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분당21세기의원 원장 연세대 의대 학·석·박사,  전 아주대 의대 교수 사진 김명지 기자
김한수 분당21세기의원 원장 연세대 의대 학·석·박사, 전 아주대 의대 교수 사진 김명지 기자

지난 2017년 경기 분당의 한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58세 남성 한 명이 소파에서 쓰러졌다. 진료실에서 뛰쳐나온 의사는 남성의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로 심장 박동을 되돌렸다. 앰뷸런스로 가까운 종합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혈관조영술을 받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분당구 우체국 소속 집배원이었던 이 남성은 관상동맥이 막혀 실신한 상태였다. 10분만 늦었어도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이 병원에 심장을 다루는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있어서 목숨을 구했다. 

분당신도시에 있는 ‘분당21세기의원’에서 있었던 얘기다. 이곳엔 지상 4층 건물의 3~4층에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산부인과, 방사선과, 영상의학과 등 5개 진료과가 있다. 대단지 아파트 앞에 있는 전형적인 동네병원인데, 전문의들이 각자의 전공과를 협업한다. 분당 주민들 사이에서는 ‘주치의 병원’으로 통하는데, 입원실 없이 대면 진료만 보는 ‘멀티클리닉’ 개념이다. 

이 병원의 대표 원장인 김한수 원장은 지난 2002년 동료 의사들과 이 병원을 열었다. 미국 연수 때 개원의와 종합병원이 협력하는 ‘어텐딩 시스템(attending system)’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연세대 의대에서 순환기내과로 의학 박사까지 마친 김 원장은 아주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그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관상동맥성형술 후 재협착된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 시술을 시도해서 주목받았고, 개원한 이후에도 삼성의료원, 연세대 의대 등에서 외래 교수로 활동했다. 김 원장은 “1차 의료 기관(동네병원)은 환자들의 증상을 보고 빠르게 판단해야 하므로 넓은 스펙트럼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차 의료 기관, 동네병원 의사들로 구성된 순환기학회인 대한임상순환기학회를 창립해 지난 2018년부터 회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을 6월 3일 분당21세기의원 4층 진료실에서 만났다.


‘의원’인데, 규모가 꽤 크다.
“1차 의료 기관이지만, 전문의가 9명이나 된다. 나는 심장을 주로 보지만, 다른 이상이 있으면 소화기내과로, 내분비내과로 연결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멀티클리닉’의 개념이다.”

심장을 보는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있는 동네병원은 처음 봤다.
“내가 아마 처음인 것으로 안다. (분당) 주민들은 ‘심장 보는 의사가 있는 병원’이라고 떠올려서 이곳을 오기도 한다. 대학병원보다 환자들이 왕래하기 편해서 진료도 쉽다.”

이런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가.
“분당이라서 통했다고 본다. 미국에서 연수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은 ‘어텐딩 시스템’이라고 해서 개원의와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서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었다. 개원의들도 대학병원에서 시술이나 강의를 하고, 종합병원은 입원을 돕는 식이다.”

심장병을 동네병원에서도 볼 수 있나.
“심장병은 상태가 아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부정맥이 굉장히 심한 사람도 단순히 ‘가슴이 답답하다’고만 느낀다. 이렇게 숨겨진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빠르게 진단해 내는 것이 동네병원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가슴이 답답한 환자를 내가 치료할지,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서) 소화기내과에 보낼지, 약을 처방해야 할지, 더 큰 병원으로 보낼지, 이런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주로 어떤 진단을 받나.
“가슴 통증으로 우리 병원을 오는 환자 중에서 사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드물다. 역류성 식도염이 가장 많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가슴 통증이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난 증세라면 아주 위급한 것이니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위급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치료하나.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는 관련 약을 처방하는 것 외에도 식단 조절과 운동 처방을 하고, 체중과 혈압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관리하도록 독려한다.”

생활 습관 교정으로 치료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심혈관, 신장, 당뇨 등 만성질환은 모두 연결돼 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복부 비만이 있고, 공복 혈당 장애 등을 보인다. 만성질환이 서로 연결된 것은 신약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당뇨약으로 개발했는데, 체중 조절제로 쓰이는 약이 요즘 있지 않나. 당뇨를 치료하려고 소변으로 혈당을 배출하는 약을 개발했더니 혈당이 떨어지면서 복부 비만이 해결되고, 혈압도 떨어졌다. 당뇨약이 신장 질환에 효과를 보이고, 또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대학병원 내분비내과에 가게 되면, 혈당만 보고 혈당만 치료하고, 순환기내과에 가면 심장만 본다.”

1차 의료 기관을 주축으로 학회도 만들었다. 계기가 있나.
“심혈관 질환을 보는 국내 주요 학회는 3차 의료 기관이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직접 환자를 마주하는 1차 의료 기관의 연구와는 괴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은 심장 쪽으로 새로운 시술과 새로운 장비에 관심이 많다. 주요 학회에서는 이런 새로운 시술법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하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심장 건강을 측정하는 필수 검사의 중요성은 간과된다.”

어떤 의미인가.
“심장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는 ‘심전도 검사’를 해서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심전도 검사 급여가 6100원에서 고정돼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심전도 검사가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도 못 하다’는 자조도 나온다. 이렇게 수가가 낮으면 검사를 잘 안 하게 되고, 이런 필수 검사가 외면당한다.”

필수 검사로 가려낸 사람은 어떻게 지도하나.
“숙제를 낸다. 집에서 혈압을 매일 측정해서 다음 진료 때 내라고 하고, 운동 일지를 쓰라고 한다. 병원이 가진 혈압계를 환자에게 일주일 동안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측정한 혈압을 기재할 문서도 한 장씩 나눠준다. 비만인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게 생긴다. 동맥경화와 대사장애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집에서 혈압을 재는 게 중요한가.
“환자 스스로 혈압을 잰다는 행위가 중요하다. 환자가 자신의 혈압을 인지하는 것이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혈압이 높은 걸 알면, 아무래도 흰 쌀밥을 좀 덜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더 걷게 된다.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긴장해서 평소보다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데, 가정 혈압은 그런 점도 보정할 수 있다.”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약도 중요하다. 하지만 암이나 만성질환은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암은 암 덩어리만 제거하면 해결되지만, 몸 전체에 문제가 생긴 고혈압은 수술로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약을 먹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 고혈압 환자 10명 중 5명은 약 먹기를 습관화하지 못해서 탈락한다는 연구도 있다.”

진단과 예방도 치료라고 볼 수 있나.
“치료가 맞다. 증세가 나타난 사람은 치료가 쉽다. 아픈 사람은 치료 의지가 있으니까. 반대로 병이 있는데, 증세가 없는 사람은 진단도 치료도 어렵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것 아니겠나. 하하.”

김명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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