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 학사, 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전 스파크랩 한국 공동 대표, 전 호스트웨이 대표 / 사진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 학사, 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전 스파크랩 한국 공동 대표, 전 호스트웨이 대표 / 사진 베스핀글로벌

“기존의 물리적 서버를 늘리는 방법으로는 두 달은 걸렸을 일을 클라우드로 2주 만에 해냈어요.”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8월 18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클라우드가 없었다면 전 국민 백신 예약이 지금까지도 미뤄졌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도입하지 않았던 민간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증명된 것”이라고 했다. 

베스핀글로벌은 네이버가 제공한 클라우드를 질병관리청이 백신 예약에 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약 기간에 관리·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앞서 지난 7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일정을 두 달 이상 늦출 뻔했던 접속 오류(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한 번에 30만 명만 접속 가능한 서버로 수백 만 명 예약을 받으려 한 게 원인이었다. 7월 12일 50대 성인 352만 명이 접속해 처음으로 백신 예약 대란이 일어났던 것. 급하게 서버를 늘려야 했던 정부가 찾은 해결책이 ‘클라우드였고, 베스핀글로벌이 ‘해결사’로 나섰다. 

이번 백신 예약 시스템 먹통 사태 해결의 주역 중 한 곳으로 주목을 받는 베스핀글로벌은 온라인 교육 대란도 막은 바 있다. 지난해 3월 온라인 개학에 맞춰, 2000명 접속 규모였던 공교육 원격수업 시스템에 전국 초·중·고 학생 300만 명 이상이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 전문가가 아마존 CEO로”

이 대표는 클라우드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대화 내내 강조했다. 그는 “이제 정부 정책을 시행하는 데도 클라우드가 쓰이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클라우드 산업을 키우지 않는다면 정보기술(IT) 강국의 지위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존이 유통 회사인 줄 알았더니, 클라우드 사업 부문(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였던 앤디 제시가 지난 7월 그룹 전체 대표직에 올랐다”며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도 앞다퉈 클라우드 사업을 키우고 있다”라고 했다.

클라우드는 물리적 서버 여러 대를 연동해 마치 거대한 1대처럼 작동하도록 만든 가상의 서버다. 렌터카나 숙박업처럼, 클라우드를 가진 기업은 이것이 필요한 다른 기업에 돈을 받고 원하는 기간만큼 빌려줄 수 있다. 현재 AWS, MS, 구글, 네이버 같은 빅테크들이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CSP)’ 사업이다. 클라우드는 가상의 서버지만 구현하려면 많은 돈을 들여 많은 수의 물리적 서버를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CSP 진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CSP는 클라우드만 만들었다고 다른 기업이 곧장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마다 구현하려는 서비스에 맞게 서버를 구축해주고 꾸준히 관리·운영도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클라우드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하고 공급해줘야 한다. 이런 기업을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기업이라고 한다. 베스핀글로벌, 메가존클라우드 등이 대표적인 국내 MSP 기업이다. 클라우드를 스마트폰에 비유한다면 CSP는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고, MSP는 실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목적인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급하는 회사다.


베스핀글로벌 홈페이지 화면. 사진 베스핀글로벌
베스핀글로벌 홈페이지 화면. 사진 베스핀글로벌

“CIA·펜타곤도 쓰는데 우리는 보안 걱정”

이 대표는 빅테크 속 한국의 기회를 MSP에서 찾았다. 거대 인프라가 필요한 CSP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자본 싸움이지만, MSP는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처럼 한국의 중소 개발사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다퉈볼 만한 두뇌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물리적 서버가 클라우드로 전환되면 기존 물리적 서버용 소프트웨어 역시 클라우드용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것”이라며 “이렇게 보면 MSP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0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라고 했다. 이는 CSP(300조원)보다 세 배 이상 큰 규모다.

이 대표는 정부가 토종 MSP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먼저 기업들의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클라우드 전환’을 외치고는 있지만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민간 기업이 만든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CSP 기업처럼 자체적으로 ‘공공 클라우드’란 걸 만들어 내부 수요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대표는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국방부(펜타곤)가 먼저 나서서 (2013년부터) AWS 등 자국 기업의 클라우드를 도입했다”며 “CIA, 국방부가 쓰는 클라우드니까 다른 기업들도 안심하고 도입하기 시작했고, 클라우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 요구에 정부도 차츰 문호를 개방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특히 민간 소프트웨어 구매 비율을 2025년까지 20%로 높이기로 했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추진협의회’도 지난 6월 출범했다. 이 대표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잘나가던 회사 팔고 클라우드 베팅 성공

이 대표는 1983년 아버지인 이해민 전 삼성전자 사장(현 베스핀글로벌 회장)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졸업 직후인 1998년 웹호스팅 전문 업체 ‘호스트웨이’를 세우고 전 세계 11개국, 고객사 100만 곳을 둘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켰지만 2012년 미국의 한 사모펀드에 회사를 5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대표는 유통 회사였던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에 손대는 걸 보고 IT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했다고 한다. 2015년 그가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수주하면서 베스핀글로벌은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2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가 선정한 글로벌 10대 MSP 기업에 동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아시아에선 인도 업체 1곳과 함께 선정됐다.

글로벌 진출도 본격화했다. 주력 상품이자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소프트웨어인 ‘옵스나우’의 고객사를 현재 전 세계 1500여 곳에서 2025년 10만 곳으로 대폭 늘리는 게 목표다. 중국, 미국, 중동, 동남아에 이어 8월 20일에는 일본에도 진출했다. 현지 MSP 1위 업체 서버웍스와 합작사 ‘지젠’을 설립하고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전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시카고대 동문으로도 유명하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후 제조업과 IT 산업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이 대표가 최 회장의 러닝메이트인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단에 합류했다고 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부회장단에 들어가 있다. 이 대표는 최 회장, 김택진 대표와 함께 SBS 예능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에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심사하는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김윤수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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