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사이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큰 자산 없이도 ‘건물주 효과를 누리는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등록하고 월세방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큰 자산 없이도 ‘건물주 효과를 누리는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등록하고 월세방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 근처에 자취 용도의 오피스텔을 구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월세가 부담됐지만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걸리는 출퇴근길이 버거웠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가 그에게 부업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제안했다. 본가에 머무는 기간엔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방을 재임대하라는 것. 현재 김씨는 일평균 10만원의 숙박료를 받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3회 방을 빌려준다. 이 경우 월 매출은 120만원. 월세와 관리비를 지불하고도 10만원 남짓 용돈을 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큰 자산 없이도 ‘건물주 효과를 누리는 방법’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전에는 임대 사업자가 되려면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여야 했다. 최근 공유숙박업 활성화로 월세방을 재임대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쉬워졌다. 현행법상 재임대는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세입자는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의 동의를 받고 에어비앤비에 방을 올린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투숙객에게 청소와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서 상상 속 건물주처럼 손놓고 불로소득을 올리진 않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공간을 그대로 양도하는 임대업이 아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다만 노동력은 최소한으로 투입되는 만큼 ‘부업으로 제격’이라는 소문이 직장인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거주지가 아니라 숙박업 전용 공간을 직접 찾는 직장인도 있다.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강남구 오피스텔의 원룸 두 곳을 임대했다. 관광객이 즐겨 찾는 역세권에 전망 좋은 곳을 엄선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이 방을 재임대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하루를 제외하고 두 방 모두 연속 만실을 기록했다.

월 매출은 600만원 상당. 영업 비용을 제외하면 300만원이 남는다. A씨는 “결혼하고 부양가족이 늘어나면서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을 찾았다”면서 “하루 10분 정도 예약만 관리하면 돼서 본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특히 젊은 세대의 부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초기 자본이 적다는 점 덕분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홍대, 강남, 서울역, 명동, 광화문 일대 역세권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0만원 선. 보증금 1000만원과 공인중개사 복비 40만원, 인테리어 비용이 200만원가량 투입된다. 1500만원 이하의 자본금으로 숙박업에 나서는 것이다.

‘용돈 벌이’ 수준 이상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통상 방 하나당 월세 90만원, 관리비 40만원, 청소 용역비 50만원으로 매달 180만원이 투입된다. 비용 부담이 적은데 매출은 높다. 서울 인기 지역의 경우 일 숙박비는 10만원 선. 지역 축제라도 있는 날엔 단가가 주변 호텔 가격에 맞춰 50만원까지 뛰기도 한다. 만실을 기록하면 한 달에 3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런저런 비용을 제외하면 100만원 이상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 평균적으로 월 매출 200만원에 30만~50만원이 영업이익으로 남는다.

다만 높은 예약률과 단가는 절로 따라오지 않는다. 숙박업 특성상 시기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2016년까지 국내에 관광객이 몰려들었지만 2017년 사드 사태 여파로 관광객 수가 주춤했다. 2016년 관광객은 전년보다 30.3% 증가했지만 이듬해 같은 기간에 22.6% 감소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1년 동안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했던 김모(31)씨는 “내가 호스트로 뛰어든 시점만 해도 ‘대세 상승장’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었다”면서 “지금은 경쟁 호스트도 많아서 영업 노하우가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오피스텔 금지’ 족쇄…범법자로 몰리는 투잡러들

에어비앤비가 ‘대세’ 부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걸림돌도 있다. 수익성 높은 상품인 오피스텔은 현행법상 숙박업이 금지돼 있다.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허가받은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물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개별 방을 숙박업으로 이용하려면 도시 지역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용 시설, 지방 지역은 농어촌민박사업용 시설로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 주거공간을 민박 형태로 공유하자는 취지다. 오피스텔은 주거시설(주택·아파트)이 아닌 업무시설로 분류되므로 해당 업종으로 신고할 수 없다.

오피스텔에서 숙박업을 하다가 적발되면 공중위생관리법 20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2016년 법원은 서울시 마포구에서 오피스텔 7곳을 임차해 호스트로 활동하던 대학생 김모(32)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후 호스트들도 오피스텔을 포기하고 주택이나 아파트 재임대로 선택지를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투숙객에게 세입자라고 입단속을 시키기도 한다.

정부가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공유민박 업종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오피스텔은 여전히 허용 건축물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유경제를 소극적 범위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거주자가 유휴공간을 빌려주는 경우만 공유숙박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존 민박업과 마찬가지로 주거시설만 영업 대상에 포함된다. 이전에는 도심에서 내국인 숙박이 금지됐는데, 180일 이내 영업 조건으로 허용했다는 점만 달라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원룸 형태가 많아 실거주자와 투숙객이 함께 머물 수 없는 구조”라면서 “오피스텔 임대를 통한 숙박업이 허용되면 임대료 상승세가 과열될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오피스텔이 주거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원룸에 거주하더라도 방을 비우는 동안 투숙객을 받기도 한다.

관광객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5년 동안 에어비앤비 호스트로 활동한 B씨는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에서 시설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곳은 신축 오피스텔”이라면서 “현재 용도허가 현황을 보면 오피스텔과 아파트의 구분이 불명확한데 굳이 차별을 두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거주하지 않더라도 숙박업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인이 숙박업에 전문적으로 종사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거주자 숙박업만 인정했던 일본도 2018년 6월 빈집 숙박업을 허용하는 주택숙박사업법을 도입했다. 대신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정부가 지정한 주택숙박관리업자와 계약해야 한다. 소방, 위생, 소음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또 기존 산업 보호를 위해 180일 이내 영업 일수 제한 조건이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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