어떤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객을 계층별로 ‘군’으로 나누어, 우리의 제품이 어떤 ‘군’에 팔릴 수 있을지 냉정하게 살펴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우리 제품이 처한 경쟁 상황을 살펴봐야겠죠. 가령 고객들은 소니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경쟁사인 파나소닉에서 먼저 출시된 제품의 가격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의 상품 가격이 고객에게 ‘참조가격(Reference Price)’으로 작용합니다. 고객은 이 참조가격을 기준으로 회사가 내놓은 상품의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참조가격은 고객의 제품 구매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가격 결정 시 반드시 고려해야하는 요소입니다. 끝으로 기업의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가 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개별 상품의 가격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이를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일반 기업에서 각각의 매니저들이 자기가 맡은 상품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죠. 10개의 제품을 10명의 매니저가 관리합니다.

한 상품의 가격이 다른 제품의 가격 형성에 끼치는 영향은 큽니다. 좋은 품질의 신상품 가격을 낮게 책정해서, 그 여파로 다른 제품의 가격들을 덩달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각 상품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이 충분히 협조하지 않을 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입니다. 결국 제품의 가격은 고객(Customer), 경쟁(Competition), 자사(Company)의 ‘3C’를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한국 기업, 적정 가격보다 시장 점유율에 집착

한국의 기업들이 자신들이 출시하는 제품에 적절한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한국의 기업들은 제품의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기보다, 시장 점유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봅니다. 매출 증대를 위해서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단순히 마켓 쉐어를 더욱 높이려는 전략이 오히려 회사의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팅 학자들은 시장 점유율과 수익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는데, 최근 ‘높은 시장 점유율 = 높은 수익’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시장 점유율에 신경을 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 말입니까.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게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적정 수준 이상의 가격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무기가 되는 것이죠. 피아노 명품 브랜드인 ‘스테인웨이 & 썬즈’는 제품의 가격을 한 번 인하했다가, 시장 점유율이 동반 하락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매출이 증대되어야 가격 하락 이전 수준의 이익이 발생하는지를 간단하게 계산해보면, 가격 하락이 얼마나 위험한 결정인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가령 100달러에 판매되는 MP3P의 원자재 값이 50달러였다고 가정해봅시다. 현재 1만 개의 상품을 팔고 있다면, 기업은 이 MP3P를 통해서 50만달러의 공헌이익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만약 매출 증대를 위해 가격을 10% 하락시킨다면, 50만달러의 공헌이익을 얻기 위해서 1만2500개의 상품을 팔아야 합니다. 즉, 매출을 25% 증대시켜야 되는 것이죠. 가격을 10% 하락시켜야할 때 ‘이번 가격 인하를 통해서 과연 매출이 25%나 늘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보십시오. 일반적인 성숙기 시장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간단한 공식만으로도, 시장 점유율 증대를 위한 가격 인하가 회사 수익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평소 텍 호 교수의 강의시간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텍 호 교수는 평소에도 ‘Ho’s 다이어그램(Diagram)’이라는 간단한 공식을 통해 가격 인하가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악영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Ho’s 다이어그램’의 공식은 “최소 요구 매출 증대량={(과거 가격×신 가격) / 가격 변경에 따른 새 공헌 이익 (유닛당)}×현매출 규모”를 뜻한다.

신상품 가격 책정에 대해 시장조사 충분히 이뤄져야

한국 기업들의 제품의 가격 결정에 관한 또 다른 오류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신상품을 출시할 때 단시간 안에 내놓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가격 책정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상품 가격 책정을 위한 적절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지요. 즉, 고객이 하나의 제품을 사는데 기꺼이 지불하려는 금액과 그 가치(Willing to pay)가 얼마인지를 조사하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상품 출시가 조금 늦더라도 이번에 내가 출시하는 상품에 걸맞은 가격을 매기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마케팅 차원에서 가격 결정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상품의 가격을 조정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처음에 어떤 가격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 이렇게 책정된 각 제품의 가격은 향후 브랜드의 포지션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북미 시장은 반드시 뚫어야 하나 만만치 않은 시장입니다. 포지셔닝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현대차와 같은 한국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첫째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상품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으십시오. 현대차의 경우, 오토바이, 트럭, 스포츠카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승용차 이외의 라인 중 어떤 것이든 완벽한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어내기 바랍니다. 삼성의 TV가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TV 때문이 아니라, 프리미엄 휴대전화 덕분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둘째, 가격 정책을 고수하십시오. ‘우리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이렇게 싼 가격으로 팔고 있어요’라는 식의 접근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소비자들은  ‘값이 싼 데 품질이 탁월하다’는 것을 믿지 않습니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당연히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는 것은 현대차가 가져야 할 장기적인 방향성입니다. 당장 북미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가격을 내리고 올리는 등의 정책에 혼선을 빚지 않기를 바랍니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되는데 보통 얼마의 시간이 걸립니까.

