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 의대 졸업 석·박사, 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세대 의대 최우수 임상교수, 유한의학상 우수상,보령암학술상, 분쉬의학상 젊은의학자상 임상 부문 / 사진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 의대 졸업 석·박사, 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세대 의대 최우수 임상교수, 유한의학상 우수상,보령암학술상, 분쉬의학상 젊은의학자상 임상 부문 / 사진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폐암연구센터 출입구에는 ‘나사로 반응을 소망하며(Hope for Lazarus Response)’라는 글귀의 십자수 액자가 걸려 있다. ‘나사로’는 ‘성경’에서 예수가 “나오라”고 하니 병으로 죽은 지 나흘 만에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다.

‘나사로의 기적’은 들어봤지만, ‘나사로 반응’이란 말은 처음 들었다.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은 “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증상이 극적으로 좋아질 때가 있어서 ‘나사로 반응’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조 교수가 폐암을 두고 “극적으로 좋아진다”라고 했지만, 폐암은 사망률이 86%에 이를 정도로 아주 고약한 암이다. 폐암으로 첫 진단을 받은 10명 중 9명은 5년 안에 유명을 달리한다. 15년 전 공익광고에서 ‘제발 담배를 끊어달라’고 호소한 코미디언 이주일씨도 폐암으로 사망했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것은 폐암의 생물학적 특징 때문이라고 한다. 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말랑말랑한 스펀지처럼 생겼는데, 암이 이런 폐 조직 틈새에 생기고 또 그 사이로 전이된다. 그러니 발견하기도 쉽지 않고, 수술해도 재발이 흔하다.

폐암은 조기 진단도 쉽지 않아서 환자 10명 중 6명은 첫 진단에서 이미 암이 폐 전체로 퍼진 ‘4기’일 경우가 많다. 조 교수는 “수술로 암세포를 전부 제거했다고 생각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전이된 암으로 다시 병원에 오는 환자가 10명 중 9명”이라며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신약 임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조 교수가 이끄는 연세대 폐암센터는 전 세계 제약사들이 폐암 치료제 신약 임상을 가장 많이 의뢰하는 곳이다. 11월 현재 조 교수팀이 진행하는 폐암 신약 임상만 해도 100여 개가 넘는다. 국내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미국 얀센과 공동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 임상 연구도 조 교수가 주도했다.

이렇게 폐암 신약 연구에 꽂힌 조 교수는 의료계에선 ‘괴짜’로 통한다. 조 교수는 “매일 암 환자 진료를 보고, 신약 임상 관련 서류 수백 장을 결재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양해를 구하고 수면 안대를 잠깐씩 착용한 채 인터뷰를 했다. 조 교수는 얼마 전 폐암 연구로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금 진료를 마치고 돌아왔다고 들었다. 어떤 진료였나.
“신약 임상 대상이 되지 않는데, 참여하고 싶다는 폐암 환자의 가족을 만나고 왔다. 임상에는 ‘조건’이라는 것이 있다. ‘기존 치료제는 쓴 적이 없는 환자여야 한다’라는 조건이다. 그런데 신약 임상 지원으로 내원하는 국내 환자 대부분 더는 해볼 방도가 없을 정도로 모든 치료를 다 받은 후에 오는 경우가 많다.”

환자 입장에서는 기존 치료제를 모두 써 보고, 신약 임상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암 치료제를 암과 싸우는 다양한 무기라고 보자. 구식 소총도 있을 수 있고, 수류탄도 있을 수 있다. 대신 레이저 총은 허가를 받지 않은 신약이다. 폐암 4기 환자는 보험이 되는 승인된 약으로는 4개월밖에 못 버틴다. 승인된 소총(약)은 언제든 쓸 수 있고, 승인받지 못한 강력한 레이저 총(신약)은 지금 당장 써야지 소총을 쏘고 나면 못 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나.”

레이저 총이 오발탄일 수도 있지 않나.
“소총도 오발이 난다. 기존 치료제도 부작용이 있다. 기존 치료제와 신약 임상을 적절히 배합해서 암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하는 게 의사가 하는 일이다. 폐암 4기를 진단받으면 생존 기간을 보통 4개월로 본다. 시간이 많지 않다. 4개월 안에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에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뜻인가.
“지난 2014년에 국내에 면역항암제가 임상 연구로 들어왔을 때 임상에 참여한 4기 폐암 환자가 있다. 그 환자가 아직도 살아있다. 그때 그 환자에게 쓴 약이 바로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세계 1위 약인 ‘키트루다’다. 모든 혁신적인 신약이 다 임상 연구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키트루다가 임상 연구 약일 때는 무료지만, 지금은 이 약을 쓰려면 가격이 비싸서 잘 쓰지도 못한다.”

폐암 신약 약값이 비싼 것은 사실이다. 가장 최근 개발된 표적치료제 중 하나인 ‘타그리소’의 월 약값은 680만원이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본인 부담금이 30만원 정도지만, 적용받지 못하면 1년 약값만 8000만원이 든다.

폐암에 수술보다 치료제가 더 효과적이었던 사례가 있나.
“지난 2008년 화이자에서 ‘젤코리’라는 폐암 치료제가 나왔다. 지금에야 과거의 약인데, 그 당시에 폐암으로 숨지기 직전의 환자가 이 약을 먹고 살아났다. 이를 두고 ‘나사로 반응’이라는 말이 나왔다. 혈액암을 제외한 고형암 중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암은 폐암밖에 없다.”

폐암 신약 연구에 열정을 쏟는데, 그 목표가 궁금하다.
“폐암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것이 신약 표적치료제가 될 수도 있고, 면역 항암제가 될 수도 있고, 방사선 치료도 될 수 있겠지만, 무엇이 됐든 최대한 암을 억제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폐암 환자 치료와 관련해 보건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암 환자는 절박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신약의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연구에는 혁신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보건복지부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보건복지부는 국산 신약 개발에 좀 더 많은 연구비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산 신약 개발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신약 개발이 활성화되고 제약 바이오가 활성화되고 신약 강국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인터뷰를 마친 후, 조 교수와 함께 같은 건물에 있는 폐암센터로 이동했다. 조 교수는 임상에 사용하는 측정 기기를 두고 “이것 한 대 값이 3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처럼 돈 많은 분들이 암과 같은 질환 극복에 기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사립대는 고려대였는데, 그 금액은 378억원이었다. 이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기부한 금액(35억5000만달러, 약 4조2600억원)의 약 0.9%다.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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