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째깍악어 대표연세대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리바이스코리아 마케팅 팀장, 전 매일유업유아식사업부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연세대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리바이스코리아 마케팅 팀장, 전 매일유업유아식사업부장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함께 일하던 한 워킹맘은 회사에서 일하는 도중,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들이 학원 셔틀버스를 놓쳐 혼자 길에 남겨졌는데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아이가 미아가 됐다’며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아이를 맡길 곳도 없고 시간도 부족해 임신과 출산 후 몸이 아무리 아파도 병원 가는 것을 몇 개월째 미루는 엄마도 주변에 수도 없이 많았다.”

‘이코노미조선’이 지난 9월 서울 성수동의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두 소셜벤처,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와 더패밀리랩의 하이수 대표는 “출산율 0%대 시대를 가속화하는 것은 ‘엄마’를 위한 아이돌봄과 헬스케어의 부재라고 생각했다”며 창업 배경을 소개했다. 이들은 출산·육아 여성을 타깃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타트업들이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당 0.84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에는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건강 악화, 경력단절 등 불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2016년 창업한 째깍악어는 워킹맘을 위해 시간제로 1세~초등학생 어린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째깍악어는 방문교사를 원하는 육아 가정과 보육교사, 검증·교육을 마친 대학생 등을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 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브리지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GS건설과 협업해 올해 말부터 주요 자이 아파트에 오프라인 돌봄공간 ‘째깍섬’을 오픈할 예정이다.

2017년에 세워진 더패밀리랩은 출산과 임신 경험의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 건강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헬스케어 소셜벤처다. 산후 여성을 대상으로 비대면 코칭 서비스와 운동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홈트레이닝 앱 ‘헤이마마’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사 더인벤션랩이 올해 여성 건강 관련 기술 스타트업 ‘펨테크’ 5개 사로 결성한 ‘펨테크 얼라이언스’ 기업 중 하나로, 하나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연세대 경영학,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매일유업 전략기획실 부장, 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하이수
더패밀리랩 대표연세대 경영학,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매일유업 전략기획실 부장, 전 베인앤드컴퍼니 이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김희정 “먼저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문제의 책임을 임신하지 않는 여성에게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나부터가 ‘이모님’께 초등학생 딸을 맡기고 회사에 다닌 워킹맘이었다. 아이돌봄 시장이 흔히 파출부를 공급해주는 심부름 회사나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나 안전장치도 없는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온라인 카페에 의존하고 있었다.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주변에는 출산과 육아를 주저하는 여성 동료가 많아 안타까웠고, 나 역시 불편함을 실감했다. 내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 내 돈을 넣어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내 딸을 맡기는 ‘이모님’에게 요구하고 싶었던 인·적성 검사와 모의 돌봄 면접, 범죄 이력 조회 등 까다로운 검증 절차를 직접했다.”

하이수 “대기업 입사, MBA, 컨설턴트 등을 거치며 속도전으로 커리어를 쌓았고, 번아웃이 온 시점에서 아이를 낳았다. 출산 후 건강이 나빠지면서 새벽까지 주 6일 100시간을 일했던 내가 40시간밖에 일을 못 하게 됐다. 과거에는 부끄럽게도 출산과 육아는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직접 건강이라는 불가항력의 벽에 부딪혀보면서 엄마를 위한 제대로 된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국내 여성 운동은 출산 전 건강한 여성의 몸매 관리 프로그램에 편중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산후 운동 스튜디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애당초 엄마들이 시간이 없어 집 밖에서 나오지를 못한다는 점을 깨닫고 온라인으로 사업을 전환했다.”


코로나19 영향은 없나.

김희정 “오히려 비대면 수업 등으로 인해 새로운 수요가 폭발했다. 초등학교 줌 온라인 수업, 코딩 프로그램 등을 아이를 돌봐주는 조부모가 사용 방법을 몰라서 세대 차이로 인한 새로운 아이돌봄의 공백이 생겼고, 이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보조해줄 교사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또한 최근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 등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게임 내 언어 성폭력 등 이슈가 많고, 이를 관리해줄 선생님을 원하기도 한다. 째깍악어는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내 아이돌봄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데, 수익성 없는 사업을 하는 건 아닌지.

김희정 “교육과 육아에 있어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검증된 시스템이라면 해외에서도 자신 있다. 신생아 수가 많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수 “프랑스의 경우 물리치료 등 산후 회복 치료가 복지 차원에서 출산 여성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독일에서도 산후운동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하고 의료보험으로 비용을 환급해준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선 엄마를 대상으로 건강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시장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 가정의 소비는 엄마가 결정한다. 더패밀리랩은 엄마의 헬스케어로 시작해 자녀의 운동발달을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엄마에서 시작해 다른 가족 구성원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엄마의 임신과 출산 이후 근골격계 등 통증 데이터를 앱을 통해 다수 확보했으며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성별·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근골격계 솔루션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소셜벤처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하이수 “저출생 문제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로인 엄마의 문제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VC 업계 역시 투자자 대다수가 남성인 만큼 투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VC가 여성 건강 관련 서비스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만들어 집중 투자한다. 이를 펨테크라고 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힘쓸 수 있도록, 업계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길 바란다.”


plus point

[Interview] 박소륜 HGI CSO(전략이사)
“엄마가 창업한, 엄마 위한 소셜벤처 사명감·이해도 높아”

박소륜HGI CSO(전략이사)서울대 건축학,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전 씨티은행 어쏘시에이트 / 사진 HGI
박소륜 HGI CSO(전략이사)
서울대 건축학,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MBA) 석사,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전 씨티은행 어쏘시에이트 / 사진 HGI

HGI는 사회적 변화(임팩트)를 만드는 비상장사, 즉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이다.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사로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아들 정경선씨가 2014년 설립해, 총운용자산은 915억원에 이른다. 투자 기업에서 8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HGI는 지난 6월 205억원 규모의 메가-HGI 더블임팩트 펀드를 결성했으며,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영역 중 하나가 저출산 문제 해결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째깍악어에 투자하고, 더패밀리랩을 인큐베이팅한 박소륜 HGI 전략이사를 지난 9월 서울 성수동에서 만났다. 2017년 초 HGI 사내벤처로 시작한 더패밀리랩은 2019년 1월 자회사로 분사했다.

박 이사는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다. 스타트업 투자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기업 미션에 대해 가진 사명감”이라며 “이는 리더가 해당 문제에 얼마나 당사자성을 가졌는지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출산 및 육아의 경우 엄마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 리더가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자신의 삶과 회사의 목표를 일치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째깍악어와 더패밀리랩의 직원들 역시 육아 당사자가 많아 회사 전체가 높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일 뿐 아니라, 투자 수익성 역시 높은 분야”라고 했다. 신생아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개별 핵가족의 육아 고충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조부모, 형제 등과 육아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며 개별 가정의 육아 고충은 더욱 커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지출은 늘고 있다”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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