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구역. 사진 연합뉴스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공항 신라면세점 구역. 사진 연합뉴스

빼앗느냐, 빼앗기느냐. 면세점의 ‘꽃’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戰)이 본격화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데다, 인천공항이라는 상징성도 커 경쟁 심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점 업계가 반드시 따내야 할 알짜 운영권이다.

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 전 제4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자 입찰 공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입찰 대상 구역은 총 8곳으로 대기업 구역 5곳, 중소·중견 기업 구역 3곳이다. 대기업 구역은 신라면세점이 운영 중인 향수·화장품(DF2), 주류·담배(DF4), 패션·잡화(DF6), 롯데면세점이 운영 중인 주류·담배(DF3), 신세계면세점이 운영 중인 패션·잡화(DF7) 등이다. 이 밖에 SM, 시티플러스,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하는 DF9, DF10, DF12가 있다. 공고에 따라 입찰 신청을 하면 2월 말쯤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9월부터 신규 사업자가 운영을 시작한다.

당초 입찰 공고는 지난해 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면세점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심사 방법, 입찰 구역 등을 놓고 협의하다 1월로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공항공사가 단수(1개) 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전달하면 관세청이 심사를 거쳐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그동안 인천공항공사가 구역별로 복수 대상자를 선정하면 관세청이 관리 역량, 경영 능력 등을 토대로 심사하는 식이었다. 관계자는 “높은 가격을 써내는 쪽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은 면세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다.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24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 증가했다. 세계 최대, 사상 최대치로 2위인 두바이공항 면세점(20억2900만달러)과도 차이가 크다. 임대료는 높지만, 입점만 하면 매출이 보장되는 상징성 있는 자리다. 특히 이번 입찰 대상 구역 중 대기업에 돌아가는 5개 구역 연 매출은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임대 기간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는 만큼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깊게 들어가 보면 사정은 더 복잡하다. 면세점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대규모 자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사실상 독점 구조로 운영되던 면세점 사업은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급증으로 모두가 눈독 들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올랐다. 때마침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 면허 기간이 5년으로 짧아지고,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하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면세 업계에 뛰어들었다. 2015년 초만 해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이 13개까지 증가하며 경쟁이 격화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2016년 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면세 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면세점이 보따리상(따이궁·代工)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수수료 경쟁도 치열해졌다. 지난해엔 대기업 후발주자 한화와 두산이 면세사업권을 포기했고, 올해 들어 중소기업 탑시티면세점이 사업권을 반납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 중인 엔타스듀티프리도 상반기 중 파라다이스시티점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면세점과 달리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 매출 1위 공항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은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협상력 강화, 홍보 효과 등의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번 입찰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내 1위 롯데면세점과 2위 신라면세점의 경쟁 구도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운영하던 면세점 4개 구역 중 3개 구역 사업권을 중도 반납한 바 있다. 2017년 사드 갈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높은 연간 임대료 7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내린 초강수 결정이었다. 당시 대폭 인하를 요구하는 롯데면세점과 이를 거부한 인천공항공사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냉소적 시각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롯데면세점이 포기한 사업권은 신세계면세점이 따내 ‘롯데-신라-신세계’의 면세점 3강(强) 구도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때 5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던 롯데면세점의 점유율은 39%까지 떨어지며 2위 신라면세점(30%)과의 격차가 줄었다. 롯데면세점이 이번 입찰에서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도 지난해 10월 한 포럼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며 입찰 참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경쟁 심화 속 규모의 경제 이뤄야 勝

이번 입찰 대상 구역(중소·중견 구역 제외) 중 세 곳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도 방어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특히 입찰에 나오는 DF2(향수·화장품) 구역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오는 노른자위다. 그래서 지난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신라면세점이 이번 입찰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입찰 참여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018년 강남 무역센터점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는 2월 동대문 면세점 문을 연다. 강남과 강북에 차례로 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낙찰받아 시내와 공항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 손실이 7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섣불리 확장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회사 측은 입찰 공고가 나온 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plus point

시진핑 훈풍부나…한한령 해제 가능성 촉각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면세·여행·유통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7년 3월 한국행 단체 관광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이 풀릴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1월 7일에는 중국의 건강식품·보조기구 제조회사 ‘이융탕(溢涌堂)’ 직원 5000명이 5박 6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단체 단일 관광객 규모로는 한한령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대였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3500명 규모의 중국 수학여행 단체가 2월까지 서울과 인천, 대구 등을 방문한다고 1월 13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중국 수학여행 방문단은 4100명이었다.

실제로 이융탕 직원들은 방한 후 롯데면세점과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측은 여행사를 통해 이들의 방한 소식을 듣고 직접 접촉해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도 “아직은 이르지만 이번 방문이 중국인 관광객 귀환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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