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매번 충격적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찰은 공기업 비리와 국가보조금 비리를 ‘2대 중점 척결 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지난 3월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해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7월 말 결과가 나왔다. 21개 기관의 37명이 구속되고 67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또 440여억원의 국가보조금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척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공기업 비리, 도무지 뿌리 뽑히지 않는 영역일까. 병폐의 근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다. 그중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가장 먼저 제기된다. ‘보은·코드 인사’가 공기업 방만 경영의 궁극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속 빈 강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미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자행해버린 터라 개혁이 힘을 받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비리를 봉쇄할 수 있는 애초의 강력한 개혁의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업 비리는 예상했던 대로 독버섯처럼 만연해 있었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난 공기업의 비리백태는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들게 한다. 한국가스공사, 우리사주 구입 대출금 227억원 무상지원 및 1가구2주택자에 주택자금 대출. 한국석유공사, 해외 유전 개발 관련 예산 횡령. 한국도로공사, 국유지 임대 매각 청탁받고 수뢰 및 공사 발주 대가 성매매 태국 호화 여행. 근로복지공단, 5급과장이 15억원 횡령해 주식·도박으로 탕진. 한국기계연구원, 과학기자재 허위로 구입해 22억원 횡령. 경기도시공사, 11개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뇌물 갹출.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조위원장이 납품 청탁받고 2억원 수수. 대한석탄공사, 어음 1678억원 담보 없이 구입. 증권예탁결재원, 직원 채용 때 점수 조작과 각종 서류 위·변조. 한국관광공사, 입찰 정보 유출하고 5000만원 수수 등. 국가 돈을 제멋대로 써댔거나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공기업들이다.

공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때보다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호언장담했던 터라 검찰 수사 결과가 궁금했던 것이다. 추악한 공기업 비리 실상은 정부에게 강력한 개혁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눈에 불을 켜고 공기업 비리 실태를 샅샅이 뒤질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다.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대검중수부가 직접 나서서 중간수사 결과를 알렸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유전 개발사업과 관련 임직원이 횡령한 혐의가 포착됐고, 석유개발기금 집행 과정의 비리 정황도 나왔다. 공기업 비리백태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우회적 압박 

대한석탄공사는 부도 직전의 모 건설사에 1800억원의 특혜 대출을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임직원들이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비리 혐의가 속속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는 국유지 불하 과정에서 직원들이 수뢰한 혐의를 받았다. 증권예탁결제원은 신입사원 채용 비리 정황이 잡혔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예산집행 과정에서 임직원 횡령 및 비리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공기업들의 비리 규모가 엄청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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