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 겸 공동창업자 카이스트(KAIST) IT경영학, 전 포스코인터내셔널·AT커니코리아 근무, 전 스톤브릿지벤처스 팀장 / 사진 뮤렉스파트너스
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 겸 공동창업자
카이스트(KAIST) IT경영학, 전 포스코인터내셔널·AT커니코리아 근무, 전 스톤브릿지벤처스 팀장 / 사진 뮤렉스파트너스

8월 2~3일, 공모가가 50만원에 달하는 ‘게임 공룡’ 크래프톤과 코스닥시장 새내기 기업 한 곳이 동시에 공모주 청약을 받았다. 두 회사의 공모 청약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코스닥 새내기가 17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5조53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은 것이다. 대어(大魚)의 증거금은 이에 못 미친 5조원대 초반에 불과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순식간에 ‘스타’로 떠오른 이 코스닥 새내기는 인공지능(AI) 기반 채용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티드랩이다.

오지성 뮤렉스파트너스 부사장은 원티드랩에 창업 멤버 네명이 있던 때 초기 투자하며 약 20배의 수익을 올린 심사역이다. 원티드랩뿐 아니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도 초기 투자했다. 업비트가 개설되기도 전인 2017년의 일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기업 가치가 그동안 10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오 부사장은 원티드랩과 두나무 외에도 올해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와이더플래닛, 자산 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 등에 투자했다. 그는 2017년 뮤렉스파트너스를 창업하기 위해 이전 회사(스톤브릿지벤처스)를 퇴사하는 바람에 고액의 성과 보수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오 부사장은 벤처캐피털(VC)을 경영하며 돈보다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말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18년 모임에서 뮤렉스파트너스 파트너들과 벤처 창업가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뮤렉스파트너스의 이범석 대표, 강동민 부사장, 오지성 부사장, 송치형 두나무 의장,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김택동 레이크투자자문 대표,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 사진 뮤렉스파트너스
2018년 모임에서 뮤렉스파트너스 파트너들과 벤처 창업가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뮤렉스파트너스의 이범석 대표, 강동민 부사장, 오지성 부사장, 송치형 두나무 의장,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김택동 레이크투자자문 대표,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 사진 뮤렉스파트너스

원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기를 꿈꿨나
“학창 시절에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대학졸업 후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다니던 중 요리·제빵을 가르치는 스튜디오를 창업하려 했다. 투자도 약속받았지만, 막상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다 보니 회사를 어떻게 키우고 경영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유사 업체인 ABC쿠킹스튜디오의 일본 본사까지 찾아가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보기도 했지만 한계를 느껴 창업 준비를 접었다.”

VC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사업을 접기 전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근무하던 위현종 현 쏘카 전략본부장과 프랙시스캐피탈의 라민상 대표를 만났다. 그들이 스타트업에 관해 많은 경험이 있다는 점이 부러웠고, 나도 그런 경험을 쌓아 언젠가는 다시 창업하겠다는 생각으로 2014년 6월 스톤브릿지벤처스에 입사했다.”

막상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돼보니 어땠나
“VC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좋은 시장에서 많은 사례를 공부하다 보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업은 ‘기회’나 ‘말이 되는’ 사업 모델과 같은 객관적인 요소보다는 ‘반드시 이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절실함을 필요로 했다. 나는 요리 스튜디오라는 사업 아이템을 ‘그동안 국내 시장에 없었던 사업 모델 중 고도의 기술 없이도 창업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유로 선택했다. 심사역이 된 후 다른 창업가들을 보며 사업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에는 좋은 투자자가 되는 데 집중하게 됐다.”

초반에 투자한 회사 중 기억에 남는 곳은
“2015년 채용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원티드랩에 5억원을 투자했다. 원티드랩은 당시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보육 업체) 스파크랩에서 막 투자를 받은 초기 단계였다. 직원도 창업 멤버 네 명밖에 없었다. 원티드랩은 추천한 사람이 기업에 채용될 경우 추천인과 합격자 모두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채용 플랫폼이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느꼈다. 한 명이 두 명을 추천하고 그 두 명이 다시 두 명씩 추천하면 이용자는 지수(指數)로 늘어나게 된다. 그런 구조라면 향후 사업이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원티드랩의 기업 가치는 얼마나 올랐는지
“공모가(3만5000원) 기준으로 약 20배 올랐다. 이후 2017년 4월에도 추가 투자를 했다. 그러나 그해 퇴사해 뮤렉스파트너스를 창업하는 바람에 투자금 회수는 나와 관계없는 일이 됐다.”

기업 가치가 20배나 올랐는데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니 아쉽지 않은가
“사실 원티드랩뿐 아니라 두나무에 투자했던 성과급도 못 받고 퇴사했지만, 그런 부분은 그리 아쉽지 않다. VC업을 잘하려면 결과로 따라오는 수익률에 연연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더라. 투자 수익률에 일부러 더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두나무에는 언제 투자했나
“주식 투자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증권’을 운영하던 2017년에 투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아직 서비스되지 않았고, 단지 개설 계획만 마련된 단계였다. 암호화폐 시장이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은 상태여서 카카오증권의 성장성과 창업 팀에 더 주목해 투자했다. 기업 가치 1000억원에 15억원을 투자했다(IB 업계에서는 두나무의 현재 기업 가치를 최소 10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두나무 창업자의 어떤 역량에 주목하고 투자를 결정했나
“송치형 두나무 이사회 의장과는 지인 소개를 통해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다날에서 근무하다 2012년 창업을 해서, 대여섯 번의 피벗(스타트업이 신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 반응을 보고 다른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거쳐 카카오증권을 출시한 상태였다. 송 의장은 과감한 경영자였으며 증권과 핀테크 및 암호화폐에 대한 생각이 매우 합리적이었다. 당시에는 암호화폐가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초기 단계였지만, 언젠가 시장이 크게 성장한다면 두나무가 선도 사업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결국 그때 했던 판단이 적중했던 것 아닌가
“준비돼 있는 팀은 거대한 흐름을 만났을 때 아주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두나무는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길목에서 카카오증권을 통해 거래소 사업 경험을 쌓아왔기에 간발의 차이로 좋은 서비스(업비트)를 먼저 내놓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창업가의 조건은 무엇일까
“‘절실함’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 전망은 많은 창업가가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차별점이 되지 못한다. 좋은 창업가는 절실함과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믿는 세상이 올 때까지 차근차근 준비하며 기다릴 줄 안다. 외부의 변화보다는 자기 내면에서 비롯한 사명감과 이 문제를 꼭 풀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사업의 성공은 운칠기삼(성패가 노력이 아닌 운에 달려 있다는 뜻)이라는 말도 있지만, 운은 어느 날 갑자기 외부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기다리며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다.”

2017년 VC 뮤렉스파트너스를 창업하며 오 부사장도 창업가가 됐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며 VC업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스타트업은 사업을 계속 혁신하는 반면 VC 산업은 혁신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1998년과 2018년의 VC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많은 VC가 단기적인 수익에만 연연하거나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도 강했다. 그러던 중 우리 회사의 강동민 부사장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 있던 이범석 (당시) 상무와 함께 VC를 창업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받아들여 뮤렉스파트너스의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원티드랩이나 두나무 투자를 통해 받을 성과 보수보다는 새로운 비전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살다 보면 성공은 결과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VC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이 보장되는 업도 많지만 VC는 그렇지 않다. 시장에서 큰 ‘바람’이 불어줘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만 한다. 물론 노력이 아무 의미 없다는 회의론에 빠져서도 안 된다. 대신 오늘,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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