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무디 무디데이비드리포트 회장 뉴질랜드 켄터베리대 미국학,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비드리포트’ 창립자 겸 현 회장 사진 마틴 무디
마틴 무디 무디데이비드리포트 회장
뉴질랜드 켄터베리대 미국학,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비드리포트’ 창립자 겸 현 회장 사진 마틴 무디

국내 면세 산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에 의존해 성장해왔는데 이들의 입국이 막히며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 면세 산업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규제를 완화하며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데이비드리포트’의 마틴 무디 회장은 6월 28일 조선비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은 언제든지 다이궁을 단속하고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면세점과 관광 산업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외화 유출을 막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 다이궁을 추가 규제할 수 있다며 다이궁 의존도를 낮춰 위험 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고 관광 자원을 개발하면 여러 국가에서 외국인 방문이 늘고 자연스럽게 면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무디 회장의 시각이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마틴 무디 회장은 면세·여행 분야에서 40여 년간 근무했다. 그는 2002년 영국에서 ‘무디데이비드리포트’를 설립하는 등 면세 업계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무디 회장에게 코로나 이후 면세 업계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 이후 세계 면세 산업 상황은
“코로나로 세계 면세점은 매출, 규모 등 모든 것이 변했다. 면세점과 궤를 같이하는 항공사는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황폐화됐다. 지난해 세계 공항의 여객 수송 규모는 전년 대비 64.6% 감소했다. 싱가포르 창이·홍콩·인천 국제 공항 등 면세점 매출도 감소했다. 면세 산업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5년은 돼야 한다. 지난해 한국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두바이도 67% 떨어졌다. 중국 하이난만 127% 증가한 50억달러(약 5조7500억원)를 기록하며 살아남았다. 하이난 면세점의 매출이 늘며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에 올랐다.”

한국 면세점은 코로나로 중국의 다이궁 입국이 막히며 매출이 줄고 있다
“한국 면세점은 코로나, 다이궁에 대한 높은 의존도, 내수 시장을 살리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결합돼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한국 면세점은 위기가 찾아오자 무착륙 관광 비행이나 온라인 판매 등 다른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면세점과 관광 산업을 함께 키워야 한다. 1990년대부터 서울·부산·제주 등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올 때마다 음식·문화·역사·자연의 경이로움에 늘 넋을 잃었다.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관련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면세점은 관광, 고용 창출, 경제적 부와 연관 있다. 한국 면세점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하도록 정부가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한국 면세점이 고객을 다변화해야 하나
“아주 중요한 문제다. 다이궁은 제품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중국 내 재판매를 위해 구입할 뿐, 무역 사업으로 봐야 한다. 중국 정부는 언제든지 다이궁을 단속하고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수도꼭지’를 잠글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전자상거래 감독 지침을 발표하며 다이궁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다이궁 등 온라인 판매자는 영업 허가를 받고 세금을 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200만위안(약 3억5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전에는 허가를 받거나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무디 회장의 경고는 중국 당국의 다이궁에 대한 추가 규제가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 입국이 막힌 가운데 6월 8일 서울의 한 시내 면세점이 한적하다. 사진 홍다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 입국이 막힌 가운데 6월 8일 서울의 한 시내 면세점이 한적하다. 사진 홍다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8년 하이난을 화물·자본·인력이 자유롭게 오가는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고 면세점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의 핵심이 면세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역과 투자 자유화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2025년까지 이곳을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키우려 한다. 중국 정부는 친기업·친소비자·친하이난 정책을 펼쳤고 이 정책은 수년간 꾸준히 개선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면세점에서 판매 가능한 상품 품목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구매 가능한 화장품 품목은 12개에서 30개로 확대했다. 1인당 면세 한도는 3만위안(약 50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800만원)으로 3배 늘렸다. 단일 상품 면세 한도 1250달러(약 140만원)마저 없앴다. 규제를 풀어주며 관광객이 하이난을 방문하도록 매력을 키웠다. 하이난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5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93억달러(약 10조6000억원), 내년 155억달러(약 17조6000억원), 2025년 465억달러(약 52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난의 성장은 해외여행이 막힌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한국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초반에 수혜를 볼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이 해외여행을 가기 전 하이난에 머물며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다. 면세점은 강한 자만 살아남는 경쟁 산업이다. 한국 정부도 면세점 지원을 강화하며 대응해야 한다. 제주 등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고 면세 한도(600달러·약 66만원)를 높여줘야 한다. 과거 고통을 줬던 면세점 특허 남발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루이뷔통은 최근 한국 시내 면세점 철수를 결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충격이다. 면세 산업이 급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루이뷔통은 (단체 여행객 대신) 자유 여행객(FIT·Free Independent Traveller)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에게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루이뷔통이 인천·홍콩 국제 공항에 2호점을 내려는 이유다. 루이뷔통은 공항에 대형 매장을 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고 이 임무를 잘 수행할 것이다. 흥미로운 건 루이뷔통이 베이징 다싱 국제 공항 같은 중국 국내선 터미널에 문을 여는 것이다. 이런 공항은 코로나에도 탑승객이 엄청나게 많고 해외 명품이 현지에서 고객에게 다가가며 충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 루이뷔통이 단기간에 공항에 매장을 몇 개 더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면세점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한국 면세점이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종식 후) 매장에서 훌륭한 경험을 만들고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볼 수 없는 제품을 판매하거나 해외와 한국 브랜드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면세품을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면세 시장 중 한 곳이다. 한류(韓流)를 대변하고, 온라인 소통에 뛰어나고, 소비자도 잘 이해한다. 한국 면세점이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을 다변화하며 세계 면세 산업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홍다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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