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은 10년간 최고경영자로서 애플을 이끌며 시총 2조5000억달러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AFP연합
팀 쿡은 10년간 최고경영자로서 애플을 이끌며 시총 2조5000억달러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AFP연합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인 2011년 8월 24일 애플이 팀 쿡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발표했을 때 언론과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애플 주가는 당시 폐장 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5% 하락했고 이를 두고 마켓인사이더는 “쿡의 리더십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을 대량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쿡 CEO가 이끈 애플의 10년은 이 같은 예상을 빗나갔다. 쿡의 지휘 아래 애플 주가는 10년간 1022% 상승했다.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 시총 1조달러(약 1182조원)를 돌파했던 2019년 와이어드 편집장 출신이 쓴 저서 ‘팀 쿡’은 그를 “애플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린 천재”로 묘사했다. 시총은 지난해 8월 2조달러(약 2364조원) 돌파에 이어 올해 8월 30일엔 2조5310억달러(약 2991조6400억원)를 기록했다. 몸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한국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전체 시총에 삼성전자 시총을 한 번 더 추가해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쿡의 애플이 글로벌 증시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는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했다. 쿡이 취임하던 2011년 3분기 애플의 매출은 285억7000만달러(약 33조7697억원)였으나, 올해 2분기 매출은 약 세 배 증가한 814억달러(약 96조2148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매출에서 아이폰만 369억달러(약 43조6158억원)로 10년 전 애플의 전체 매출을 뛰어넘었다.

쿡 CEO는 10년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거금의 보너스를 챙겼다. 애플이 8월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쿡 CEO는 최근 보수로 받은 애플 주식 500만 주를 대부분 매각해 7억5000만달러(약 8865억원) 이상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번에 받은 애플 주식은 그가 10년 전 이 회사를 맡으면서 받기로 한 급여 패키지의 최종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CNBC는 “쿡이 우수한 경영 성과를 보여 계약상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주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카리스마의 잡스와 달리 조용한 리더 쿡은 미국 남부 앨라배마 시골 마을에서 조선소 노동자인 아버지와 약국 직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조용하고 꼼꼼한 모범생이었으며,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졸업한 후 앨라배마 오번대학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했다.

졸업 이후 쿡은 주요 IT 기업에서 SCM(공급망 관리)을 담당했다. 그는 IBM의 개인 PC 사업부에서 약 12년간 근무하며 북미 유통 담당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인텔리전트 일렉트로닉스 리셀러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약 3년간 일했고, 컴팩의 부사장을 거쳐 1998년 당시 37세에 애플의 사업 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영입됐다. 당초 제의를 거절했지만 잡스를 만난 지 5분 만에 애플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훗날 그의 회고다 “나의 직관은 애플에 들어오는 것이 이 창조적인 천재를 위해 일하면서 위대한 미국의 기업을 재건하는 경영진에 속하는 평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쿡이 부사장으로 애플에 취임했던 1998년, 애플은 IBM,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약진에 밀려 위기에 봉착한 상태였다. 그가 맡은 일은 역시 공급망 관리였다. 당시 잡스 체제하의 애플은 제품 혁신에 집중했다. 반면 이러한 제품의 공급과 판매, 재고 관리 등은 미흡했다.

쿡은 “재고는 악이다. 애플(사과)은 신선할 때 팔아야 하는 우유처럼 관리해야 한다”라며 공급망을 정비했다. 전 세계 약 100곳에 달하는 주요 공급 업체를 24개 회사로 축소했다. 19개의 비품 창고도 10개로 줄이면서 기기 생산 공정을 단축해 비용도 절감시켰다. 대만의 폭스콘을 중심으로 세계 첫 아웃소싱을 본격화한 공급망 관리 모델을 정립했다. 그가 애플에 온 지 약 2년 만에 재고 물량이 30일치에서 6일치로 줄었다. 애플의 한 전직 임원은 “잡스가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면, 쿡은 회사를 현금 더미로 만든 사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2004년 쿡은 매킨토시 하드웨어 부문 총괄로 승진했다. 그해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수술을 위해 두 달간 CEO 자리를 비웠을 때, 잡스는 임시 CEO 자리를 쿡에게 맡기기도 했다. 2005년 쿡은 애플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다시 승진했고, 2009년 잡스가 다시 투병하면서 한 차례 더 임시 CEO 자리를 맡았다. 이후 2011년 8월 쿡은 정식 CEO로 취임했다. 잡스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돼 있었던 것이다. 잡스는 쿡의 CEO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쿡은 애플을 이끌면서 뛰어난 관리능력뿐 아니라 잡스의 부재 속에서도 제품 혁신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2015년에는 애플워치, 2016년에는 에어팟을 선보이며 아이폰에 이어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로 애플의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9년에는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도 웨어러블 기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하면서 애플 전체 매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다양성 가치 몸소 보인 포용의 리더십

쿡은 세금 회피와 노동 착취 등 이익만 좇는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애플을 인종, 젠더, 성 소수자 등 약자, 기후변화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쿡은 2014년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애플 CEO가 게이라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나의 사생활을 희생하겠다”라며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한 편인 남부에서의 유년 생활은 쿡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린 시절 흑인 가족의 사유지에서 십자가 화형식을 하는 백인우월주의 집단 KKK의 모습을 목격한 후 인종차별 등 사회 문제와 관용, 포용 등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쿡은 재생에너지와 사회적 약자 교육 등에 계속 투자하며 개인 기부 역시 꾸준히 하고 있다.

쿡이 이끄는 애플은 수십억달러를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2018년부터 전 세계 애플 매장, 사무실, 데이터 센터, 협력 업체 등 시설을 100% 청정에너지로 가동하고 있다. 애플은 올 1월 인종차별주의를 타파하는 ‘인종 간 평등·정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 1억달러(약 118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흑인 대학 등 혁신 학습 허브 개설 등 사업이 투자 대상이다. 그는 자신이 죽기 전까지 모든 자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2015년 발표하기도 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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