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인적자원센터 소장 코넬대 노사관계학, 옥스퍼드대 노동경제학 박사, 전 미국 교육부 전국직장교육증진센터 공동책임자, 전 바레인 고용정책 관련 수석고문, 2019년 영국 인사 전문지 ‘HR 매거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 / 사진 와튼스쿨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인적자원센터 소장
코넬대 노사관계학, 옥스퍼드대 노동경제학 박사, 전 미국 교육부 전국직장교육증진센터 공동책임자, 전 바레인 고용정책 관련 수석고문, 2019년 영국 인사 전문지 ‘HR 매거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 / 사진 와튼스쿨

“재택근무 정책을 놓고 노사 간 논쟁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고용주와 고용인은 자신들이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모두가 재택근무를 해오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과 미래는 다를 겁니다. 팬데믹 이후의 원격 근무는 생각만큼 장밋빛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인적자원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는 11월 3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팬데믹 기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성과는 경기부양책으로 자금이 넘쳐난 영향도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단계적 일상 회복) 시대를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많은 일이 동시에 벌어졌기 때문에 재택근무의 성과를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일부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한다면, 결국 승진에 있어서는 재택근무자가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펠리 교수는 지난 9월 신간 ‘사무실의 미래(The Future of the Office)’를 통해 팬데믹 이후 변화할 업무 환경을 전했다. 카펠리 교수는 학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미국은 물론 바레인, 싱가포르 등 각국 정부의 고용 정책을 자문해왔다. 미국의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 전국직장교육증진센터 이사로 활동했다. 2012년과 2019년 영국 인사관리 전문지 ‘HR(인사관리) 매거진’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에 선정됐다. 그는 2012년 ‘부품사회(Why Good Peo-ple Can’t Get Jobs)’라는 책을 통해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 책에서 카펠리 교수는 구직난이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고용주가 실무 교육 훈련 등에 시간을 쏟지 않고 입사 후 곧바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직원만 바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간 ‘사무실의 미래(The Future of the Office)’. 사진 피터 카펠리
신간 ‘사무실의 미래(The Future of the Office)’. 사진 피터 카펠리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를 어떻게 평가하나.
“대부분의 고용주는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한 직원이 일을 잘 수행해왔다고 평가했지만, 현장에 있던 직원들도 일을 잘해왔다. 직원은 회사를 위해서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든 위기 상황에서 합심해 협력해왔다. 동기부여가 충만한 시기였다. 다시 말해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가 업무 수행에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기에는 다른 변수가 너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재택근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성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큰 비약이다. 팬데믹의 특수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감염병이라는 큰 도전에 합심해야 했지만, 위기는 끝날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 근무 주체가 이미 대면 접촉으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직원이었다는 점도 생각해봐라. 반면 앞으로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직원과 원격으로 일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신입사원들은 수많은 직원을 대면할 기회가 줄 것이다.”

경영진 입장에서 원격 근무 결정에 고려할 점은.
“긍정적인 측면을 본다면, 우선 기업이 원격 근무를 영구화하면 사무실을 없애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어쩌면 인재 발굴 등 고용도 수월해질 수 있다. 직원이 통근하는 데 쓰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원격 근무의 실패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팬데믹 기간에는 직원들의 합심으로 원격 근무가 큰 문제가 없었을지라도, 앞으로는 회사 문화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직원 중 일부가 집에 있고 일부가 사무실에 있다면,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떤 재택근무 정책을 펼칠지에 따라 단점이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영구적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 인력의 경우 조직의 많은 부분에서 소외될 수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 게 당연하다.”

다수의 전문가는 하이브리드(hybrid·혼합형) 근무체계를 대응 방안으로 꼽는데.
“문제는 하이브리드 근무체계 접근법이 무수히 다양하다는 점이다. ‘사무실로 복귀하라’나 ‘모두 재택근무를 하라’를 제외한 모든 것이 하이브리드 근무체계다. 앞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이브리드 근무체계의 우려되는 점은.
“직원들이 사무실(현장) 근무하는 그룹과 재택근무하는 그룹으로 나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승진과 임금 인상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령 사무실로 출근하는 A와 재택근무를 하는 B의 업무 성과가 비슷하다고 가정해보자. 승진 후보자를 가려내는 상사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더 좋은 평가를 주겠느냐. 이것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더라도 누가 조직에 더 동기 부여되고 헌신적인지를 보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동시에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은 회사 리더와 더 많이 접촉하며 기회를 얻을 것이다. 어떠한 기회가 생겼을 때 상사와 먼저 마주치는 사무실 출근자가 유리하지 않겠는가. 화상회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와 스피커를 사용하더라도 미세한 지연은 회의 진행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또 관리자 입장에서 원격 근무자 관리는 많은 작업을 요한다. 두 그룹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과 관련 법적인 문제도 생겨날 수 있다. 가령 집에 아이를 둔 여성이 재택근무를 많이 이용한다면, 회사가 여성들을 다르게 대우한다고 비치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도입되면 기업의 HR도 바뀔까.
“당연하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가령 직원 일부가 집에서 일하고 일부는 사무실로 나왔을 때 어떻게 성과를 평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 사람들을 사무실로 유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이 11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기업이 할 일은.
“직원들이 안전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자리를 장기간 비운 후 돌아올 때 직장에서 직면하는 많은 어려움을 처리하기 위해 특정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게 적응에 도움이 된다. 마치 비행기를 탈 때 일정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말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 외 노사 간 갈등이 생길 만한 사항은.
“안전이 가장 큰 문제다. 가령 회사에서 직원들의 백신 미접종을 허용한다고 했을 때 접종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기업이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성향 차이인가, 아니면 산업의 성격 차이인가.
“일의 종류와 관련이 있다. 가령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같은 독립적인 업무의 경우 원격으로 수행될 수 있다. 하지만, 상호작용이 필요한 금융 거래의 경우 원격 근무가 적합하지 않다.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어가겠다고 하는 반면 금융사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차이도 이 때문이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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