해당 제품에 대한 구매 사이클이 2~3번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인들의 자동차 교체주기가 7~10년이라고 가정한다면, 최소한 14~20년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도요타가 1960년대에 미국에서 ‘싸구려 차’였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품질 자각(Quality Perception)이란 결국 브랜드 이미지를 말하는데, 기업인으로서는 인내가 필요한 일입니다.

삼성과 같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조언을 하신다면.

어려운 시기이나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불황일수록 고가의 정책을 고수해야 합니다. 대신에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곳에서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 저가의 상품과 경쟁할 수 있는 품목을 새롭게 런칭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기존의 휴대전화에서 기능을 몇 개 빼고, 새롭게 포장을 해서 제품을 다운그레이드한 뒤 싼 가격에 파는 것이죠.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줍니다. 지금은 불황기이지만, 경기란 회복되기 마련입니다. 불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불황이라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을 낮춘 다음에 향후 다시 가격을 올리기란 힘든 일입니다. 불황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은 강박관념, 시장 점유율 하락에 따른 압박감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텨야 합니다.

텍 호 교수는 인터뷰를 하러 오기 전에 미국의 세제 판매회사인 클로락스(Clorox) 사람들과 미팅을 했다고 했다. 그는 “클로락스 사람들에게 불황이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높여 판매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클로락스와 같은 ‘내셔널 브랜드’에 남아있는 고객들은 가격에 덜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프라이빗 브랜드’(가령 이겦뗬?브랜드 세제, 이겦뗬?브랜드 밀폐용기 등)로 옮겨갔습니다. 내셔널 브랜드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프라이빗 브랜드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출 수도 없죠. 한두 개의 상품을 덜 팔고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브랜드 프리미엄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불경기 때문에 기업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군의 특성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개의 이질적인 고객군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내셔널 브랜드인 클로락스가 가격에 민감한 고객까지 동시에 커버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나은 것입니다”

가격을 낮춰 떠나가는 고객을 잡을 수 없다면, 차라리 가격을 지켜 브랜드 이미지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마케팅 철학이다.

불황기에 마케팅 비용 줄이는 것은 독약

불황기 기업에서 쉽게 행해지는 행동 중 하나가 비용 절감입니다. 이 중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는 지적입니다. 마케팅 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줄이기 쉬운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비용 절감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단, 기업이 일괄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일정 수준 줄이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한 회사에 25개의 마케팅 프로그램이 있다고 치죠. 보통 경영자들은 불황기에 ‘전 부서에서 10~20%씩 비용을 절감해라. 허리띠를 졸라매자’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방법이 ‘공평성’ 관점에서 좋기 때문에 대상 부서를 설득하기가 용이하지요. 하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각각의 마케팅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마케팅 프로그램 중에서 활발하게 반응하는 마케팅 프로그램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이 구분되어야 합니다. 불황이라고 해서 활발하게 반응하는 프로그램의 마케팅 비용까지 줄이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보십시오. 어떤 마케팅이 원활히 가동되지 않는다면, 10%가 아니라 100%를 줄이십시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마케팅은 비용을 오히려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똑똑한 소비자들을 복잡하게 교란시켜라"

인터넷의 등장은 고객들로 하여금 손쉽게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게 만들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것인데요, 고객들의 소비 행태가 어떻게 변했다고 보십니까.

인터넷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그 중 전자기기 분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해졌습니다. 소비자들의 이런 행태는 기업들에게 명확한 압력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델 번호를 두드려,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모든 웹사이트를 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의 가격 비교에 소모되는 비용(Searching cost for price)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제품의 가격 비교를 위해 최소 2~5개의 매장을 찾아다니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등 ‘정보 서칭’ 비용이 많았습니다. 이런 정보 서칭 비용이 인터넷의 영향으로 내려가면서 사람들은 점점 가격에 민감해졌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합니까.

