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은 아트앤포트 디렉터 이화여대 섬유예술학, 현 금강엔터프라이즈 선임매니저, 전 파크뷰아트홍콩 근무, 전 파라다이스시티 VIP아트도슨트, 전 PKM갤러리 해외디렉터 / 사진 권정은
권정은 아트앤포트 디렉터
이화여대 섬유예술학, 현 금강엔터프라이즈 선임매니저, 전 파크뷰아트홍콩 근무, 전 파라다이스시티 VIP아트도슨트, 전 PKM갤러리 해외디렉터 / 사진 권정은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알엠(RM·본명 김남준)을 수식하는 단어는 셀 수 없이 많다. BTS의 리더로서 글로벌 K팝 열풍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유엔(UN) 총회에서 세 차례나 연설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미술 시장에서는 알엠을 젊은 컬렉터의 대명사로 인식한다. 국내외 거장들과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소장한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텍사스의 윤형근(1928~2007)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에게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상당한 식견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른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 컬렉터의 증가와 입지 강화는 최근 미술 시장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다. 주로 갤러리스트나 아트 딜러의 조언을 듣고 작품을 구매하는 기성 컬렉터들과 달리, MZ 세대 컬렉터는 스스로 정보를 얻고 공부해 다양한 미술품을 능동적으로 구매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의 컬렉션을 공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도 MZ 세대의 중요한 특징이다. 권정은 아트앤포트 디렉터는 젊은 컬렉터들의 부상을 가까이서 체감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다. 젊은 컬렉터들의 미술품 수집을 중개할 뿐 아니라 그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며 미술에 대해 교육하고 컬렉션을 어떻게 구성할지 조언한다.

최근 서울 장충동에서 권 디렉터를 만나 미술 시장의 변화와 특징에 대해 물었다. 권 디렉터는 아시아의 미술 중심지 홍콩과 중국 베이징 그리고 미국의 갤러리들을 오가며 각계각층의 VIP 컬렉터들을 응대해온 만큼 글로벌 미술 시장의 동향에 대한 얘기도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형근 ‘Burnt Umber & Ultramarine(1976, 린넨에 유채)’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갤러리
윤형근 ‘Burnt Umber & Ultramarine(1976, 린넨에 유채)’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갤러리

MZ 세대 컬렉터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많은 아트페어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는데, MZ 세대가 이런 문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했다. 그 영향으로 오프라인 아트페어나 옥션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젊은 컬렉터들의 부상에는 특히 20대 인플루언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알엠이 윤형근의 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윤 작가의 전시를 찾는 20대 관람객이 급증했다. 작품은 워낙 고가라 사기 어렵지만 도록이라도 구매하겠다는 수요가 많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 역시 미국 화가 리처드 프린스의 간호사 그림 등 미술 컬렉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도 유명한 미술 컬렉터다. 가수뿐 아니라 IT 사업이나 패션 사업, 암호화폐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번 이른바 ‘영 앤드 리치’들도 MZ 세대의 컬렉팅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플렉스(FLEX·돈 자랑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는 감가 상각되지 않으며 미적 취향으로 또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렉스다.”

MZ 세대가 선호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우국원이나 문형태, 김선우 같은 젊은 작가들을 일찍 알아보고 그들의 작품을 사는 젊은 컬렉터가 많다. 최근 뜨고 있는 젊은 작가 중에는 상업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스타성을 얻은 사람들도 있다. 나이키와 협업한 미국 작가 카우스, 루이비통과 협업한 중국 작가 자오자오가 대표적인 예다. 자오자오는 중국 베이징의 오염된 하늘을 그리거나 유리에 총을 쏴서 오브제를 만들어내는데, 거장 아이웨이웨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국내 작가 샘바이펜 역시 MCM 같은 패션 브랜드들과 다양하게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미술 시장이 ‘불장(Bull Market·가격이 계속 오르는 강세장)’이다. 해외 미술 시장의 분위기가 실제로 어떤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작품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미술품을 선뜻 사겠다는 컬렉터가 나타나도, 판매는 고사하고 작품을 보여주는 일조차 까다롭고 엄격하게 이뤄진다. 해당 컬렉터가 과거에 어떤 작품들을 샀는지, 또 그 사람의 사회적 이미지는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작품을 보여준다. 작품을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가 해당 작가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VIP 컬렉터의 미술품 구매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트페어의 경우 대중을 상대로 한 퍼블릭오프닝이 있고, 그 전에 VIP 컬렉터를 위한 VIP오프닝이 마련된다. 그런데 VIP오프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VIP오프닝 전날 소수의 컬렉터만 참석할 수 있는 VVIP오프닝이 따로 있다. 갤러리 및 아트 어드바이저들과 오랫동안 좋은 신뢰 관계를 쌓은 컬렉터는 VVIP오프닝에 미리 참석해 작품을 선점하는 기회를 얻는다. 이처럼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야만 미리 참석할 수 있는 전시를 베르니사주(vernissage)라고도 한다. 갤러리에도 프라이빗 뷰잉 룸(private viewing rooms)으로 불리는 VIP 전용 판매 공간이 있다. 고객이 판매를 위탁한 작품들을 갤러리의 단골이나 좋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곳이다. 미술 작품은 너무 많이 노출되면 가치가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대신 이렇게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파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국제적 위상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는 오랜 기간 홍콩이었지만 최근에는 무게가 서울로 옮겨오는 분위기다. 우산 혁명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악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홍콩 미술 시장이 많이 닫혔다. 반면 서울에서는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간주되는 ‘프리즈(Frieze)’가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갤러리 타데우스로팍은 최근 아시아 지점을 서울에 개관했다(기존 지점은 런던, 파리, 잘츠부르크에 있다). 독일 갤러리 쾨닉 역시 도쿄 지점을 서울로 옮겼고, 페이스갤러리도 서울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수준 높은 전시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어, 양질의 미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좋은 미술품을 사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오리지널리티(원작으로서의 독창성과 신선함), 희소성, 작품성 세 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이우환(1936~) 작가의 회화는 한눈에 그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리지널리티가 강하다. 또 작가가 고령인 만큼 작업량이 점점 줄고 있어 희소성이 있다. 작품성 역시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전시한 적이 있으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도 작품이 소장돼 있다. 연 수입의 5~10%를 미술품 구매에 할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 동시에 미술관과 아트페어 및 갤러리를 두루 방문해 시장 동향을 살피며 자신만의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수요가 많고 가격이 치솟는다 해서 한정판 제품을 경쟁적으로 사듯 미술품을 구입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