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선이 분명하고 굵다. 공허한 이론과 포퓰리즘을 싫어한다. 철저한 실사구시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옮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명쾌하다. 그런 그를 주변에선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한다. 박세일(61)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다. 재단의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 그가 세상을 보는 키워드는 ‘선진화’다. 탁상공론적인 이론을 연구하는 고만고만한 단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론과 실천으로 무장해 국가 경영을 고민하는 한국의 싱크탱크가 한반도선진화재단(이하 한선재단)이다. “학문을 왜 하는가? 사회적 실천을 위해서다. 학문을 통해 사회적 병을 진단하고, 사회적 실천을 통해 이를 고쳐야 이 땅에 태어나 먹고 살아온 ‘밥값’을 하는 것이 아니냐”(그의 저서 <법경제학> 서문)는 그의 소신이 한선재단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지금 이런 가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을 향해 “정신 차려라”고 외치고 있다. 공허한 메아리는 아니다. 전직 장·차관, 교수, 기업체 임원 등 그를 좋아하는 인재들이 한선재단 깃발 아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정책 개발에 열심이다. 이들은 또 매주 일요일 박 이사장과 같이 산에 오르며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을 가다듬고 있다. 올해로 3년째 한선재단을 이끌고 있는 박 이사장을 만나 경제 위기 탈출 방안과 위기 이후의 국가 경영 등 불확실성 시대의 해답을 물어 봤다. 인터뷰는 지난 4월16일 오전 서울 반포동에 있는 그의 자유주의공동체 연구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재정 확대 바람직하지만

 구조조정 지연시켜선 안 돼”


감독·사후 관리 맡을 성과 평가관제 도입 필요

33㎡ 남짓한 사무실은 창 쪽을 제외하곤 3개 벽면이 책장으로 둘러져 있었다. 꽂혀 있는 책만 해도 수천 권은 돼 보였다. 책상 위는 방금 정리한 듯 깨끗했다. 소탈하고 검소한 연구실이었다. 박 이사장은 미리 전달한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요약, 정리한 문서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논리적이고 달변이었고, 어조의 높낮이가 분명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이었지만 가끔 촌철살인의 유머도 던졌다.



모두들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묘책은 없습니까.“이번 위기는 미국의 금융 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물론 외부 충격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 체질이 많이 약화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요. 외부 충격이 국내 경제에 주는 파급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적인 금융 경색으로 인한 외화 유동성의 악화이고 두 번째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는 성장률 하락과 실업 증가지요. 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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