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 연세대 경제학 학·석사, 전 동남리스 근무 사진 다올인베스트먼트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 연세대 경제학 학·석사, 전 동남리스 근무 사진 다올인베스트먼트

다올인베스트먼트는 1981년 탄생한 국내 1호 벤처캐피털(VC)을 모태로 한다. 당시 정부 주도로 설립된 공기업 한국기술개발은 1999년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회장에 의해 인수돼 민영화됐고, KTB네트워크를 거쳐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는 김창규 대표는 회사가 아직 공기업이던 1994년 합류해 30년 역사를 함께했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훈수는 잘 둬도 사업가는 절대 못 된다”고 말하는 천생 투자가다. 400개 넘는 포트폴리오를 거의 다 꿰고 있으며, 신산업과 신기술도 직접 공부하는 ‘학구파’ 리더다.

지난 4월 중순,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올해 스타트업 시장의 전망과 VC의 새 먹거리 등을 물었다. 김 대표는 플랫폼 회사보다는 모빌리티 등 기술 기업들을 많이 검토 중이며, 초기 투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투자 실적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벤처 펀드를 통해 1810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그중 약 20%인 385억원은 해외 기업에 투입됐다. 회수 금액은 총 2864억원이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적이 특히 좋았다. 지난 2019년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될 당시 절반은 현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회수했는데, 그때 받은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을 작년 3월에야 완전히 청산했다. 23억원의 투자 원금으로 약 30배의 수익을 냈다.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넥스틴도 작년 회수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보유 지분을 팔아 14배의 수익을 거뒀다. 그 외에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서도 투자금의 4~5배를 회수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칼스젠에도 1500만달러(약 190억원)를 투자해 작년 말 기준으로 약 10배의 평가 차익을 거뒀다. 칼스젠 지분은 아직 팔지 않고 보유 중이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도 일찌감치 투자하지 않았나.
“총 4~5번에 걸쳐 112억원을 투자했다. 최초로 투자했을 때 기업 가치가 700억~800억원 정도 됐으니,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지분 가치가 10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요즘 어떤 산업을 특히 관심 두고 지켜보나. 
“지난해까지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엔터테인먼트, 바이오산업에 많이 투자했다면, 올해는 모빌리티 산업을 관심 두고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는 이미 포티투닷(현대차·기아가 초기부터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으로, 송창현 현대차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의 첫 기관 투자자로서 지분을 투자했고, 미국의 에어택시(도심항공모빌리티) 스타트업 조비에비에이션에도 3년 전에 투자했다.”

조비에비에이션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지금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0개가 넘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유니콘을 배출하는 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다. 두 나라의 유니콘은 성격이 다른데, 중국에서는 10개 중 8개가 이커머스 등 플랫폼 기업이다. 내수 시장이 워낙 커 엄청난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은 유니콘 10개 중 6개가 기술 기업이다.

모빌리티 산업을 살펴보다 에어택시가 유망하다고 느꼈고, 기술력이 가장 앞선 미국 스타트업들 중 조비에비에이션을 찾아내 투자하게 됐다. 우리가 미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좋은 회사를 빨리 알아보고 투자할 수 있었다.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맨해튼까지 에어택시로 이동하면 2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전기로 운행하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하다. 조비에비에이션은 빠르면 내년이나 내후년 중 서비스를 개시할 전망이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업 가치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으로 믿는다.”

에어택시는 혁신적인 기술인 만큼 규제와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 같다.
“미 항공 당국인 연방항공청(FAA)의 정책 규제를 받고 있다. 도심 빌딩 꼭대기에 설치된 터미널에서 운항하기 때문에 주변에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는 등 엄격한 법적 제한이 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된 규제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법적 규제를 받아온 스타트업의 몸값이 제도 개정 후 수십~수백 배로 오르는 사례가 많다. 핀테크 업체인 토스가 대표적인 예다. 아직 규제 대상이 되고 있는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은 사용자의 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주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만 규제를 풀 명분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용자도 많지 않고 편하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이유가 없다.”

올해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통화 긴축이 본격화하며 비상장 시장의 투자 심리도 약해지고 있다.
“우리도 올해는 좀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이 터졌을 때도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사라져갔지만 ‘섹터’ 자체는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섹터의 1~2등 기업은 모두 살아남아 나머지 회사들의 멀티플(기업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는 배수)을 가져가 더 크게 성장했다.”

시장 조정기에 VC는 어떤 전략으로 투자해야 하나.
“후기 투자보다는 시드(seed‧아이디어만 있는 초기 단계에 이뤄지는 투자)부터 시리즈A까지 초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시리즈B까지는 투자해도 되겠지만 그보다 뒷단에는 될 수 있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뛰어난 창업자와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를 잘하려면 흑자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빨리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계속 외부 자금만 받아 규모를 확장하는 사업 모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비자만 이익을 보는 구조이며, 회사는 비용만 과도하게 많이 쓸 뿐이다. 실제로 올해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이 흑자 전환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흑자 전환 여부를 보며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한 토스도 흑자를 내야 하지 않겠나. 핀테크가 흑자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일단 이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토스처럼 충분한 이용자를 모았다면 이제는 광고비 등 비용을 줄이고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 토스는 성장 지표가 굉장히 좋은데 증권과 은행 등 신사업 때문에 연결 기준으로 손실이 많이 나고 있다.”

그 외에 투자할 때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해당 기업에 어떤 VC들이 투자했는지, 혹은 우리와 함께 투자하는 VC가 어떤 곳인지, 늘 신경 써서 살펴본다. 우리와 같은 투자 철학을 갖고 있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VC가 투자한 회사라면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후속 투자를 결정할 때도 수월하게 합의할 수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리 회사는 이직률이 매우 낮고 심사역의 근속 연수가 경쟁사들에 비해 매우 높다. 투자 성과가 좋으니 받을 성과보수가 많아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강점은 해외에 진출한 지 오래 됐다는 것이다. 미국에 진출한 지는 30년, 중국에 진출한 지는 15년이 됐다. 지금은 중국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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