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철 강북삼성병원 심장센터장 한양대 의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 과정, 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현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 회장 / 9월 1일 서울 평동 강북삼성병원에서 성기철 강북삼성병원 심장센터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성기철 강북삼성병원 심장센터장
한양대 의대,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 과정, 현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현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 회장 / 9월 1일 서울 평동 강북삼성병원에서 성기철 강북삼성병원 심장센터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심근경색증은 ‘돌연사(突然死)’를 일으키는 대표적 심혈관 질환으로 꼽힌다.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기는 이 병은 사전 징후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심장을 못 쓰게 만든다.

지난 201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남성 배우 김주혁(1972~2017년), 얼마 전 세상을 등진 ‘방랑 식객’ 임지호(1956~2021년) 셰프도 심근경색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비즈’는 9월 1일 심근경색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 질환과 고혈압 분야 명의로 통하는 서울 강북삼성병원 심장센터장인 성기철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올해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 회장에 취임한 성 교수는 국내 심장 질환 연구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 96편의 SCI 주저자 논문을 발표했고, 올해에만 7편의 논문을 펴냈다. 발표 논문으로 강북삼성병원 1위다.

순환기내과는 심장과 심장에 연결된 혈관에 관련된 모든 질환을 진료하는 분과다. 심장 이식 환자의 수술 후 관리는 물론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 환자 지도를 한다.

성 교수는 “많은 사람이 고혈압을 ‘흔한 병’이라고 무시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라며 “심각하지 않은 경증 고혈압도 오래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이 매우 커진다”라고 했다. 1967년 미국에서 고혈압을 약물로 치료한 73명과 치료하지 않은 70명을 1년 6개월가량 관찰한 결과 고혈압을 관리한 집단에서는 2명, 그러지 않은 집단에서는 27명이 심혈관 질환을 진단받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흔하디흔한 고혈압과 동맥경화로 시작한 심혈관 질환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약 179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숨이 차서 병원을 찾았는데, 심부전증 진단을 받았고, 알고 보니 고혈압이 원인이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심부전 진단을 받은 10명 중 3~4명은 1년 안에 사망한다. 그래서 의료계에선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성 교수는 혈관 모형을 들어 보이며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대동맥 혈관 안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그는 “혈관을 맞추는 스텐트 시술을 하긴 하지만, 시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했다.

‘고혈압 선생님’으로 통하는 성 교수는 환자들이 자신의 혈압을 명확하게 알고 올바른 관리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최상의 심장 질환 치료법이라고 보고,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정확한 혈압 측정법부터 교육한다. 성 교수는 정부가 혈압계를 경로당 등에 배포할 것을 제안했다. 가까운 곳에 혈압계를 배치해 평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면, 고혈압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

성 교수는 “(처음 의사가 됐을 때는) 펄펄 뛰는 심장을 살린다는 생각에 순환기내과를 선택했는데, 펀더멘털(병의 근본)을 찾다 보니 고혈압 연구까지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의 삶과 죽음에서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더라”라며 “길고 지루한 고혈압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의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심혈관 질환의 가장 위협적인 원인은 뭔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세 가지 모두 위협적인 원인이지만, 고혈압 환자의 61%가 당뇨 또는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어 구분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본다. 학문적으로 답한다면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데 이 세 질환 중 고혈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젊은층에도 고혈압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20~30대 인구의 약 10%가 고혈압인 것은 맞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 가운데 단 17%만 자신이 고혈압인 것을 알고 있고, 또 14% 정도만 혈압을 조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고혈압 인지율은 67%이고, 조절하는 비율은 47%다.”

고혈압 등 만성 질환 발병 연령대가 어려지면 어떤 문제가 있나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압력을 받게 된다. 어린 나이에 고혈압이 시작되면, 그 사람의 혈관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더 오랜 기간 손상되는 것이다. 우리 연구에서도 혈압 조절이 잘된 군과 잘 안 된 군의 상대 위험비, 즉 사망,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비율 차이가 젊은층에서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저혈압을 호소하기도 한다
“국내 인구 전체로 보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혈압 관리를 잘한다. 그런데 70대가 넘어가면 여성의 혈압이 남성보다 나빠진다. 여성이 나이 들어 혈압이 오르는 것은 여성 호르몬이 줄어드는 데 따른 생물학적 영향이다.”

고혈압을 방치했다가 문제가 될 경우가 많은가
“고혈압 때문에 합병증으로 심장 수술에 이른 경우가 너무 많다. 응급실에 심부전, 뇌경색, 대동맥박리, 심근경색 등으로 내원했을 때, 원인을 알아보면 고혈압을 방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혈관 질환은 완치도 어렵고 진단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을 미리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심부전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치료가 가능한가
“고혈압 등으로 심장 기능이 다 망가진 것을 심부전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약물치료만 했는데, 최근에는 심장 박동을 도와주는 인공 심장 등이 나와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기술도 최근 10년 사이에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니 심부전 치료도 과거처럼 포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심부전이 생긴 이후에도 혈압 조절은 반드시 해야 한다.”

고혈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심혈관 질환 관리는 혈압을 올바르게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노인정 등에 혈압계를 더 많이 비치하고, 관리가 필요한 가정에 혈압계를 대량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상시 혈압은 정상인데, 의사 앞에만 서면 혈압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을 ‘백의(白衣)고혈압’이라고 한다. 자신을 고혈압 환자로 착각하는 사람 가운데 이런 경우가 꽤 있다. 가정에 혈압계를 비치하면 약물 치료가 시급하지 않은 이들에게 투여되는 약제비 등도 아낄 수 있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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