우선 고객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이프웨이’(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와 ‘트레이드 조’(미국의 식료품점으로 유기농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비교해 보죠. 세이프웨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가격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트레이드 조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가격은 물론, 이곳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의 영양 정보를 함께 고려합니다. 전자에 비해 가격에 덜 민감한 사람들이죠.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선 나의 고객이 얼마나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인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에 제품의 질에 대비한 고객들의 서칭 비용(Searching cost for quality; 품질 비교를 가격 비교만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을 줄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인터넷을 단순히 제품의 가격 비교를 위한 사이트가 아닌, 제품의 품질 우수성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10개의 웹사이트를 들어가도, 모두들 가격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이런 현상을 변화시켜 10개의 웹사이트를 들어가도 모두 품질 얘기만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온라인을 통해서 상품 간의 품질 비교가 매우 쉽고, 자사 상품의 품질 우수성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또 이런 사이트들이 많다면 고객들은 가격보다 상품의 품질에 민감해지고 상품의 품질을 고민하도록 변할 것입니다.

또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다음으로 상품 간의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드십시오. 삼성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통채널이나 판매 상점에 따라 서로 다른 모델 번호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삼성은 같은 삼성 제품이라도 한국 판매 제품과 싱가포르 판매 제품을 완전히 다른 포장, 다른 모델 번호로 판매합니다. 실제로 상품의 특성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이런 노력은 고객들을 가격에 덜 민감하게 만듭니다.

좋은 CEO는 남의 비판을 경청하는 사람

텍 호 교수는 버클리 대학 경영대학원 내에 있는 ‘아시아비지니스센터’의 디렉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시아비지니스센터는 1983년 아서 로저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진 센터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동양 국가들의 경영 교육 리더십 등을 교류하는 단체다. 그는 이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동양과 서양 기업의 차이 등에 대한 관심도 많다.

좋은 CEO란 어떤 사람입니까.

남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3년 전에 버클리 대학을 방문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학생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그들로부터 쏟아지는 수많은 비판적인 얘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예민한 얘기가 오고갔지만, 그는 초조해하지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았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그랬습니다. 그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항상 자기가 직접 들고 런칭쇼에 참석합니다. 그 자리에서 애플에 대한 비판과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죠. 스티브 잡스는 ‘좋은 질문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번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고, 수많은 질문에 답했습니다. 동양의 CEO들 중에서 이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하고 종종 돌이켜봅니다. 동양인들 자체가 서양인에 비해 비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글로벌 시대를 사는 CEO라면 이런 비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CEO란 비판에 익숙한 사람, 아래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CEO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성공하는 기업이고요.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은 일정 수준에서 발전을 멈출 겁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스타 CEO를 만드는 것이 좋은 마케팅 전략입니까.

회사의 제품과 CEO는 큰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일반적으로 애플의 물건을 구매하면서, ‘애플 =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했습니다. CEO가 영향력이 크고 좋은 평판을 갖고 있다면, 이는 제품의 매출 증대를 드라마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오게 될 CEO가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이지 않으면 문제가 되기도 하죠. 저는 한 회사의 제품을 브랜딩화하는 시기에는 CEO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단 CEO를 활용해 일정 수준의 브랜드 이름을 사용했다면, PR를 한 뒤에는 슬쩍 빠지는 전략을 구사해야합니다.

미국에서 ‘메이디 인 코리아’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북미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한 마케팅을 펼칠 경우, 이점이 있을만한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마케팅 측면에서 ‘메이드 인 국가’와 ‘메이드 인 브랜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제 더 이상 약한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삼성과 LG가 북미 시장에서 성공한 덕분이지만요. 북미 시장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회사라면, 자사의 브랜드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부각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마케팅 전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LG처럼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다면 더 이상 국가가 아닌 ‘메이드 인 브랜드’로 부각을 시켜야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도 북미 시장에서 성공할 정도의 위상은 된다고 판단합니다.

텍 후아 호(Teck H. Ho)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학(학사)을 졸업한 텍 후아 호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UCLA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교수를 지냈고,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3년간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02년부터 버클리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하면서 ‘아시아비지니스센터’ 디렉터로 있다.

저서로는 <Gaming Emotions in Social Interactions>, <Modeling the Psychology of Consumer and Firm Behavior Using Behavioral Economics>, <Trust Building Among Strangers>, <Experience-Weighted Attraction Learning in Normal Form Games> 등이 있다.

이병서 A.T. 커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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