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소아정신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세계 3대 인명사전‘마르키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국제인명센터(IBC) ‘세계 100대 의학자’ 등재 사진 변지희 기자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소아정신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세계 3대 인명사전‘마르키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국제인명센터(IBC) ‘세계 100대 의학자’ 등재 사진 남강호 기자

“내 이름은 우영우. ‘꽃부리 영(英)’에 ‘복 우(禑)’, 꽃처럼 예쁜 복덩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영리할 영(怜)에 어리석을 우(愚)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회전문도 못 지나가는 우영우. 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인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지만, 지능지수(IQ) 165에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천재 변호사다. 다섯 살까지 말을 못 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자폐 진단을 받았다.

우영우는 성인이 돼서도 어색한 말투와 몸짓에 김밥과 연필을 각을 세워 정렬하고, ‘고래’에 집착한다. 그는 출근길 회전문을 두려워하면서도, ‘법을 사랑한다’며 판사를 감동시키고, 민·형법의 법리를 거침없이 풀어낸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우영우’는 현실적으로 부조화(미스매치)된 캐릭터가 맞다”라고 했다. 자폐가 있더라도 IQ가 높으면 학습을 통해 어눌한 말투나 몸짓 등 행동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자폐라는 진단명을 들으면 처음부터 우는 보호자가 많다”라며 “자폐라는 용어가 주는 낙담, 좌절감이 크기 때문인데,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편견을 해소해줘 감사하다”라고 했다.

천 교수는 자폐증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자폐연구센터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예약을 접수하고, 첫 진료를 보기까지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천 교수를 7월 19일 연세대 진료실에서 만났다. 천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편을 봤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실에서 우영우처럼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을 수 있나.
“많은 사람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우영우 변호사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자신의 이름을 ‘영리할 영(怜), 어리석을 우(愚)’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작가가 1887년 영국 존 랭든 다운 박사가 이야기한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에서 따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현실에서 서번트 증후군은 극히 드물다.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할 정도라면, 고지식하고, 무심해서 친밀한 대인 관계를 맺지 못할 수는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경험과 사회적 학습을 통해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배워서 자폐를 감춘다. 농담도 외워서 할 수 있다.”

우영우는 다섯 살까지 말을 하지 못 한 것으로 나온다. 말이 느린 것이 자폐의 주요 증상인가.
“말이 늦은 것을 ‘언어 지연’이라고 한다. 자폐를 진단할 때는 (언어 외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 말이 늦는 경우는 기질이 예민한 아이를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서 아이가 긴장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부모가 자주 다퉈서 위축된 경우일 수도 있다. 반대로 자폐는 신경 발달 장애로 발병 원인이 선천적, 유전적 요인에 가깝다.”

자폐는 선천성 질환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나.
“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치료 방법으로 ‘응용행동분석(ABA)’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적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과격한 행동이나 문제 행동을 보였을 때 단호하게 제재를 해야 한다. ABA는 매우 다양한 방식이 있다. 아이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행동수정요법으로도 행동이 교정되지 않을 때는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어떤 경우에 치료 효과가 좋은가.
“IQ가 70 이상에 5세 이전에 말을 시작했다면 치료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가정 환경과 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다.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는 참전 군인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스트레스로 부모가 우울증에 빠지거나, 부부 관계가 악화될 경우, 더 나아가 아동 학대 등이 발생하게 되면 치료가 어렵다.”

자폐 치료는 조기 진단이 중요할 것 같다. 진단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가장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연령은 18~24개월이다. 다만 ‘네이처’ 논문을 보면 생후 2~6개월 영아가 눈맞춤을 잘하지 못한다면 생후 24개월 전후 자폐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이가 눈 맞춤을 잘하지 못하거나,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많이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놀아줘야 한다. 사회적 자극을 더 높여야 한다. (적극적으로 자극을 주면) 중증도가 심하지 않은 아이라면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안 받을 수도 있다. 중증도가 심하더라도, 양육자의 사회적 자극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환자 현황은. 자폐성 질환의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44명당 1명, 2.3% 수준이다. 꽤 높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퍼졌고, 진단율도 높아졌다.”

진료받고 싶지만 선생님 외래 예약도 수년간 꽉 차 있다고 들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다가 최근 영유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루먼랩(LumanLab)’에 최고의료책임자(CMO)로 합류했다. 이 회사는 부모가 아이의 영상을 올리면 AI(인공지능)로 아동의 발달 수준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다. 나는 AI를 학습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치료와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려 한다. 발달장애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가능성을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게 돕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발달장애아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가 늘었다고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전국의 특수교육 센터와 치료실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발달장애아 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비대면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통해 영유아 부모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고 싶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최근 ‘우리 아이 마음 해결사(우아해)’라는 유튜브를 개설했다.”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
“자폐라는 용어에 사회적 낙인이 찍혀있다. 이것이 주는 낙담, 좌절감이 크다. 자폐는 ‘스스로(自) 닫는다(閉)’는 뜻이다. 하지만 자폐의 영문명 ‘오티즘(autism)’은 그리스어 ‘self’를 뜻하는 ‘autos’와 ‘-ism’의 합성어다. 여기에 ’닫는다’는 의미는 없다. 

드라마에서 우영우 주변 인물들이 우영우의 특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자폐가 있다고 하면 그저 약간 다른 사람 정도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눈높이와 감각에서 이해하고 배려해주면 좋겠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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