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준 뷰노 경영기획본부장 경찰대 법학과, 사법시험 50회,사법연수원 41기, 전 김앤장 변호사 6월 15일 서울시 반포동 뷰노 본사에서 만난 임재준 경영기획본부장. 사진 뷰노
임재준 뷰노 경영기획본부장 경찰대 법학과, 사법시험 50회,사법연수원 41기, 전 김앤장 변호사
6월 15일 서울시 반포동 뷰노 본사에서 만난 임재준 경영기획본부장. 사진 뷰노

임재준(38) 뷰노 경영기획본부장은 4년 전인 2018년 말까지만 해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회사가 보내주기로 한 미국 유학 날짜가 다가오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 외국계 제약·바이오 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법률 자문 업무를 하다가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뷰노를 만났다.

김 본부장은 “정부 고위 관료는 물론 재계 인사도 ‘AI’와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던 시기였다”라고 기억했다. 그런 시기에 AI를 활용해 의료 솔루션을 만드는 뷰노에 법률 자문을 하게 된 것이 자신에게 기회였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뷰노 법률 자문을 맡은 지 6개월 만인 2019년 5월 김앤장을 떠나 뷰노의 법무 이사가 됐다. 김앤장 입사 5년 차였다. 그는 의료와 같은 규제 산업계야말로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경찰대 출신인 그는 제50회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가 됐다. 사법연수원 41기로 지난 2015년 김앤장 변호사가 됐다. 경찰대 출신의 젊은 변호사는 국내 로펌에서 몸값이 높다. 그렇게 촉망받는 인재가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그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뷰노의 AI 심정지 솔루션 의료코드를 만들도록 끌어낸 것이 자신의 최대 성과라고 했다. 의료코드란 의사의 진료행위와 그에 따른 청구 가능 금액을 설정해둔 다섯 자리 숫자코드다. 혁신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의료코드가 없으면 병원에 팔 수 없다. 의료코드가 없으면 병원이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코드를 얻은 뷰노의 AI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는 입원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에 저장된 혈압, 맥박, 호흡, 체온 등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킬지 예측한다.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받은 6만7000명의 환자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만든 심층 학습(딥러닝) 솔루션이다.

국내에서 의료 AI 솔루션이 신규 의료코드를 발급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 본부장은 NEC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소통하면서 각종 요구 자료를 제출했다. 규제를 뚫는 데 3년이 걸렸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규제는 없앨 대상이 아니라 ‘공략 대상’이라고 했다. 무분별한 규제 개선·개혁으로 검증 안 된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 역으로 의료기기 업계 인식이 나빠져 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뷰노는 현재 미국에서 딥카스 임상을 진행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임 본부장을 최근 서울 반포동에 있는 뷰노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6월 15일 임재준 경영기획본부장이 자사 심정지 예측 AI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6월 15일 임재준 경영기획본부장이 자사 심정지 예측 AI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정석 기자

3년 전 국내 1위 로펌 김앤장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로 넘어왔다. 계기는.
“김앤장에서 외국계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이나 한미약품 같은 국내 대기업 상대로 규제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상대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원해서 그쪽 업무를 맡게 된 건 아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즐기고 있더라. 의료 업계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데, 그런 점 때문에 변호사 출신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느꼈다. 그런 점이 이직에 영향을 미쳤다.”

이직 당시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이었던 뷰노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의료 업계의 여러 기업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업계 자체가 크게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국 정부 고위인사들부터 세계적인 기업가들까지 ‘AI와 헬스케어 산업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미래 먹거리’라고 강조하던 때였다. 그러던 와중에 2018년 말 뷰노 측과 처음 만나게 됐다. 당시 목적은 법률 자문이었지만, 여기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다. AI 기술을 헬스케어에 접목한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 아닌가. 포지셔닝을 아주 잘 잡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달 뒤 이직 제의가 왔고, 그렇게 자리를 옮기게 됐다.”

헬스케어 업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근거는 뭔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 대부분이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의약품은 물론 건강을 위한 의료기기 등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는 건 정해진 미래다. 이렇게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해당 산업이 발전할 여지가 정말 많이 있다. 요컨대 ‘챔피언 기업’이 하나도 없는 춘추전국시대 같았다. 앞으로 투자가 몰릴 곳은 이쪽 업계라는 확신이 들었다.”

‘뷰노메드 딥카스’가 얼마 전 의료코드를 새로 받아 화제가 됐다. 뷰노메드 딥카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의료진이 매일 회진을 하며 입원 환자들 혈압, 체온, 맥박, 호흡수를 잰다. 그 네 가지 수치를 ‘활력징후’라고 하는데, 딥카스는 환자의 장기간 활력징후 추이를 분석해 심정지 가능성을 도출해낸다. 심정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미리 알려줘서 의료진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더 많은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많이 발생하나.
“회사가 파악하기로는 1년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입원 중 심정지 환자는 약 3600명 수준이다. 그런데 병원 내에 심정지 발생 직후 의료진에 이를 알리는 등 시스템이 부족해 입원 중 심정지 환자 중 75% 정도가 사망한다. 사망자 중 약 68%의 심정지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경우였고, 심정지 환자 중 60~80%는 전조 증상을 보인다는 논문도 있다.”

의료코드를 새로 받기 위한 과정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다. 딥러닝 AI 솔루션으로 환자들 심정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의료 행위는 국내에서도 세계에서도 선례가 없었다. 당연히 그 의료 행위를 규정하는 의료코드도 없었다. 의료코드에는 특정 의료 행위가 이뤄졌을 때 청구할 수 있는 가격도 설정돼 있다. 의료코드가 없으면 병원이 딥카스를 써도 환자에게 돈을 청구할 수 없다. 이러면 제품을 팔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코드를 만들어야 했고, 이를 위한 제도를 이용했다.”

이번에 받은 의료코드는 계속 쓸 수 있는 건가.
“올해 5월에 의료코드 발급 결정이 났고, 8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받은 건 유효기간이 3년인 임시 코드다. 허가 당국이 제품의 유효성과 안전성 등은 인정했지만 절대적인 자료 수량이 모자라 임시 의료코드만 나왔다. 앞으로 의료 현장에 딥카스를 공급해 수익을 내고 임상 자료를 추가하면서 정식 의료코드를 받기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규제가 너무 촘촘한 것 아닌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 분야는 국민 삶과 생명,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특성상 규제 기반 산업일 수밖에 없다. 아무 제품이나 함부로 통과시켜주면 국민 안전이 위험해진다. 그러면 업계에 대한 인식도 나빠져 결과적으로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 규제를 마냥 장애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공략 대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정석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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