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야놀자 대표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사,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석사, 현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매니저, 전 구글 매니저, 전 3M 마케터 사진 야놀자
김종윤 야놀자 대표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사,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석사, 현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매니저, 전 구글 매니저, 전 3M 마케터 사진 야놀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투자 리스트에 최근 한국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한 곳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 주인공은 국내 1위 여행 플랫폼 업체인 ‘야놀자’.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한국 유니콘인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7월 15일 발표했다. 비전펀드가 국내 유니콘을 대상으로 조(兆) 단위 투자에 나선 건 2015년과 2018년 쿠팡에 총 30억달러(약 3조4800억원)를 투자한 이후 처음이다. 투자 업계는 야놀자가 최소 8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을 넘겨 유니콘 반열에 오른 지 2년여 만에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도약을 앞둔 것이다.

야놀자는 숙소부터 교통수단, 레저, 식당까지 한꺼번에 예약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 업체다. 국내 누적 이용자만 1500만 명을 넘겼고, 세계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분야에서는 1위 업체인 오라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야놀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920억원을 기록했다. 손 회장의 지원 사격으로 실탄까지 확보한 야놀자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지, ‘이코노미조선’은 7월 20일 김종윤 야놀자 대표에게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김 대표는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여행 슈퍼 앱 및 플랫폼 구축에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야놀자가 초고속 성장한 핵심 원동력은
“단순히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OTA) 역할에 머문 것이 아니라,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SaaS)을 개발하고 AI와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을 통해 빅테이터를 분석해 유관 데이터를 통합한 글로벌 트래블 플랫폼(GTP)을 구축한 점이 성장 동력이 됐다. 기존 플레이어들과는 전혀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왔다. 야놀자는 숙박 및 레저 업체들을 위한 시설 관리⋅운영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투자금 사용 계획이 궁금하다
“연구개발(R&D) 역량 고도화, 글로벌 시장 강화 그리고 보다 다양한 공간 사업 영역으로의 사업 모델 확대 등에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우선 하반기에 R&D 관련 인력 3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현재 170개국에 진출, 세계 2만3000개 숙박 시설에 예약·체크인 등 호텔 업무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전체 고객사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 전략 지역인 인도·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야놀자 클라우드 플랫폼 확장에 집중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해외 시장 전략은
“숙박, 식당, 교통 예약 등 여행업에서 온라인 전환이 상당히 이뤄진 미국, 유럽 같은 시장의 경우, 야놀자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또한 이 지역들은 인건비 등 운영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여행 플랫폼 자동화 운영 기능을 강화해 고객사들의 비용 절감을 유도할 것이다. IoT 기기나 로봇 등 신규 하드웨어 도입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파트너사와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도, 아프리카, 동남아 등 아직 온라인 전환이 많이 안 된 신흥국 시장의 경우, 우선 야놀자 클라우드 플랫폼과 솔루션 확산에 집중해 더 많은 제휴점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클라우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야놀자 클라우드를 출범시켰다
“야놀자는 여행 예약 플랫폼을 넘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IT) 업체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6월 야놀자의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계열사인 이지테크노시스 젠룸스, 산하정보기술, 트러스테이 등으로 구성된 야놀자 클라우드를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접객) 기술 개발부터 플랫폼에서의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대한 통합적 관리를 전담시키고, 글로벌 디지털 전환을 신속하게 주도하려고 한다. 올해는 호텔의 모든 운영 시스템을 야놀자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한 ‘와이플럭스(Y FLUX)’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성장 전략은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제대로 된 슈퍼 앱을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대부분의 여행 서비스는 고객 눈에 보이는 예약 서비스 영역에만 집중됐다. 서로 다른 운영 체계와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져 고객 데이터가 단절돼 있었다. 야놀자의 클라우드 플랫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사용자와 제휴점 간의 투명한 데이터 흐름을 완성해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고객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제휴점들의 운영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고, 글로벌 여행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겠다.”


Plus Point

야놀자 성공 신화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야놀자는 2005년 이수진 총괄대표가 설립한 여행 플랫폼 업체다. 두원공고·천안공업전문대(현 공주대) 출신인 이 대표는 20대 후반 무일푼으로 모텔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사업을 일군 ‘흙수저’ 창업자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모텔 청소부’ 일을 시작으로 숙박 업계에 뛰어든 이 대표는 주차부터 객실 관리까지 모텔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모텔 매니저에서 총지배인까지 1년여 만에 초고속 승진한 그는 2004년 ‘모텔 이야기’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 모텔업 종사자들에게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했다. 모텔업 종사자들의 근무 경험담을 커뮤니티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덕에, 구직자들은 모텔 정보를 얻으려고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커뮤니티 개설 1년 만에 가입자가 1만 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회원 수 20만 명의 ‘모텔투어’라는 다음 카페를 인수, 커뮤니티 규모를 키웠다. 그러던 중 2005년 모텔업에 종사하며 모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야놀자를 설립,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 초장기 야놀자는 숙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사이트 운영 업체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모텔 업주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예약 플랫폼 서비스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전국 모텔을 돌며 중소형 숙박 예약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지만 관심을 갖는 업소가 많지 않았다.

기회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찾아왔다. 이 대표가 2014년 만든 당일 숙박 예약 시스템 스마트폰 앱이 숙박 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당시 방문 고객 위주로 손님을 받던 숙박 업소 사장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당일 빈방을 판매할 수 있다는 야놀자 전략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첫 투자도 이쯤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5년 7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100억원을 야놀자에 투자했다. 이후 6년간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 KT, 한화투자금융 등으로부터 총 2조37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2023년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공 비결은 M&A와 인재 욕심

야놀자의 성공 비결로는 인수합병(M&A)과 인재 욕심이 꼽힌다. 이 대표는 2016년 ‘호텔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총 8개 업체를 인수했다. 2019년에는 ‘데일리호텔’을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여행앱 업체 자리를 굳혔다. 2018년 국내 1위 숙박비품 유통 업체인 ‘한국물자조달’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국내 1위 PMS 업체인 ‘가람’과 2위 PMS 업체인 ‘씨리얼’을 모두 사들였다. 같은 해 세계 2위 PMS 업체인 ‘이지테크노시스’도 인수했다. PMS는 숙박 예약, 식당 예약, 음식 주문 등 호텔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올해는 국내 1위 호텔 솔루션 기업인 산하정보기술까지 인수했다. 이 대표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호텔 체인 지분 확보에도 나섰다. 야놀자는 2019년 동남아 1위 이코노미급 호텔 체인 기업인 ‘젠룸스’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업 초창기 모텔 예약업에만 치중했던 야놀자가 M&A 전략을 통해 여행 플랫폼 업체로 거듭난 것은 2015년 이 대표가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 재직 중인 김종윤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이후 부터다. 김 대표는 이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야놀자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에 합류한 김 대표는 여행 플랫폼으로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 회사 성장을 주도했다. 결국 이 대표의 ‘인재 욕심’이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 출신 엄태욱 최고기술책임자(CTO), 넷마블 출신 최찬석 최고 투자책임자(CIO), 베인앤컴퍼니 출신 천경훈 비즈니스 그룹장, 모두 이 대표가 영입한 경영진이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