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있는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공사 현장. 사진 홍다영 기자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있는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공사 현장. 사진 홍다영 기자

5월 13일 오후 1시 30분 대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개관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장 인부(人夫)들은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거나 크레인으로 건축 자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날 대전 낮 최고 기온은 30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던 인부 김모씨는 “이곳에 곧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개장 시점에 맞춰 공사를 끝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했다.

재계 7위 한화 김승연 회장과 재계 11위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이 대전에서 백화점을 두고 자존심 대결에 나선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이 오는 8월 문을 열면서다.


한화가 꽉 잡은 대전서 신세계 ‘지역 1번점’ 전략 통할까

신세계는 그간 ‘지역 1번점’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왔다. 지역 1번점 전략이란 주요 대도시마다 가장 큰 백화점을 짓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센텀시티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과 부산에서 기존 1등이던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과 부산점은 신세계에 왕좌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대전신세계 엑스포점과 택시로 10여 분 거리(직선 거리 2.8㎞)에 있다. 20여 년간 대전 백화점 매출 1위를 지켜온 갤러리아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는 대표적인 충청도 연고(緣故) 기업이다. 김종희 한화 창업주와 장남인 김승연 회장은 충남 천안 출신으로 1975년 천안에 자율형 사립고인 북일고를 설립했다. 한화는 대전 야구단 한화이글스를 운영하고, 한화솔루션 중앙연구소도 대전에 있다. 충북 진천엔 한화큐셀 공장이 있다. 한화는 충청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한화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한화 그룹 전체 매출에서 갤러리아 등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작년 말 기준)로 작지만, 신세계가 대전에 도전장을 내밀자 한화 내부에선 “1위 자리를 빼앗기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5월 13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사진 홍다영 기자
5월 13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사진 홍다영 기자

명품 유치 신세계 vs 견제하는 갤러리아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은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건물 면적 약 28만㎡)로 2016년 대구점 이후 5년 만에 개관하는 신세계의 13번째 점포다. 엑스포점이 입점하는 도룡동은 대전의 한남동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부촌이다. 대덕연구단지와 카이스트, 대기업 연구기관이 있어 고학력·고연봉자가 몰린 유성구에서도 3.3㎡당 아파트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이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은 명품 입점을 조율하고 있다. 구찌, 로저비비에, 델보, 부쉐론, 신세계 명품관 분더샵 입점이 확정됐다. 로저비비에, 델보, 분더샵은 충청도 입점이 처음이고 부쉐론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첫 매장이다. 3대 명품인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은 입점을 협의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구점도 루이뷔통이 먼저 입점한 뒤 에르메스와 샤넬이 들어갔다”며 “개점 후 명품이 입점하는 경우가 많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찾은 대전 갤러리아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루이뷔통, 프라다, 구찌 등 명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 보였다. 한 명품 매장 직원은 “같은 브랜드가 엑스포점에 들어와도 신제품이나 인기 제품 입고 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명품 매장 직원은 “서울 강남권 백화점이 아닌 이상 (대전) 신세계나 갤러리아나 비슷하다”고 했다.

대전 갤러리아는 1997년 동양 타임월드로 문을 연 뒤 2000년 한화에 인수됐다. 대전에서 롤렉스 등 해외 유명 명품을 보유한 유일한 백화점으로 작년 6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전 롯데백화점도 있지만 명품 수가 적어 갤러리아가 충청권 우수 고객(VIP)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업계에선 “대전 롯데백화점 직원이 명품을 사러 갤러리아에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신세계 입점 소식에 대전이 들썩이며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이다. 대전의 한 택시기사는 “신세계가 백화점을 짓는다는 소식에 기대하는 지역 주민이 많다”고 했다. 대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용현아(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보다 30배 높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갤러리아는 이에 맞서 작년 9월 명품 보석 티파니앤코를 입점시켰고 발렌티노, 토즈, 알렉산더맥퀸을 들일 예정이다. 올 초 9층 전체를 가구, 침구, 인테리어 소품으로 채운 리빙 전문관을 열었다. 영국 식기 덴비, 덴마크 왕실 도자기 로열코펜하겐, 자코모·에싸소파, 에이스·시몬스침대 등이 입점했다. 건물 외관에 미디어 파사드(외벽 영상)와 5700여 개의 꽃 모양 모듈(부품 덩어리)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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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공간이 ‘1등 백화점’ 승부처 될 듯

이들 백화점의 진검승부는 명품을 넘어 휴식 공간에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답답함을 느낀 고객들은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리테일 테라피(쇼핑+휴식)’를 찾는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지난 2월 문을 열며 영업 면적 절반을 조경과 인공 폭포 등으로 채웠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시대에 어울리는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은 ‘쇼핑과 휴식, 배움, 예술을 만끽하며 감성과 오감을 채우는 충청 랜드마크’를 표방한다. 백화점 외에 193m 높이에서 대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1만4800㎡(4500평) 규모의 옥상 정원을 선보인다. 그 밖에 호텔 오노마, 영화관, 아쿠아리움,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만드는 체험 과학관, 암벽 등반과 스크린 야구 등 실내 스포츠 시설이 들어선다.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와 수준 높은 문화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체험과 휴식 공간이 부족한 갤러리아는 비상이 걸렸다. 대전 갤러리아의 한 직원은 “몇몇 카페가 있지만 테이크아웃(포장) 위주”라며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지난 3월 타임월드 12층에 430㎡(130평) 규모·70여 개 좌석의 VIP 전용 라운지를 열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무료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핵심 자산인 VIP를 지속 창출하겠다”며 “옥상 정원과 연계한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홍다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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