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바이올린 장인  영국 로열 웰시 음악· 드라마 대학, 영국 보존협회(Icon) 현악기· 활 보존가, 세계 첫  비건 바이올린 제작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바이올린 장인 영국 로열 웰시 음악· 드라마 대학, 영국 보존협회(Icon) 현악기· 활 보존가, 세계 첫 비건 바이올린 제작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육지 동물 뼈와 가죽, 힘줄, 인대, 발굽, 물고기 뼈, 철갑상어 부레까지. 듣기만 해도 독특한 이 재료들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현악기 ‘바이올린’이다. 나무와 현으로 구성돼 동물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바이올린엔 현부터 접착제까지 수많은 동물의 희생이 담겨 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동물을 재료로 사용한 건 오랜 전통이다. 모든 바이올린 제작자가 세계 최고 명장으로 꼽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는 동물의 창자와 말 털로 줄을 만들었고 밀랍, 프로폴리스, 조개껍데기, 동물의 담즙 등을 바이올린 광택제로 사용했다. 많은 이가 이 전통적인 방법을 교과서처럼 여겼다. 하지만 2022년 1월 세계 최초의 ‘비건 바이올린’이 탄생하면서, ‘바이올린도 식물로만 만들 수 있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40년째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는 장인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Padraig Ó Dubhlaoidh)는 올해 초 식물성 재료로 만든 바이올린으로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제품 인증을 받았다. 아일랜드 태생의 그가 비건 바이올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4년 전이다. 영국에 있는 그의 공방 ‘하이버니언 바이올린스(Hibernian Violins)’에 한 비건 뮤지션이 찾아온 게 계기가 됐다. 비건 뮤지션은 그에게 “동물로 만든 바이올린밖에 없어 연주하는 데 죄책감을 느낀다”라며 “비건 바이올린은 없느냐”고 물었다. 

오두블라우이드는 이때부터 식물성 재료로 바이올린을 만드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를 선택할 때 멸종 위기에 처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하고 미네랄과 첨가물이 없어 나무 염색 시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영국 몰번 지역의 샘물과 야생 베리, 배를 염색약으로 만들어 바이올린을 염색했다. 

오두블라우이드의 고민 끝에 탄생한 비건 바이올린은 채식주의 연주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오두블라우이드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전 세계 비건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감사 편지를 보내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채식주의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건 바이올린 스크롤과 줄감개집.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비건 바이올린 스크롤과 줄감개집.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비건 바이올린 몸통.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비건 바이올린 몸통. 사진 파드라이그 오두블라우이드

비건 바이올린의 탄생 계기가 궁금하다.
“4년 전, 한 비건 뮤지션이 비건 바이올린을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도전은 늘 나를 성장시켜왔기 때문에 주저 없이 비건 바이올린 제작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날로 바로 비건 바이올린 만드는 법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은 전통적인 공예품이다. 많은 바이올린 제작자가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자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를 존경하듯이 나 또한 바이올린 전통을 존경하고 계승하려 한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면서 과학 기술을 바이올린 제작 과정에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건 바이올린 또한 만들 수 있는 장인이 되고 싶었다.” 

바이올린에는 주로 어떤 재료가 사용돼 왔나. 
“과거에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많은 동물성 재료가 쓰였다. 밀랍, 프로폴리스, 딱정벌레에서 나오는 물질, 조개껍데기, 동물의 담즙, 심지어 망고만 먹여서 기른 물소의 소변까지 바이올린 광택제로 사용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광택제에만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바이올린을 하나로 조립하고 붙어있게 하려면 전통적인 접착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접착제에는 보통 동물 뼈, 힘줄, 가죽, 인대나 철갑상어의 부레가 들어갈 때도 있다. 이 동물성 접착제가 콜라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건 바이올린이 이런 재료들을 대체한 건가.
“그렇다. 비건 바이올린은 동물성 재료 대신 식물성 재료가 쓰인다는 차이점만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을 만들 때 동물성 접착제나 합성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비건 바이올린에는 내가 개발한 식물성 접착제를 사용한다. 바이올린을 염색할 때도 화학약품 대신, 야생 베리와 배, 미네랄과 첨가물 없는 샘물을 이용한다. 바이올린 현도 나일론 줄을 사용해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소리도 다를까. 보관이나 사용법도 다른가.
“소리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몇 년 동안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해 온 사람들 앞에서 6개월간 비건 바이올린이라고 밝히지 않고 연주를 했다. 수년간 한 번도 칭찬한 적 없던 연주자들이 내 비건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칭찬했다. 보관법 및 사용법에도 차이가 없다.”

비건 바이올린은 더 비싸지 않나, 제작 과정의 어려움은 없나. 
“비건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비싸지도 구하기 어렵지도 않다. 내가 만드는 일반 바이올린과 같은 가격대인 8000파운드(약 1200만원)에 팔고 있다. 문제는 ‘어떤 대체품을 찾는 것이냐’였다. 비건 바이올린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수많은 바이올린 제작 서적을 읽었는데, 정보가 워낙 많고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보니 방향을 잡기가 힘들었다. 비건소사이어티에서 비건 인증을 받는 것도 준비할 것이 많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비건 바이올린의 장점은 무엇인가. 
“바이올린을 사랑하고 연주하고 싶어도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연주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이 다루는 악기가 불편하면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없다. 바로 이 심리적인 편안함이 비건 바이올린의 주요한 장점이다. 비건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지구를 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을 주고, 동물권을 존중할 수 있다.” 

후계자 양성 계획이 있나.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은 후계자 양성 계획이 없다. 하지만 조수가 있다면 직접 악기를 만들 준비가 될 때까지 내가 도와주고 싶다. 연구와 경험을 많이 해 젊은 악기 장인들에게 기술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 악기와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만, 악기 구매는 물론 음악 수업조차 받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기에 나는 좋아하는 음악으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비건들에게 공감한다. 앞으로도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김보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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