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부산대 법학과, 전 변호사 검색 서비스 ‘인투로’ 대표이사(창업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부산대 법학과, 전 변호사 검색 서비스 ‘인투로’ 대표이사(창업자)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취재의 시작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종이계약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한 대기업 계약 담당자의 멘트였다. 전자계약의 급격한 확산은 비대면 사회가 바꿔놓은 업무 풍경 중 하나라고 했다. 변화가 있다면 수혜 기업도 존재하기 마련. 국내 1위 전자계약 서비스 업체 ‘모두싸인’이 그 대표주자다.

포스코·카카오·한국전력 등 10만 개 이상의 고객사를 보유한 모두싸인은 지난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상승세라고 판단한 소프트뱅크벤처스, 브리즈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VC)은 올해 2월 모두싸인에 115억원을 투자했다.

4월 14일 오전 서울 삼성동 모두싸인 사옥에서 이영준 대표를 만났다. 2015년 모두싸인을 설립한 이 대표는 “지난 6년간 54만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에게 검증받은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불러온 전자계약 활성화를 주도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카톡’이 소통의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모두싸인을 계약 업무의 고유명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한 사용자가 ‘모두싸인’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모두싸인
한 사용자가 ‘모두싸인’을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모두싸인

코로나19가 모두싸인에 기회로 작용했다.
“수치 변화를 보면 기회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모두싸인을 통해 체결된 계약 문서 건수는 27만8715건이었다. 이 숫자가 지난해 101만916건으로 1년 새 3.6배가량 급증했다. 백신 공급이 시작됐으나 비대면 기반의 전자계약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체결 문서 건수를 분기별로 보면 2020년 3분기 28만5387건, 4분기 38만5048건, 2021년 1분기 45만5235건으로 매 분기 늘어난다.”

최근 115억원 투자 유치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가.
“전자계약 도입에 관한 기업들의 요구는 이전부터 있었으나 전환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관행(종이계약서 사용)이 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관행을 강제로 무력화하는 결정적 사건이 됐다. 물리적 만남에 제약이 생겼으니 말이다.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 때 좀 더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해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투자 유치가 절실하지 않았다니.
“앞서 받은 투자금이 고갈됐거나 회사 재정이 나빠진 상태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미 매출은 나오고 있었다. 모두싸인은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다. 기업·기관 등과 점진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매출을 쌓아가는 구조다. 빠르지는 않아도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이런 B2B 기업마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기왕 물이 들어왔으니, 노를 젓기로 했다.”

투자자가 어떤 부분을 좋게 평가했나.
“직관적인 사용성이 장점이다. 과거에는 계약서 작성을 요청하는 쪽만 편리하도록 설계된 전자계약 서비스가 많았다. 계약서를 받는 쪽에서는 서명 하나 하기 위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강제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비싼 돈 주고 전자계약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사용자 불만이 쏟아지니까 결국 다시 종이계약 시스템으로 돌아간 기업도 여럿 봤다. 모두싸인은 모든 계약 당사자, 특히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는 사용자가 번거로움을 느끼지 않는 데 집중했다. 모두싸인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사용자는 회원 가입이나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계약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날아오는 계약서를 열어 본인 인증 후 서명하면 끝난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미 이뤄진 상황이라면, 계약서 수령부터 서명까지 10초도 안 걸린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편리한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종이계약의 경우 계약 담당자가 강남과 판교를 택시로 오간다고 가정하면 인건비까지 포함해 계약 1건당 약 10만원을 써야 한다. 비대면 계약을 하더라도 등기우편 비용 등을 고려하면 1건당 2만5000원 이상 든다. 이를 전자계약으로 전환하면 더 싼 월 사용료를 내고 무제한 계약 업무를 할 수 있다. 각종 동의서와 근로계약서를 수천 명에게 일괄 전송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라. 어느 쪽이 계약 담당자의 업무 효율을 향상시킬 것인지.”

그런데도 여전히 전자계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건 보안 사고 우려 때문일까.
“무엇이 보안 사고에 더 취약한지 따져보자. 전자계약은 계약 체결과 동시에 계약 당사자에게 전자문서(PDF)와 링크(URL)가 자동으로 교부되고, 기간·공간 제약 없이 문서를 보관할 수 있다. 모든 계약 진행 과정을 암호화해 저장하고, 실시간 추적도 가능하다. 계약서 분실과 위·변조 우려도 전자계약보다는 종이계약이 더 많다.”

유사한 전자계약 서비스가 꽤 나왔던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기술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시장 선점 효과는 쉽게 넘볼 수 없는 부분이다. B2B는 신뢰가 생명이다. 더구나 도입 거부감이 큰 전자계약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아주 중요하다. B2B 서비스지만 기업·기관 등 고객사뿐 아니라 계약 상대방인 개인까지도 모두싸인을 경험하는 구조라는 점이 우리 영향력을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개인이 편리한 사용성을 일단 경험하고 나면, 추후 전자계약 도입 주체가 됐을 때 모두싸인을 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경험이 가입으로 이어진 실제 사례가 있나.
“큰 기업은 부서나 팀별로 필요에 따라 전자계약 서비스를 활용하는 일이 많다. KB손해사정 사례가 떠오르는데, 이 회사가  처음에는 일부 부서에서 모두싸인을 도입했다. 이후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이 입소문을 타면서 KB매직카까지 모두싸인을 택하게 됐다. 이어 KB매직카의 경쟁사인 현대하이카도 모두싸인과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계획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개발과 마케팅 분야 우수 인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 큰 회사는 계약 관련 업무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동에 개발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시가 총액 44조원의 미국 도큐사인처럼 클 수 있다고 믿는다. 계약의 표준이 되겠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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