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타니 가이 고베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고베대 경제학·경제학연구과 박사,중국인민대 재정금융학원 유학, 전 고베가쿠인대 대학원 경제학부 준교수, ‘현대 중국의 재정 금융 시스템 (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 수상)’ 등 저술 사진 가지타니 가이
가지타니 가이 고베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 고베대 경제학·경제학연구과 박사,중국인민대 재정금융학원 유학, 전 고베가쿠인대 대학원 경제학부 준교수, ‘현대 중국의 재정 금융 시스템 (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 수상)’ 등 저술 사진 가지타니 가이

미·중 경쟁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우주개발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무대에서 한층 거칠어졌다. 30년 넘게 이어온 세계화가 끝났다는 진단도 계속 나온다. ‘탈(脫)세계화’ ‘미·중 경쟁’ ‘디지털’이라는 삼각 파고(波高)의 교집합에 ‘디지털 차이나(Digital China)’가 있다. 국제 정세의 향배를 알아보는 두 번째 인터뷰는 중국통 경제학자인 가지타니 가이(梶谷懷) 일본 고베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와 진행했다. 

 가지타니 교수는 ‘디지털 차이나’에 대한 논쟁적 고찰을 담은 ‘행복한 감시 국가, 중국’을 공동 저술했다. 이 책은 지난해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다. ‘제로 코로나’를 과시한 중국과 수십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낸 미국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 시점이었다. 

중국 곳곳에는 수억 개의 감시카메라(CCTV)가 설치돼 있다. 위챗과 알리페이는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정부에 판매한다. 가지타니 교수는 “중국인은 여기에 불만을 품기는커녕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인이 전체주의에 세뇌됐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중국 체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호 김상배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과의 인터뷰가 국제 정세에 대해 거시적 진단이라면, 이번 인터뷰는 개혁·개방과 인터넷 보급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중국에 대한 미시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가지타니 교수와 일문일답. 


 

행복한 감시 국가 중국이라니. 
“2017년 중국 선전시 룽강구에서 유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아이의 특징을 감시카메라망에 입력해 아이와 유괴범이 있는 곳을 바로 알아냈다. 중국 대도시는 디지털 감시 기술 덕분에 범죄율이 급감하는 ‘바른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2017년 중국이 살인 사건 발생 건수(인구 10만 명당 0.81건)가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중국인의 치안 만족도는 2012년 87.55%에서 2017년 95.55%로 상승했다고 한다. 중국인은 개인 정보를 기꺼이 제공하는 대신, 안심하고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시 기술은 중국 국민의 행복에 확실히 기여하고 있다.”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를 활용한 인터넷 통제술도 흥미로웠다.
“중국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약한 처벌’로 사회를 통제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고속열차 대신 완행열차만 이용하게 하는 처벌도 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도 ‘왠지 모르게’가 포인트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갑자기 접속됐다가 끊어졌다가 한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피할 수 있지만 노력이 들고 번거롭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서비스와 멀어진다.”

중국의 민주화 열기가 사그라든 배경으로도 부드러운 검열을 꼽았다. 
“시진핑(習近平) 시대 언론통제술의 핵심은 검열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불가시화(不可視化)에 있다. 글쓴이에게는 본인 글이 보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글이 안 보이는 식으로 인터넷 여론 확산을 차단한다. 때로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전달하는 바람잡이를 동원해 초기에 여론을 잡는다. 한때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글로 가득했던 중국 인터넷 공간이 이제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세계로 바뀌었다.”

중국 공산당은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러더(Big Brother·거대 감시 권력) 아닌가.
“중국이 ‘1984(조지 오웰의 소설)’의 빅 브러더와 같은 통치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텐센트·알리바바 등 여러 플랫폼과 지방 정부가 개인 정보를 분산해 관리한다. 때로는 중앙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데이터가 쓰이기도 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은 ‘양치기와 양’이다. 중국 정부는 개개인 정보에는 관심이 없다. 집단에 관심이 있다. 양 떼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면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어떻게든 그들의 행동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스타링크(저궤도 위성 인터넷) 등의 기술로 중국 사람이 외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그래도 중국의 민주화 열기가 재점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중국인 대부분이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 아래에 있었지만, 이들이 열성적인 민주화 운동의 지지자가 되지 않았다. 체제를 전환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국가들이 미친 영향이 작았다. 미국의 강력한 영향 아래 근대화를 이룬 한국과는 진화 경로가 다르다.” 

중국 정부의 통치술이 날로 세련화하는데, 취약점은 없나. 
“중국 공산당은 민의(民意)를 살펴 정책을 정하지만, 한 번 결정하면 외부의 어떠한 비판에도 바꾸지 않는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변경했어야 했는데 공산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한 약점이다. 중국 코로나19 대책의 공과에 대해서는 ‘행복한 감시 국가, 중국’의 공동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카구치 고타가 최근 내놓은 책 ‘중국 코로나 봉합의 허실(中国 コロナ封じの 虚実)’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중국이 프라이버시를 희생시켜서라도 높은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이뤄낸다면, 서구 사회도 따라가려 하지 않을까. 
“법의 지배·인권 등 보편적 가치보다 경제 발전을 우선시하는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가 저개발 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존엄과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전통을 가진 영미 사회에서는 중국의 국력이 아무리 커져도 중국의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옛 냉전 시대처럼 정치·경제적으로 분단된 세계 질서가 다시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plus point

100% 완벽한 기술 없다
시민 사회, 알고리즘에 개입할 수 있어야

가지타니 가이 교수는 현대 사회의 감시 기술 도입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표방하는 공리주의(功利主義)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해 3월 갤럽인터내셔널의 조사에서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인권을 희생해도 괜찮다’라는 응답자 비율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80~90%에 달했다. 기술 효용성을 앞세운 감시 사회화가 중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인간을 대신해 인공지능(AI)이 판단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대표적이다. 가지타니 교수는 기술이 압도하는 사회에서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려면, 시민이 알고리즘의 공공성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봤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유럽연합(EU)이 시행한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다. GDPR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호하는 ‘21세기 인권 선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범죄 예방 시스템은 살인 사건에 대한 높은 예측률에도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 1% 오류 때문에 폐기됐다. 이런 결정을 하려면, 시민 사회가 각종 정책과 알고리즘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가지타니 교수의 설명이다.

류현정 조선일보 디지털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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