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2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부품 하나하나는 자동차 성능, 운전자 편의뿐 아니라 안전에도 직결된다. 자동차의 품질은 우수한 부품들이 완벽하게 조합됐을 때 비로소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에 다시 품질이 화두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이 리콜 태풍을 맞으면서 다른 모든 메이커들도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주목받는 현대·기아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한 번 품질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품질 모토다.

세계인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베스트 바이(Best Buy)’ 브랜드 꿈꾼다

 “현대·기아차는 항상 품질을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더욱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도요타 리콜 사태가 불거진 직후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정 회장의 닉네임은 ‘품질경영 전도사’다. 가장 자주 내뱉는 말이 바로 ‘품질’이다. 그는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시로 현장을 챙긴다. ‘현장경영’은 그의 경영철학의 또 다른 축이다. 품질과 현장은 동전의 양면 관계다. 현장이 잘 돌아가면 품질이 좋아지고, 품질을 강조하면 현장이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실 현대·기아차가 오늘날 글로벌 톱5 업체로 성장한 원동력은 품질경영에 있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동차업체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북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요즘의 모습도 품질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현대·기아차 품질경영의 핵심 키워드는 이른바 ‘3S(System·Speed·Spirit)’다. 이는 모든 조직이 공유하는 현대·기아차의 ‘품질 DNA’와도 같은 것이다.

품질혁신 가져온 품질 DNA는 ‘3S’

먼저 ‘시스템’은 품질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기아차는 품질예고제(잠재 품질문제 예방), 품질패스제(품질프로세스 검증), 품질인증제(협력사 부품품질 인증) 등 전방위적인 예방품질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른바 ‘6M’이라는 현대·기아차 고유의 품질관리 기법을 적용하는 게 눈길을 끈다. 6M은 Man(사람: 숙련도) Machine(설비: 공구), Material(부품: 재료), Method(방법: 표준), Moral(철학: 의식), Measurement(평가: 측정) 등 6가지 관리항목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스피드’는 고객 요구를 신속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품질문제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고객 요구를 개선하는 시간을 예전보다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스피릿’은 품질의식의 생활화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의 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사전검증을 통한 무결점품질,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균일품질 그리고 실행우선주의를 통한 품질의식의 생활화를 도모하고 있다.

10년 무고장 품질로 GQ-3·3·5·5 목표

현대·기아차의 품질 비전은 이른바 ‘GQ(Global Quality)-3·3·5·5’라는 암호 같은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이는 제품 품질은 3년 안에 세계 3위권 이내를 달성하고, 인지품질(Perceived Quality; 실제 고객들이 인지하는 품질)은 5년 안에 세계 5위권 안에 진입해 명실상부한 최고 품질의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0년 무고장 차량 실현’이라는 생산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놓았다.

‘GQ-3·3·5·5’가 달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가장 갖고 싶은 브랜드, 이른바 ‘베스트 바이 브랜드(Best Buy Brand)’로 도약하는 게 현대·기아차의 궁극적 야심이다.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 마케팅 방식도 퀄리티 마케팅(Quality Marketing)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퀄리티 마케팅은 품질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고객에 인식시키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이후 품질혁신으로 고객 만족도가 대폭 향상됐다. 그럼에도 과거의 저품질 이미지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아 ‘품질 브랜드’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런 핸디캡을 퀄리티 마케팅이라는 수단을 통해 단기간에 해소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철통같은 단계별 체크 ‘품질패스제도’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세계 완성차업체들의 열띤 공방은 결국 품질에서 판가름 나게 돼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품질도 그냥 품질이 아닌 한 수, 두 수 위의 품질을 갖춰야만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어떤 품질전략을 가다듬고 있을까. 이 회사의 품질전략은 ‘창조적 품질경영(Creative Quality Management)’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단순한 품질관리의 시대에서 창조적 품질경영의 시대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창조적 품질경영은 추상적인 슬로건이 아니다. 상품기획에서 판매에 이르는 구체적 과정과 절차 속에서 모든 관계자가 선행적이고 주체적으로 품질관리를 하는 것이다.

가령 ‘품질패스(Pass)’제도 같은 예를 들어보자. 이 제도는 신차 기획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품질목표를 설정한 후 그 목표가 달성돼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계별 품질평가는 현대·기아차의 품질 바이블로 정착된 ‘신차품질업무표준’에 의거해 철저하게 이뤄진다.

그 흐름을 살펴보자면 ▷상품기획 단계에는 시장 트렌드와 선진 경쟁차종을 분석해 개발품질 목표치를 설정하고 ▷설계 단계에는 동급 최우수 품질 경쟁차종을 조사해 최적의 부품업체를 선정하며 ▷시작차 단계에는 고객 입장에서 다양한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선행생산 단계에는 파일럿(시험)차량 제작 때 공장 작업자를 참여시켜 생산 공정에서의 문제를 사전 검증하는 한편 시스템, 전기전장, 주행 등 모든 부문에 대한 사전 품질검증을 실시하며 ▷양산선행 단계에는 총 6개 분야(시스템, 완성차, 부품, 법규 및 환경, 과거차, 생산문제)에 걸쳐 각 단계별로 품질 재확인 절차를 밟는다. 이런 단계별 평가를 만족시킨 후에야 비로소 양산 및 판매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품질로 시작해 품질로 마감하는 신차개발 흐름인 셈이다.

글로벌 품질경영 시스템 구축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생산거점도 여러 곳에 두고 있다. 따라서 종합적이고 집중적인 품질관리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이른바 글로벌 품질경영 시스템(GQMS: Global Quality Management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GQMS는 신차 개발 단계부터 생산, 판매, 연구소, A/S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해외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부문에서 발생 가능한 품질문제를 투명하게 등록해 개선하고, 아울러 개선된 품질정보를 품질 부문은 물론 연구소, 생산기술, 생산, 구매, A/S 부문 등 품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직원들이 공유하도록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평적인 정보교류 및 부서간 협력체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등록, 분류, 개선, 검증 등 4단계로 품질개선 프로세스의 통합 및 표준화가 이뤄져 품질정보 분석 및 개선 시간을 단축시킨 것은 물론 실시간 품질경영 체제도 확립했다.

협력업체와의 공고한 파트너십 강화

완성차업체가 홀로 최고의 차를 만들 수는 없다. 대량생산 체제에서 협력업체와의 탄탄한 파트너십은 필수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톱클래스의 품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협력사를 대상으로 품질평가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선 1차 협력사들에게는 ‘그랜드 5스타’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품질·기술력 등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우수업체를 육성해 인증패를 수여하기도 한다. 또한 우수업체에게는 공개경쟁입찰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협력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2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는 ‘SQ(Su-pplier Quality) 마크제’를 운영해 협력사의 자발적인 공정 개선과 품질의식 제고를 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력회 활동을 통해 지역별, 업종별 교류를 증진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스트 엔지니어링(Guest Engin-eering)’제도도 눈길을 끈다. 이 제도는 신차를 개발할 때 협력사 엔지니어가 참여해 설계 및 품질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품설계 단계부터 사전에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09년에는 73개사 336명의 협력사 엔지니어가 현대·기아차에 파견됐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거점이 늘어남에 따라 협력사와의 동반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공고한 파트너십을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생산체제가 더욱 안정돼 좋고, 협력사는 자연스레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 있어 좋다는 점에서 ‘윈윈’ 방안인 셈이다. 현재 중국, 인도, 미국 등 현대·기아차의 해외 거점에는 245개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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