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현지시각)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 위치한 한 공장의 트럭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사진 AFP연합
7월 16일(현지시각)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 위치한 한 공장의 트럭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사진 AFP연합

올해 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류허 중국 부총리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명칭은 합의였지만, 내용은 ‘항복’에 가까웠다.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 등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고 대신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기존 관세 일부를 완화하기로 했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이렇게 18개월 만에 중국의 ‘판정패’로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1월 21일 미국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퍼졌고, 세계보건기구는 마침내 3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중국은 공장 조업이 중단되고 이동이 통제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봤다. 재빨리 중국발(發) 입국 금지를 선언한 미국은 팬데믹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단계 무역합의 타결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두 강대국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성공했지만, 미국은 실패했다. 7월 내내 중국은 많아야 매일 2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반면, 미국에서는 매일 5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10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순 해변을 개방하는 등 일찌감치 경제활동을 재개했던 플로리다주는 7월 들어 일 평균 1만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며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지가 됐다. 이외 캘리포니아주와 조지아주, 텍사스주 등 곳곳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일어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보건부 장관을 지낸 도나 셀레일라 민주당 하원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플로리다 주지사가 너무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해 지역 상황이 완전히 통제불능이 됐다”며 “발병 위험을 막기 위해 플로리다에 다시 봉쇄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개 주는 경제활동 재개를 중단하거나 술집·식당의 문을 닫는 봉쇄 조치를 시행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14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 2단계 무역협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지금 당장 중국과 이야기하는 데 흥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미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것만도 벅차고 그사이에 중국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1월) 훌륭한 무역합의를 이뤘지만,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중국은 감염병으로 우리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7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장례식장에 방호복을 입고 들어선 한 장의사. 사진 AFP연합
7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장례식장에 방호복을 입고 들어선 한 장의사. 사진 AFP연합

코로나19로 엇갈린 G2 경제 상황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성장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1분기 경제성장률 -6.8%를 기록했던 중국이 주요 경제국 가운데 처음으로 극적인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기준 6월 수출·수입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각각 4.3%, 6.2% 증가했다. 이는 중국 실물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다.

반면 지난 5월 경제활동을 재개하며 일시적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제는 다시 악화하고 있다. 확산세가 잡히는 줄 알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요 주에서 재확산을 반복하며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자, ‘V 자 반등’에 대한 기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GDP 예측모델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7%와 -14.3%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7월 15일 발간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연준은 “지역연방은행들에 따르면, 대다수 지역의 경제활동이 증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25%로 낮췄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2%에서 -4.6%로 하향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미국 CNBC에 “신규 확진자 수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 비율, 병원 수용력 등이 지난 몇 주 동안 상당히 악화했다”며 “플로리다·텍사스·애리조나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경제 재개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더 엄격한 규제와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경제활동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월 22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7월 22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한숨 돌린 中, 반격에 나설 차례

국내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막다른 길에 몰려있던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대응할 시간을 어느 정도 벌었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앞으로 더 심화하겠지만, 그 양상이 지난 1월 1차 무역합의 당시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IT 기업 주도로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제조업과 같은 실물 경제는 회복이 더디고 불확실성도 크다”며 “반면 중국은 실물 경제가 회복하고 있어 미국에 비해 기초체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 모멘텀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직접 충돌을 불사해 주식시장을 다시 흔드는 우를 범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일단 중국으로선 ‘한숨 돌렸다’고 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는 현시점에서 중국이 갖고 있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본다”며 “중국 경제의 볼륨이 커져 홍콩이 굳이 자치도시로서 금융 허브 역할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홍콩의 통화는 홍콩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국이 숙원이었던 ‘위안화 기축 통화’를 실현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조업과 무역에서의 무역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일 수 있지만, 5세대 이동통신(5G)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무역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누르고 세계 초강대국 자리를 지키는 것은 초당적 이슈이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무역전쟁은 다시 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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